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관평가제 필요하지만 변호사도 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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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평가제 필요하지만 변호사도 당사자다
  • 법률저널
  • 승인 2008.12.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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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변호사회가 본격적으로 법관평가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변호사들의 판사 평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재판에 임하는 법관의 태도와 말씨, 친절도 등 자질 및 품위, 재판의 공정성, 사건처리 태도 등 17개 항목을 놓고 '매우 좋다'부터 '매우 나쁘다'까지 5단계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평가결과는 공개되지 않지만 평가자료를 인사 등에 활용하도록 대법원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서울변호사회의 평가 방침에 대해 사법부쪽은 법관의 독립성과 재판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도 있다며 벌써부터 우려와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법관 평가라는 사법사상 초유의 작업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대해 사법부 스스로 자문해볼 일도 적지 않다. 일부 법관의 경우 부여된 권한을 과도하게 행사한 나머지 '법정의 왕'으로 군림하며 고압적이고 불성실한 재판 모습을 보이면서 원·피고뿐 아니라 소송대리인, 검찰까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게 현실이다. 최근 법률소비자연맹이 실시한 2008년도 법정모니터 결과, 법원이 이전보다 많이 개선되었지만 일부 판사들이 재판 도중 졸거나 피고인에게 반말을 하는 등 눈총을 살 만한 재판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아직도 법원이 소비자 중심의 생각이 아니라 법원중심의 권위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측면이 많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재판의 공정성마저 의심을 사면서 결과적으로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깎아내리는 현상까지 초래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법관 평가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이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불가침의 영역이나 다름없었던 판사의 재판 진행에 대해 적절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고 법관 평가로 사법신뢰 회복의 기초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사건 당사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담당 판사를 평가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는 상황이다. 우선 법관 평가를 긍정적으로 보면 평가제 도입으로 고압적이거나 불공정한 재판 진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다. 또 판사는 크고 또렷한 목소리로 말하고, 변호사와 증인에게 정중한 언어를 사용할 것이다. 시간에 맞춰 정확히 법정에 들어서고, 재판 도중 절대 조는 일이 없으며, 소송당사자나 증인이 법률 용어나 절차를 잘 모르면 친절하게 설명도 해줄지 모른다.

그러나 변호사의 법관 평가 뒤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변호사의 법관 평가는 변호사가 제3자로서 객관적이고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거나 그런 위치에 있느냐는 것이다. 변호사는 소송 의뢰인에게 법률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는 당사자의 일방이다. 재판의 승패에 따라 이익의 규모가 달라진다. 따라서 변호사들이 아무리 공정한 잣대로 법관을 평가하더라도 자신이 수임한 재판의 승패 여부를 초월해 재판 진행을 평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승소 판결을 내린 재판장에 대해서는 설사 재판 운영이 공정하지 못했더라도 높은 점수를 주게 되고, 반대의 경우 낮은 점수를 주면 결과적으로 재판장이 변호사의 평가를 의식하게 되고 재판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참에 우리는 변호사가 아닌 객관이 담보되는 제3자에 의한 법관에 대한 평가는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법원 외부의 냉정한 평가가 재판 진행의 긴장감을 높이면서 법관의 성실성과 공정성을 한 단계 더 높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공정하고 투명한 평가가 이뤄진다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높일 수 있다. 물론 판사 평가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과학적이고도 합리적인 평가분석 시스템 구축이 전제돼야 한다. 공정한 평가조차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은 내가 바로 '神'이라고 자칭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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