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2) - 1L의 하루
상태바
미국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2) - 1L의 하루
  • 법률저널
  • 승인 2008.09.26 10: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주니 미국 변호사

 

1L이라 불리는 미국 로스쿨 1학년들은 로스쿨 3년 중 가장 많은 양의 공부를 소화해야 한다. 법률용어는 어찌보면 새로운 언어라 할 수 있을 만큼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가 아니어서 소화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학업 분위기 자체가 워낙 경쟁적이다 보니 한 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서 더욱 그렇다. 미국 로스쿨을 졸업한 이들은 1L 생활을 두렵고 (frightening), 혼란스럽고 (confusing), 학업량에 짓눌린다 (overwhelming)라고 표현한다. 그렇지만 1L 생활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것은 아니다. 1L의 첫 학기는 크게 3단계로 나뉘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기 첫 주, 9월과 10월, 그리고 11월과 12월. 각 단계별 1L의 하루는 꽤 많은 차이가 있다. 미국 로스쿨 입학을 앞두고 있다면 각 단계별로 자신의 첫 학기 경험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두는 것도 로스쿨 준비를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학기 첫 주: 교과서를 사느라 수 백 달러를 지불한 후 강의실 위치를 파악하고 첫 강의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주어진 판례를 읽으면서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몰라 헤매다 보면 학기 첫 주가 시작된다. 보편적으로 학기 첫 주가 가장 혼란스럽고 두려울 수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철저히 상대 평가로 성적이 결정되는 시스템에서 첫 대면한 동급생들의 실력을 과대평가하기 쉽기 때문이다.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많은 학생들은 자신이 어느 대학에서 학부를 했는지, 어떤 커리어를 가지고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 떠벌리듯이 이야기하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강의 중 call on이 되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어휘력과 논리로 교수님 혹은 판례에 나와있는 내용을 반박하는 학생들의 수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가 경험해 본 결과 그런 것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 하버드대학교를 나왔건 골드만삭스에서 잘나가는 Investment Banker였건 결국 학기말에 높은 성적을 받는 이들은 가장 성실히 공부한 이들이다. 필자가 로스쿨 1L때 1학년 과정 중 여러 과목에서 CALI 상 (각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얻은 학생에게 로스쿨이 주는 상)을 받은 학생의 경우 1학년 내내 수업시간 때 거의 말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상당히 겸손했다. 나중에 그 학생과 친해진 후 알게 된 건 그 학생이 거의 매일 밤 늦게까지 자신의 아파트에서 수업 내용 복습과 예습을 철저히 했다는 것이다. 결국 로스쿨 성적을 결정짓는 건 화려한 이력이나 어휘력이 아니라 철저한 예습과 복습일 뿐이다.

 

9월 - 10월: 미국 로스쿨 1학기 중 처음 두 달은 학부때와 상당히 비슷하다. 1L의 경우 학교측이 정해준 스케쥴대로 수업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아침 9시 혹은 아침 11시 수업으로 시작된다. 오전 수업이 끝나면 전날 읽었던 교과서를 훑어보면서 오후 수업을 준비하게 된다. 오후 수업이 끝나면 저녁 식사 후 다음날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서 보통 60-80장 정도의 교과서를 읽은 후에는 자유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학부때와 상당히 비슷하다고 느끼겠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1) 읽어야 하는 분량이 상당히 더 많고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점과 2) 예습이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 사항 (강의 중 교수님이 call on을 했을 때 창피를 당하지 않으려면) 이라는 점이다. 주말을 즐길 정도의 시간적 여유가 있는 기간인 만큼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11월 - 12월: 보편적으로 10월 중순 혹은 11월 초부터 대부분의 학생들은 outline을 작성하기 시작한다. Outline이란 강의 내용과 판례 내용 등을 기말 고사를 대비해서 작성하는 일종의 요약노트인데 목차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학기초에는 주말을 이용해서 outline을 하기 시작하지만 11월 중순쯤부터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본격적으로 수업 외 공부시간을 대폭 늘리기 시작하면서 outline 작성에 박차를 가한다. Outline을 일찍 시작할수록 학기말이 좀 더 수월해지긴 하지만 너무 일찍부터 진을 빼놓으면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에 페이스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11월 전까지는 많이 쉬어두고 11월 중순부터 본격적으로 outline 작성에 들어가는 것이 좋다. 11월 중순부터 1L들은 보통 기상, 오전 수업, 점심/예습, 오후 수업, 저녁, 수업 준비, Outline이 하루 일과가 된다. 주말의 경우 일어나서 하루 종일 outline에 매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극히 드물게 2, 3학년 선배가 작성했던 outline과 참고서만으로도 상당히 좋은 성적을 받거나 성적에는 별 관심이 없던 학생들의 경우 12월 기말고사 기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outline을 시작하기도 한다.

 

미국 로스쿨은 professional school로 분류된다. 따라서 공부를 강요하는 제도가 없는 대신 결과에 대한 책임도 온전히 본인이 져야 한다. 이런 제도를 처음 접하게 되는 1L들에게 학기말까지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지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해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미국 로스쿨은 교과 과정의 특성상 제출해야 하는 숙제나 중간고사, 쪽지 시험 등의 제도가 거의 없기 때문에 매일매일 자신과의 싸움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결국 1L 성적을 좌우할 수 밖에 없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