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가 쓴 ≪입연기(入燕記)≫를 보면 청나라 연경에 연행사 일행으로 떠나는 사위 이덕무에게 장인이 베로 만든 적삼과 바지 두 벌 그리고 풍안경(風眼鏡) 하나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풍안경은 눈과 렌즈 사이의 공간을 막은 안경으로 먼지나 바람이 눈에 들어가지 않게 한 요즘의 고글과 비슷한 것입니다.
조선 후기 오군영의 하나인 금위영(禁衛營)은 말 타는 기병이 많았습니다. 이 금위영에 지급된 군수물자 중 풍안경은 무려 530면으로 기병에게 한 개씩 주었을 정도라고 합니다. 말을 타고 달리면 흙먼지가 생겨서 눈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 풍안경은 기병대에게 필수품이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엔 석회가루나 쇳가루를 방사해 적의 시력을 상실케 하는 화학전을 벌이기도 했는데 이때도 꼭 필요했습니다. 또 중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에게 선물로도 많이 주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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