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 - 법조경력과 법률 지식(1)
상태바
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 - 법조경력과 법률 지식(1)
  • 법률저널
  • 승인 2008.11.14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 - 40

 

1. 서
연수원 다닐 때 들은 얘기다. 법조인 중에서 법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연수원 갓 졸업한 사람이라고. 그 때는 그 말이 와 닿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이 사실이고, 그 말에 덧붙여, 연수원 갓 졸업한 사람이 아니라 사시를 갓 붙은 사람이 가장 법에 대해 잘 안다는 생각(확신)을 갖게 됐다.

2. 우리 사무실의 예


우리 법인은 변호사님들끼리 점심을 먹는데, 점심의 주된 화제는 골프 얘기 등 잡다한 얘기와 사건 이야기다. 각자 사건을 하다가 궁금한 내용들을 꺼내어 공개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다.

 

우리 법인에는 고등부장판사를 하신 분도 있고(이분은 법조경력 40년정도이고 25년 정도 판사생활을 하시고 15년 정도 전에 판사를 퇴직하고 개업하신 분이다) 법조경력 20년 정도에 사법연수원에서 변호사과목을 강의하고 서울 모 대학 겸임교수도 하고 있고 박사과정 수료(졸업이 아니다)까지 하신 분도 있고, 또 역시 법조경력 20년의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변호사님도 있고, 나를 비롯해서 법조경력 3-4년차 변호사도 있고, 올해 막 연수원을 수료한 신참 변호사도 있다.

 

질문의 내용은 주로 실체법에 대한 관한 것인데 예를 들면 채권자가 채무자의 재산을 가압류 했을 때 채권의 소멸시효가 계속 진행하는지 아니면 중단되는지 돈 받을 사람이 일정 기간 동안에 재판상 청구를 하지 않으면 소멸시효 기간이 지나 돈 받을 권리가 소멸한다. 이를 방지하는 것이 소멸시효 중단이고, 가압류가 거기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질문 등이다.


이런 질문이 나왔을 때 여기저기서 의견을 말하는데, 뚜렷하게 권위(?)있는 정확한 답이 안나올 듯 하면 젊은 변호사들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젊은 변호사가 대답하면 다들 수긍한다. 대체로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은 법조경력이 짧을수록 정확하게 알고 있다. 3-4년차 변호사가 하는 말보다 신참 변호사가 하는 말이 더 권위(?)가 있고 힘이 있다. 그의 말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공부한지 얼마 되지 않아 기억이 가장 생생하기 때문이다.


3. 잊혀지는 과정


법조인이 알아야 할 것에는 실체법(민법, 형법 등 권리관계를 규정하는 법)과 절차법이 있는데, 사법시험에서는 주로 실체법 위주로 공부를 한다. 그러나 실무에서는 절차법과 법률에도 나와 있지 않은 소송 실무가 많이 필요하고, 경력이 쌓이면서 이런 실무 노하우가 늘어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사시 공부과정에서 배웠던 실체법 지식들이 차츰 잊어버리게 되어 나중에는 자신이 없어지게 된다. 우리는 판례가 매우 중요한데 일단 변호사가 되고나면(판검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신 판례를 공부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매년 수백건의 중요판례들이 쏟아져 나오고, 법률의 개정에 버금갈 정도의 중요한 판례들도 나오는데 이런 것들을 업데이트 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어느 60대의 변호사님은 1990년에 나온 대법원 판례를 몰라 재판에서 그에 반하는 주장을 하다가 곤란한 일을 겪기도 했다. 그분이 1970년대에 사시에 합격했다면 80년대 이후 나온 숱한 대법원 중요판례를 몰랐을 가능성이 많다. 나 역시 그렇다. 내가 시험을 치른 2001년까지의 판례는 거의 다 배웠지만 그 이후 현재까지 7년간의 판례는 거의 잘 모른다. (그 사이에 중요판례가 나오지 않았기를 기대하고 예전 내가 공부했던 판례들이 그대로 유효하기를 바랄 뿐이다.)

 

사시를 공부할 때는 민법, 형법, 상법, 행정법, 헌법, 가족법, 각종 소소한 법까지 매우 망라해서 배운다. 그런데 연수원을 가면서 2년간 실체법 공부는 뒷전으로 밀리고 판사의 판결문, 검사의 공소장, 변호사의 변론서면 작성하는 기술 내지 형식(?) 위주로 공부를 한다. 실체법은 다 알고 있다는 전제에서 소송 실무를 가르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사시 공부할 때 익혔던 실체법 지식들이 어느 정도 잊혀진다.

 

최규호 변호사 공학박사, 법무법인 세광 http://cafe.daum.net/pass50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