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로스쿨 일기 ⑤
상태바
일본 로스쿨 일기 ⑤
  • 법률저널
  • 승인 2008.09.05 12: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법무 실무 연수를 다녀와서…
                                                       양석인


안녕하세요, 류코쿠대학교 로스쿨의 양석인입니다.


오늘은 제가 지난 봄에 이수한 법무연수라는 과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법무연수라는 과목은 로스쿨생을 약 3주간에 걸쳐 일선 변호사 사무실에 파견하여 실무를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실습과목입니다.


저는 일본의 오키나와라는 곳에서 연수를 받고 왔는데요, 오키나와는 19세기 들어 일본영토가 된 곳으로 지금도 고유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는 이색적인 곳입니다. 지난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연합군과 일본군이 치열한 지상전을 벌였고, 전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전역이 미군기지로 사용되는 아픔을 겪고 있는 곳입니다. 미군기지문제는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독자 여러분들도 쉽게 상상이 가시리라 생각되는데요, 오키나와에서도 미군기지를 둘러싼 크고 작은 법적 문제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연수를 받고 온 법률사무소에서도 다수의 미군기지관련 소송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오키나와에서 미군에 의한 여중생 폭행사건이 발생, 자유법조단(自由法曹團;우리나라의 민변에 해당하는 진보성향의 변호사단체)이 개최한 기자회견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국가 그리고 군대라는 거대한 공권력에 맞서는 시민들과 변호사들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기자회견후 저의 지도 변호사인 아라카키 츠토무(新垣 勉)씨는 '내 고향 오키나와는 군대보다 푸른 자연이 더 잘 어울리는 곳인데…'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시민의 삶을 파괴한 전쟁과 미군기지, 오키나와는 일본 제국주의가 치루었어야할 대가를 대신 치룬 우리나라와 같은 아픔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연수기간 중 약10여건의 민사사건을 다루면서 실제 소송에서 사용되는 수많은 서식(소장, 진술서는 물론 어음, 등기, (운송계약에 사용되는)송장 등)들을 실제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아쉽게도 형사사건은 연수기간 중 큰 소송이 없어 직접 접할 수는 없었습니다). 더 나아가 법률상담에 참석하거나 의뢰인의 진술을 바탕으로 진술서를 작성하기도 했으며, 변론기일에는 지도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기도 했습니다. 또 채무명의를 법원에 제출하여 강제집행을 신청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일본변호사와 변호사사무소의 업무에 관해 많은 것을 접하고, 또 많은 것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연수는 매우 유익한 경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수기간 중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은 일은 한국에서 온 한 기업인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거래상대인 일본기업(오키나와에 공장이 있다고 합니다)이 매매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는 간단한 상담내용이었지만, 그는 제가 일본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고자 마음먹었을 때 생각하고 있던 미래의 제 고객의 모습이었기에 이날의 만남은 제게 매우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사람과 물건, 정보가 빈번히 국경을 넘는 현대사회, 외국에서 권리를 다퉈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사람 한사람의 권리가 국경을 넘어서도 충분히 보장되는 사회, 지금까지의 한일관계는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었기에, 그 실현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저는 교토로 돌아왔습니다.

 

사진: 법무연수 당시 일본의 지방법원 앞에서 포즈를 취한 필자의 모습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