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보다는 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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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보다는 의무를
  • 법률저널
  • 승인 2008.09.11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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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복 판사            


권리(權利)란 어떤 일을 행하거나 타인에 대하여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힘이나 자격을 말하고, 의무(義務)란 규범에 의하여 부과되는 부담이나 구속을 말한다. 결과론적으로 일언하면 권리는 이득을 주고 의무는 손실을 준다. 권리와 의무의 관계는 빛과 그림자와 같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듯이 권리가 있는 곳에 의무도 반드시 따르게 마련이다. 이러한 권리와 의무는 개인과 국가 간, 개인과 직장이나 조직 간, 이웃 간, 개인이나 가족 상호간에도 존재한다.

 

민주국가의 발전으로 사람들의 권리의식이 지나칠 정도로 고취되었다. 부당한 손해는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호락호락 부담하지 않으려 한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원활하게 잘 돌아가는 것보다는 각자 자기의 것은 꼭 찾아 먹겠다는 이기주의가 점점 더 팽배해져 가는 것이다. 그리하여 ‘내 뒷마당에서는 안 된다(not in my backyard)’는 님비(NIMBY)현상과 같은 지역이기주의마저 생겨나게 되었다.

 

타인의 의무는 당연시하거나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자신의 의무에 대하여는 눈치껏 소홀하거나 아예 외면하는 풍조도 생겼다. 타인의 권리는 깡그리 무시하거나 경시하면서도 자신의 권리는 철저하게 찾아먹겠다는 투철하게 왜곡된 권리의식이 부지불식간에 퍼져나갔다. 그러다보니 자신에게 부과된 의무가 조금이라도 부당하거나 자신의 권리가 조금이라도 침해되었다고 여겨지면 어김없이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하고 안 되면 끝장을 보겠다며 이판사판으로 덤벼든다. 남의 사정은 아랑곳없이 남의 것을 빼앗아서라도 제 배만은 채우겠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마저 드러내 보이고 있는 것이다.

 

양보나 관용이 미덕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자신과 관련이 없을 적에는 아름다운 미담이 되나 자신의 이해가 조금만이라도 얽히게 되면 박절하게 따지고 챙기는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가자면 조금은 손해 보더라도 양보하고 너그러이 포용하는 관용의 미덕을 보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모범시민은 현실을 모르는 무능한 바보천치취급을 받는 것이다. 영 그게 아니다 싶어도 가만히 입 다물고 있으면 모르되 괜히 나서서 공자 왈 맹자 왈 한마디 하게 되면 가을 곡식 도리깨질 당하듯 집단성토를 당하기 일쑤이다. 무슨 시대착오적인 잠꼬대냐고. 

 

개인과 국가 간의 권리와 의무에 대하여 개인의 바람직한 자세에 대하여는 벌써 40년여 전이지만 미국 케네디 대통령의 취임연설이 적확한 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시기 바랍니다(Ask not what your country can do for you, ask what you can do for your country).” 어찌 개인과 국가에 한정된 지적이리요. 개인과 직장이나 조직이나 단체 간, 심지어 가족이나 개인 간에도 여실히 들어맞는 촌철살인의 명언이 아닐는지.

 

침묵하는 다수가 있기는 하다. 숨어 덕을 베푸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권리보다는 의무에 충실한 사람, 희생과 봉사와 자선을 베풀면서도 드러내거나 생색내지 아니하는 사람. 세상에는 양지도 음지도 있게 마련이지만 여전히 음지보다는 양지가 더 많기는 하다. 누가 뭐래도 그래서 세상은 아직도 살만한 곳이다.

 

아무리 그렇다 손치더라도 권리보다는 의무를 먼저 생각하는 반성은 필요하다. 이해타산에 민감하여 따지기보다는 모듬살이의 의미를 곱씹어보아야 한다. 세상은 나 혼자가 아니라 나와 너, 우리와 너희가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곳이고, 모두가 제 것을 찾겠다고 아우성치면 혼돈(混沌)만이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 발 물러서고 한 번 양보하고 조금 손해 보며 때로는 희생과 음덕을 베풀 수 있는 곱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가득한 사회를 그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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