'끝장' 소송문화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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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장' 소송문화 바뀌어야 한다
  • 법률저널
  • 승인 2009.07.10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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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의 분쟁 해결 수단으로 조정(調停)이 떠오르고 있다. 조정은 정식 재판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 적정선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사법절차로, 성립되면 확정 판결과 똑같은 효력을 지닌다. 근래 조정절차가 분쟁의 '해결사'로 부쩍 주목받게 된 것은 경력 15년차 이상의 법조인을 상근조정위원(임기 2년)으로 두는 '상설조정센터'가 지난 4월 서울과 부산 법원에 설립되면서부터이다. 민사 다툼의 당사자들이 소송 대신 타협으로 해결하는 조정(調停)을 상설 기구가 맡도록 하면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법조 경력이 많은 변호사들에게 상근(常勤)으로 조정위원을 맡겼더니 조정 건수도 늘고 조정 성공률도 대폭 올라간 것이다. 서울 조정센터의 경우 전직 대법관과 사법연수원장, 부장판사, 특별검사를 지낸 중진(重鎭) 변호사 8명이 조정위원을 맡고 있다. 판사들은 민사소송을 하루 수십건씩 재판하는 수가 많다. 민사소송 한 건에 5∼10분밖에 심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원로 조정위원들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분쟁 당사자들의 속사정을 들어주는 데다가 쉽게 법리를 설명하면서 양쪽의 양보를 유도하니 승복하는 비율도 높은 것이다.  게다가 비싼 변호사비가 들 일이 없고 소송비용인 인지(印紙) 값도 재판의 5분의 1밖에 안 된다. 양쪽 당사자가 얼굴을 맞대고 다툼을 끝내게 돼 판결문 한 장 받고 마는 재판처럼 앙금도 남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국내 민사 소송이 한 해 110만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일본의 6배나 된다. 미국에선 민사 분쟁의 90%가 협상과 조정으로 해결되고 일본은 조정이 재판의 절반에 달할 정도로 많은데 우리는 지금까지 조정이 재판의 1%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조정이 저조한 것은 당사자 대화로 풀 수도 있는 일을 꼭 소송을 걸어 '삼세판'으로 끌고 가면서 끝장을 보는 풍토 때문이다. 조정을 건너뛰어 재판으로 직행하는 '모 아니면 도'식 소송 때문에 비용과 시간 낭비가 극심하다. 자연분만을 시도하다가 불가피하면 제왕절개를 하는 것인데, 무작정 제왕절개부터 하려 든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승복문화가 부족해 재판을 통해 상대방을 제압해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도 조정 확산을 가로막은 원인 중의 하나다. 또한 과거엔 신청인뿐만 아니라 법관 스스로도 조정을 통한 해결을 금기(禁忌)시 하는 풍토도 한몫 했다. 심지어 무능한 판사라고 손가락질 받거나 불공정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몇년을 끌어가며 송사(訟事)를 벌이고 나면 원고, 피고 간 감정은 돌이킬 수 없는 데까지 가게 된다. 예로부터 소송에 휘말리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이 있듯이 소송 당사자들이 부담해야 할 변호사 비용도 문제고 소송 진행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든다.

하지만 이제는 조정을 활성화시켜서 우리 사회의 '떼법' 문화, 끝장 소송문화를 바꿔야 한다. 분쟁해결에서 더 이상의 비효율과 낭비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나쁜 화해도 좋은 판결보다 더 낫다는 말이 있다.' 조정의 가장 큰 이점은 소송으로 갈 경우 몇 년이 걸릴 수 있는 사건을 몇 개월 안에 끝낼 수 있다는 점이다. 조정은 결렬되더라도 본격적인 소송에 앞서 사실 관계를 어느 정도 확정해준다는 측면에서, 즉 종합병원에 가기 전에 동네 개인병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또 20∼30년 경력의 베테랑 법조인들이 현직에 남아있기 어려운 현실에서 법원 조정위원으로 적극 참여하면 재판의 질 향상과 법조계의 인력 활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올 하반기 대전·대구·광주법원에도 조정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라는데 다른 도시에도 조정센터가 필요하다. 사법부는 조정제도의 장점을 적극 알려 더 많은 시민이 쉽게 이용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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