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64 - A 변호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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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64 - A 변호사 이야기
  • 법률저널
  • 승인 2009.05.0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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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 공학박사, 법무법인 세광 http://cafe.daum.net/Pass50

 

1. 들어가며

 

나와 친한 A 변호사가 있다. 그는 매우 선한 사람이다. 순한 사람이고, 생긴 것부터 선하게, 순하게 생겼다. 하는 행동을 봐도 선하다. 그는 나와 같은 사무실에 있었다. 내 옆방 변호사님의 고용변호사로 있었다. 올해 갓 연수원을 마치고 입사를 한 것이다. 그런데 약 6개월여 근무를 하고는 갑자기 정부 모 부처로 전직(轉職)을 했다. 나는 매우 아쉬웠다. 친한, 정을 붙이고 있는 동료가 회사를 떠나니...


2. 성격

 

그의 성격상 송무 변호사는 어울리지 않는다. 내가 해봐서 안다. 이 쪽 일은 거칠다. 나도 그 변호사에게 얘기를 했다. 당신 성격은 여기와는 안 맞는다고. 이쪽은 정말 거친 세계다. 심하게 말하면 돈을 놓고 변호사들끼리 투견(鬪犬)처럼 싸우는 측면도 있다. 사건을 이겨야 내 수입이 그만큼 늘어나므로 양보가 없고 타협이 전혀 없다. 그런데 성격적으로 그런 일들을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사실 지저분한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그런 것들을 하기는 하는데 쉽게 하지는 못한다. 하고 싶지도 않다. 그 변호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고, 그 변호사는 법조계에 발을 들여 놓은 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아 아직 이쪽 세계를 미처 자세히 알지도 못했지만, 자기가 있을 곳이 못 된다는 것쯤은 분명히 알 수 있었을 것이다. 이쪽은 얼굴 두껍고, 닳고 달아서 함부로 남들이 무시하지 못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밥그릇 챙길 수 있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연약한 사람들은 배겨나지 못한다.


3. 공직으로 가다


그 친구는 사무실에 근무하는 중 정부 부처에서 뽑는 자리를 알아봤다. 그리고 은연중에 응시를 하였고, 합격을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자기 보스에게 얘기를 했다. 나가야겠다고. 사무실에서는 또 부랴부랴 후임을 뽑느라 정신이 없었다. 불과 10일 정도를 남겨두고 후임을 뽑아야 하는데, 이는 고용주 입장에서는 쉬운 일이 아니다.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지원자를 받은 후 그 중 좋은 사람으로 뽑고 싶은데, 갑자기 리쿠르팅을 해야 한다면 그런 기회를 갖기 힘들다.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도 벅찬 상황이다. 결국 이틀 정도의 공백을 두고 후임자가 생겼다. 고용주는 고용변호사를 급하게 뽑느라, 그가 요구하는 조건을 다 들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겠느냐, 아쉬운 사람은 자기인데.


4. 공직에서의 시작


그 변호사는 드디어 그 정부 부처로 갔다. 전임자가 검사로 임관 되서 나가는 바람에 공석이 생겼단다. 그런데 정기 인사 때 발령받은 것이 아니라 업무 인수인계도 매우 부실했고, 새로 온 후임에 대한 연수도 거의 실시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일종의 신입사원인데, 정부에서 사용하는 업무용 소프트웨어 사용법도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곧바로 현업에 투입을 시켰다. 도대체 일을 시키더라도 알려줄 것은 알려주고, 가르칠 것은 가르치고 일을 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적지 않은 월급을 주는 변호사님을 뽑아놓고 말이다. 가르치지 않으면 결국 손해는 정부가 부담한다. 일을 못하는 피해는 결국 고용주인 정부에게 가지 않겠는가. 변호사를 뽑아놓고도, 변호사에게 어떤 일을 시킬 지 그 부처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일반 말단 직원이 하는 일을 많이 시킨다고 한다. 본인도 굳이 이런 일을 시킬 것이라면 변호사를 뽑을 필요 없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5. 다시 변호사 사무실로


그 친구는 결국 그 부처를 3개월 정도 근무하다가 나왔다. 너무 힘들었기 때문이다. 직원들의 텃세도 심하고, 업무도 그렇고, 적응을 못하고 있었다. 다른 부처는 그렇지 않은 곳도 많다. 유독 이 부처가 그런 것으로 유명하다는 말도 있다. 이 친구는 그 부처에 다니면서 박사학위를 한 다음에 대학교수 자리를 목표로 하겠다고 한때 생각도 했었다. 대학원을 다니기에는 정부 부처에 근무하는 것이 편하다. 현재 그 친구는 다시 개인변호사의 고용으로 들어가 일을 하고 있다. 차라리 그 정부부처에 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런 것이 다 성장통이다. 또 본인에게는 중앙부처에서 3개월여 일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었을 수도 있다. 남들은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저렇게 방황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자기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주 운 좋은 행운아 아니면 첫 번부터 자기의 운명의 길을 고르기는 어렵다. 또 길을 감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포기가 필요하다. 항상 더 나은 것만을 추구하여 자리를 옮기고 진로를 바꿀 것은 아니다. 대략 만족한다면 그것으로 눌러앉는 지혜가 필요하다. 선한 그 친구가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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