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변호사시험법 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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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는 변호사시험법 제정
  • 법률저널
  • 승인 2009.03.2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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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기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무국장

 

변호사시험법안이 국회 본회의(09.2.12)에서 부결됨에 따라 박선영 의원과 강용석 의원은 각각 대표발의를 통해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했다. 두 법안의 내용은 조금씩 차이가 있으나 공통된 큰 특징은 로스쿨을 나오지 않은 사람에게도 변호사시험 응시기회를 줄 수 있도록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단, 박선영 의원은 로스쿨 입학정원을 현재 2,000명에서 4,000명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강용석 의원은 예비시험에 통과한 자는 입학정원의 2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다.


예비시험 도입은 로스쿨의 높은 등록금이 가난한 법조인 지망생에게 큰 진입 장벽이 되고 있으므로 예비시험을 통해 법조인이 될 수 있는 다른 길을 터주자는 이유에서 비롯되었다. 기존의 사법시험은 일명 가난한 천재에게 신분상승의 기회로 여겨져 왔는데, 특권층을 위한 귀족학교 운운하는 로스쿨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예비시험 도입은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혜택을 줄 수 있을까?


예비시험과 유사한 사법시험의 경우를 예로 들면, 집안의 경제적 뒷받침에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은 적게는 3~4년, 길게는 10년 이상 생활비, 책값, 학원비, 독서실비 등을 혼자의 힘으로 감당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도 사법시험 평균 합격률은 4%로 매우 낮아 변호사가 된다는 확실한 보장도 기대할 수 없다. 예비시험이 도입될 경우, 이보다 더 했으면 했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로스쿨은 다양한 전공의 학부 졸업자를 대상으로 기본과목 외에 특성화 분야에 대해서도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여 다양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호사시험의 논술형 필기시험에 실무능력 평가까지 포함시키자는 논의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사법시험에서도 실무연수를 위한 사법연수원이 운영 되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예비시험 통과자들은 실무에 대해 어떻게 독학으로 해결하란 말인가? 소수의 예비합격자들을 위해 기존 사법연수원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것도 무리가 있다.


이렇듯 예비시험 출신이 로스쿨 수업 없이 동등한 정도의 능력을 평가받기 위해선 변호사시험이 기존 사법시험보다 더 합격하기 어려운 시험이 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그 취지와는 달리 ‘사법시험 낭인’ 문제보다 더 심각한 ‘예비시험 낭인’ 문제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다.


예비시험 도입은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얼핏 평등한 제도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로스쿨 제도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억지 주장일 뿐, 로스쿨이 오히려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더 유리한 제도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방안은 로스쿨 도입 논의 초기인 ‘사법개혁위원회’에서부터 충분히 검토되어 도입되었으며, 개별 로스쿨들은 경제적·사회적 취약계층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재정 마련을 위해 다각도로 고심하며 애쓰고 있다.


매년 로스쿨 입시에선 신체적 또는 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계층이 불이익이 없도록 ‘특별전형’을 실시하여 올해는 입학정원의 6.25%에 해당하는 125명이 입학하였다.


장학금 비율도 설치인가 조건 20% 보다 2배 이상 늘어나 평균 43.7%으로 지급되고 있다. 심지어 모든 입학생에게 100%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학교도 있다.


로스쿨의 학점 당 평균 등록금도 국·공립 33만원, 사립 58만원으로 오히려 타대학원 금액(국·공립 42만원, 사립 77만원)보다도 저렴한 실정이다.


즉, 로스쿨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도 학부성적, 법학적성시험 성적, 영어성적 등 입학 자격을 갖추어 합격하면 위의 여러 혜택을 통해 학업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될 수 있다.


경제적 취약계층을 위해 예비시험을 도입해야 한다면, 오히려 학비 걱정 없이 로스쿨에 다닐 수 있도록 국가의 장학금 지원 등 로스쿨 제도의 내실 강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시키는 것이 더 합리적인 방안이지 않을까?


기존 법과대학 학생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현행 사법시험 합격률은 평균 4%대에 불과하며, 법과대학 출신자의 합격률은 전국 법과대학 입학정원 대비 사법시험 합격자 비율을 기준으로 볼 때, 10%에도 이르지 못한다.


또한 최근 4년간 사법시험 합격자의 1% 이상을 배출한 대학은 14개교로서 전체 합격자의 91%를 차지하고 있고, 이들 대학 모두와 그 외 우수한 11개교가 로스쿨로 전환한 점을 고려해 볼 때, 로스쿨로 전환하지 못한 대학의 법과대학 학생의 기득권 보호를 위하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더욱이 정부의 변호사시험법안에 따르면 사법시험이 2017년까지 유지될 예정이므로, 로스쿨 비진학자도 사법시험을 통해 법조인 진출의 길이 열려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로스쿨은 기존 사법시험의 ‘시험을 통한 선발’로부터 ‘교육을 통한 양성’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즉 로스쿨 제도하에서 변호사는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했기 때문이 아니라 로스쿨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되는 것이다. 반면 예비시험 도입은 로스쿨을 출범시켜 놓고 그 근간을 흔드는 제도로서 로스쿨 도입 취지의 성과를 기대할 수 없게끔 한다.

 

따라서 국민들의 권리와 재산을 다루기 위해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변호사시험은 로스쿨에서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마친 사람만 응시할 수 있도록 하여 예비시험 제도는 도입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변호사시험법과 관련하여 예비시험 외에도 변호사시험 관리위원회 구성이나 시험 과목 등 다른 사안에 대해서도 로스쿨 도입 취지에 맞게 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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