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쿼터제, 또 하나의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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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쿼터제, 또 하나의 허구?
  • 법률저널 편집부
  • 승인 2008.12.19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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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데스크] 이상연 기자

 

시작부터 말이 많았던 로스쿨이 첫 전형 결과를 놓고 말이 더욱 많아졌다. 특히 지방대 로스쿨에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점령하자 지역의 균형발전과 향상된 법률서비스를 기대하면서 로스쿨 유치에 적극 힘을 보탰던 지역주민들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과연 이들 수도권 출신들이 로스쿨 졸업 후 그 지역의 법조인으로 남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원래 로스쿨 인가시 정부는 지역 간 균형을 고려하여 수도권 대학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논란에도 권역별로 로스쿨을 안배했었다. 지방대학에 일종의 우대조치를 써서 지방의 인재가 그 지역의 로스쿨을 나와서 그 지역민에게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같은 기대와 취지는 눈씻고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게 됐다. 사실 '지방대 출신이 없는 지방 로스쿨'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자율과 경쟁의 원리'라는 원칙을 무시한 채 지역균형이라는 인기영합적 정치논리에 따라 무리하고도 불공정한 방식의 지방우선 로스쿨 선정 및 인원배정을 할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이유는 수요에 대한 고려없이 공급만 늘렸기 때문이다. 절대다수의 수요가 몰려있는 수도권의 공급은 묶어두고 지방에 과분하게 배정한 탓이다. 이같은 규제로 인해 수도권 대학 출신들이 지방에 몰렸다. 문제는 지방 로스쿨을 선택한 이들이 그 지방에 정착해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서울소재 로스쿨의 문호가 좁다보니 임시방편으로 지방에 가서 변호사자격을 취득하고 보자는 식이었다.


결국 지방 로스쿨은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법률가를 양성해 놓지만 고스란히 수도권으로 유출시키는 꼴이고, 수도권 출신 지방 로스생들은 훨씬 더 많은 교육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균형발전의 논리가 오히려 지방 로스쿨을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족쇄가 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로스쿨 결과를 놓고 지역인재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민주당 정세균 의원은 지난 12일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로스쿨법)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로스쿨 설치인가의 기준으로 '지역균형'을 추가하고 전국을 권역으로 나누어 권역별로 설치인가를 선정하도록 하고(안 제6조), 학생구성의 기준으로 지역균형을 추가하고 해당 권역에 소재하는 대학의 학사학위를 취득한 자의 비율이 전체의 2분의 1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안 제26조)는 것이 주요 골자다. 즉 지방 로스쿨이 임의로 본 대학 출신 혹은 해당 권역 출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이는 법조인 배출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는 것을 방지하여 지역의 다양한 이해와 요청을 충실히 반영하는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이 개정안은 국회의원 69명이 서명해 공동발의됐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 계류중에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을 곱씹어보면 지역균형이라는 실효성을 담보할지 의문이다. 우선 지역할당제 규정이 임의규정이라는 점이다.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방 로스쿨의 입장에서 과연 규정에 따르겠냐는 것이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합격률이 낮아지게 되고 지원자도 줄게되어 결국 문을 닫아야할 처지인데 지방발전이라는 명분을 지키기 어렵게 된다.


또한 지역할당제는 학생 선발의 '보편적 교육기준'에도 맞지 않다. 기회의 평등보다는 결과의 평등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정책은 또다른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해 전형 결과만을 놓고 성급한 처방보다는 시간을 두고 모든 문제점들을 종합해 로스쿨의 당초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야 할지 않을까.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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