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폐 업주·사이비 고시생' 고시촌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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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폐 업주·사이비 고시생' 고시촌서 떠나라
  • 법률저널
  • 승인 2009.05.1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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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촌의 대명사라는 서울 대학동(신림9동)에서 신종 퇴폐업소들이 잔뜩 들어서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퇴폐업소들은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는 것이다. 불야성을 이루며 성업중인 이른바 키스방과 마사지업소의 주요 고객은 고시생들이라고 한다. 신종 퇴폐업소는 단속을 피하기 위해 PC방 간판을 달고 자극적인 광고 문구의 전단지를 보고 찾아온 손님만 받고 있다고 한다. 면학분위기를 해치는 이들 업소들이 판치면서 수험생들은 하나둘씩 고시촌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언론의 보도는 일면 과장되고 단편적인 것을 지나치게 부각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고시촌에 사행성 업종이 크게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 바(Bar)와 마사지업소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신종 퇴폐업소까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사법시험, 행정고시 등 각종 국가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열정을 쏟아 그 꿈을 이루려는 이곳 고시촌에서 향락문화가 꿈틀거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려스러운 점이다. 이들 향락문화가 고시생들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뿐 아니라 고시촌을 피폐케 만드는 암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고시촌은 대한민국의 법조인과 고위 공무원의 과반수가 이곳에서 공부했을 정도로 대한민국 고급 인재의 산실로 볼 수 있다. 이런 고시촌이 오락시설과 유흥시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급기야는 신종 퇴폐업소까지 영업중이다. 고시서적 파는 서점 옆에 간판을 나란히 한 마사지업소를 보면 대학동 고시촌의 오늘을 웅변하고 있다. 고시촌에 꼭 있어야 할 고시원, 독서실, 서점, 고시식당, 수험관련 출판사 등은 운영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최근 들어 폐업하는 업종도 더욱 늘고 있는 마당에 고시촌에서 마땅히 사라져야할 유흥업소는 오히려 성업중이라니 기가 막힌다.  

고시촌은 열심히 공부하고 땀흘린 젊은이들이 꿈을 실현해 가는 공간으로 고시촌 특유의 문화가 지속되어야 할 곳이다. 그런 고시촌이 공부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말을 무색케 하고 있다. 고시촌 수험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은 돈만 벌면 그만이라는 악덕 업주들과 사이비 고시생들이다. 이들 업주들에겐 고시촌이 단지 돈벌이의 최적 장소로만 보일 뿐이다. 그들은 불법영업을 해서라도 자신의 주머니를 채우면 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고시촌의 유해환경을 더 이상 방치할 일이 아니다. 유해환경으로 인한 고시촌의 공동화(空洞化)는 곧 고시촌 모두의 파산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유해환경을 몰아내는데 구성원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그래야만 고시촌이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다.

또한 고시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퇴폐업소나 유흥업소에 밥먹듯 넘나드는 사이비 고시생도 추방해야 한다. 부모들은 행여 제 자식이 돈 때문에 책하나 제대로 사 보지 못할까 등골이 휘면서까지 공부에 전념하라고 돈을 부쳐주지만 유흥업소를 제집 드나들 듯이 돈과 시간을 탕진하는 '룸펜'(Lumpen)같은 이들은 고시촌에 머물 이유가 없다. 책 하나 사는데 아까워 몇 일을 고민하는 이들이 여자들의 술시중을 받으며 양주를 마시는 고급술집이나 단란주점, 사행성 오락장을 들락거리면서 부랑자의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니 역겹다. 더 이상 고시촌의 물을 흐리지 말고 떠나라. 

값비싼 '테이크아웃'에서 희희낙락거리며 몇 시간씩 시간을 죽이거나 비디오방, 게임방, 고급 바에 출근하듯 하면서 고시생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다니는 그들도 매일반이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정도를 넘어 유흥에 탐닉한다면 그는 더 이상 고시생이기를 포기한 것이고 여기에 머물 이유가 없다. 빠듯한 생활 속에서도 합격의 꿈을 안고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음박질하는 대다수의 수험생들에게 이들은 기운 빠지게 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냐는 질문에 "공자는 호색(好色)하는 만큼 호덕(好德)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색의 에너지를 호학(好學)의 에너지로 치환해야 한다. 섹스 충동처럼 강렬한 것은 없지만 학문은 이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힘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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