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판검사들이 사퇴하는 이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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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판검사들이 사퇴하는 이유(1)
  • 법률저널
  • 승인 2009.03.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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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들이 사퇴하는 이유(1)

 

판검사들이 그만두고 변호사를 하는 이유가 무얼까 궁금했다. 요즘(2-3월) 특히 인사철이라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다.

한 판사는 판사를 몇년 정도 해서 단독판사가 되었을 때 옷을 벗었는데, 옷 벗은 이유에 대해 물어보니 가장 큰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였고, 그 외 판결에 대한 자신이 없어지는 문제 등이 있었다고 한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교회에서 적극적인 선교활동 등을 하고 싶었는데, 법관으로서 너무 바쁘기도 했고, 교회활동에 그렇게 매달릴 여유가 없어서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또한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의 그는 법원 내에서 사건검토하고 법리적용하는, 어떻게 보면 외부세계와 단절(?)된 것 같은 생활에 답답함도 느꼈다고 한다. 또한, 재판을 진행하면 할수록, 판사가 되었던 처음에는 한 사건 한 사건 마치 내 사건처럼 심혈을 기울여 재판을 했으나, 여건상 너무나 많은 사건이 몰려들다보니 모든 사건을 그렇게 시간과 노력을 들여 처리할 수 없었고, 그 한 사건 한 사건이 당사자에게는 일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건들인데 내가 그 사건을 그 중요성에 상응하게, 깊이있게 검토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이 들었다고 한다. 그러한 두려움도 판사를 그만둔 중요한 이유라고 한다.

 

변호사를 하고나서 큰 후회는 없다고 한다. 다만, 변호사를 해보니 판사들이 이런 점을 고치면 더 나은 재판이 될 것이라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법정에서 판사로서 재판을 할 때와 아래에서 변호사로, 당사자로 재판을 받을 때 큰 시각차가 있다고 한다. 당사자들은, 법정에서 판사에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싶어 하고 판사가 그것을 잘 들어주면 나중에 판결 결과가 설사 자기 뜻에 맞지 않더라도 공정한 판결이라고 생각하고 후련하게 생각하며 판사에게 고맙게 생각한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법정에서 하고픈 말을 하고 판사가 경청하는 것에 대해 매우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부 판사들은 법정에서 당사자들을 위압하여 주눅들게 하고, 말을 막고, 심지어 변호사들에게도 면박을 주는 경우가 간혹 있는데, 그러한 경우 그 판사가 나중에 아무리 사건 기록을 꼼꼼히 검토하고 완벽한 판결문을 작성한다고 해도 당사자들은 그 판사나 판결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차라리, 법정에서 잘 들어주고 나중에 판결문 쓸 때 대충 써버리는 것이 당사자에게는 더 고맙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판결문 내용을 자세히 검토하는 당사자는 별로 없다. 다만 주문(결론)만 볼 뿐이다. 또 법원에 있을 때는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반 경험칙에 비추어...’라는 표현을 쓰면서 사실판단을 하는데, 자신이 변호사를 하면서 만나본 당사자들은 통상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들도 많이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계약서 등 서류에 의한 거래를 잘 안하고 대개 구두로 약정하는 오래된 습관이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판사들이 경험칙이라고 하는 것도 실제 사람들의 생활과는 동떨어진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변호사로 있어보니 어떻게 하는 것이 잘 하는 재판인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다른 판사들이 어떻게 하는지 알기 어렵다. 같이 어울리고 밥을 먹고 술을 마시면서 ‘아 저 판사는 성격이 좋으니 재판도 잘 하겠지’라고 생각을 하였는데 막상 그 판사가 하는 재판에 들어가서 보니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판사는 처음 배석 5년을 하면서 부장판사의 재판진행을 보는 것이 전부다. 그것도 법무관 출신들은 군대 3년을 제하고 2년만 배석을 하게된다. 따라서 다른 판사들의 재판 진행을 두루 살펴볼 기회가 없다.

 

그 판사는 자기가 만약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 판사를 하게 되면 그전보다 훨씬 잘 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판사를 할 때는 법조일원화(5년 이상 경력 변호사 중에서 판사를 뽑는 제도)를 좋아하지 않았는데, 자기가 변호사를 해보니 그 제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판사가 다시 법원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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