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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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 30
  • 법률저널
  • 승인 2008.08.2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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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로펌변호사들(2)

 

8. 로펌도 기업이다.


이 친구 얘기를 여러분에게 하는 것은, 로펌이 어떤 곳인지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로펌에 대한 환상이 있다면 버려라. 로펌은 변호사들을 착취하는 성격도 있다. 변호사들은 그런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 변호사에게 세전 1억 5천만원 정도의 급여를 준다면, 로펌은 최소 5억원의 매출을 그 변호사로부터 뽑아내야 한다. 즉 그 변호사는 로펌에 5억원어치 일을 해줘야 한다는 뜻이다. 그것은 최소한이고, 그 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일을 해야 하고, 로펌에서 요구하겠는가. 죽어라하고 일을 시킨다.


9. 로펌에 맞는 성격


그러한 타이트한 생활이 크게 어렵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내 친한 변호사 하나도 별 어려움 없이 잘 견디고 있다. 아마 성격적인 면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위에서 든 친구는 리버럴한 스타일이었고, 지금 말하는 변호사는 잘 순응하고 현실에 잘 적응하는, 묵묵히 잘 참는 스타일이다. 로펌에서도 이러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부려먹기 편하니까. 위에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아무소리 안하고 잘 따라오니까.


9. 점심약속


앞에서 말한 탈출했다는 로펌변호사 친구는 K다. 그 친구와 어제(2008. 6. 10.) 점심을 먹었다. 그 친구와는 사무실은 가까이 있으나 자주 보지는 못하고 전화만 가끔 해왔다. 5월 달에 전화를 했으나 통화가 잘 안됐다. 어렵게 며칠 전 통화가 됐고 어제 점심을 같이 했다. 저녁은 약속이 많아 점심을 선호했다.

 

내가 가든지 그가 오든지 해야 했는데, 약속을 청하는 것이 나인지라, 내가 가겠다고 했고 K도 동의했다. (그가 오면 내가 약속장소를 선정하고 예약하고 점심값도 내가 낸다) 11시 40분쯤 사무실을 나가 그의 사무실 근처에 가서 전화해서 내려오라고 했다. 걸어서 가니 10분 거리였다. 내 사무실은 서울지방검찰청 정문 옆이고, 그의 사무실은 서울중앙지방법원 동문 아래에 있다.

 

약속장소는 특별히 예약을 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나와 만나 악수를 하는데 손에 힘이 장난이 아니다. 요즘 몸 상태가 매우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 네팔 여행


그 친구는 5월 3일부터 3주간 태국 치앙마이와 네팔을 여행했다고 한다. 귀국한지 2주 밖에 되지 않았고, 전체적으로 동남아인에 가깝게 그을려 있었다. 사무실을 어떻게 하고 그렇게 갈 수 있느냐고 물으니, 공산제 사무실이라 본인이 출근 안 해도 큰 지장 없이 돌아가고, 그 달의 본인 수입도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았다. 공산제의 장점이 꽤 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산제를 하면 결국 각자 계산이고, 혼자 장기간 사무실을 비울 수 없고, 매달 수입이 들쭉날쭉한데다가, 장기간 여행을 가면 그 달의 수입은 포기해야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완전공산제(사무실의 매출에서 비용을 제한 후 남는 순이익을 균분하는 것이다)를 하고 있는데, 이 친구 성격에도 맞고 잘 선택한 것 같다. 그 사무소에는 최근 한 변호사가 추가 되어 6명으로 늘었고, 향후 더 확장하여 5-10년 후에는 좀 편하게 살 수 있으면 하는 기대를 친구는 하고 있다. 이런 점은 독자적으로 일을 하는 나와는 많이 다른 것으로 안정적인 면에서는 친구가 부럽다.

 

이 친구는 원래 여행을 좋아하는 친구이며, 위에서 말한 대로 사시 1차를 쳐놓고 혼자 태국으로 2주 정도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고, 연수원 2년차 말에 유럽 여행 장기간 다녀오기도 했고, 이번에 네팔에 다녀온 것이다. 처음 2일은 방콕에서 지내고 10일간 네팔에서 잘 지내고 귀국예정이었는데 한국 돌아오기 싫어서 태국에서 급한 사건 서면 작성해서 보내고 다른 변호사에게 법정 들어가라고 하고 부인과 7살 딸과 치앙마이로 날랐다 한다. 거기서 1주일을 더 보내고 3주를 채워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부인 왈, 그 로펌에 있다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한다. 거기 있었으면 이런 것 꿈도 못꿨을 것이라고 말이다.


11. 빅펌에 대한 소고(小考)


그 친구 말에 따르면 빅펌 변호사 생활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한다. 일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빅펌에 있을 때와 지금 개업해서 일의 양을 비교해 달라 하니, 3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한다. 개업한지 일 년 동안 야근은 10번 미만했다고 한다. 저녁에는 영업을 위해 사람들 만나 술 마시고, 골프 연습도 시작했다고 한다. 그 친구는 영업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데, 일을 하다 보니 영업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어 할 수 없이 하는 것 같다.

 

그 친구 왈, 빅펌 변호사들이 다 힘들어하는데, 개업을 하거나 사내변호사로 자리를 옮기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란다. 빅펌 변호사는 연수원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취직한 경우가 많고 대개는 20대 중후반에 취직을 하여 사회 생활을 모르고 취직한 사람들이라, 바깥의 일이 어떤지 잘 모른다. 모범생으로 공부만 하다가 빅펌에 들어갔다고 생각하면 되고, 그런 사람들은 잘 참고, 또 변화를 두려워하고 모험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쉽게 자리를 옮기지 못하는 것이란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말이다. 모범생일수록 변화나 모험을 두려워한다.

 

빅펌에서 3년을 있었는데 처음 1년 반은 송무를 했고, 그 다음에는 스스로 원해서 회사 자문으로 옮겨 1년 반을 더 했다. 그런데 너무 힘들다보니, 몸과 마음과 정신이 다 따로 놀아서 행복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한다.


12. 리버럴함


그 친구는 이번에 봤을 때도 노타이 차림이었다. 점심을 먹으러 가면서도 자켓을 걸치지 않았다. 지난번 개업한지 얼마 안 돼 갔을 때는 아예 면바지에 남방 차림이었다. 일하는 분위기나 사무실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보통 변호사들은 정장 차림으로 출근하는 것은 물론이고, 잠시 점심 먹으러 갈 때도 자켓을 걸치고 제대로 하고 나간다. 노타이는 거의 상상하기 힘들고, 불편하고 업무능률이 떨어지더라도 복장은 제대로 갖출 것을 요구한다. 나도 워낙 실용주의자라서 노타이, 노자켓 차림으로 출퇴근을 한 적이 있었다. 자켓은 사무실에 두고 재판 갈 때는 걸치고 갔다. 출근길에 연수원에서 변호사 과목을 담당했던 변호사 교수님을 우연히 뵀는데, 나보고 질책을 하면서 ‘이게 뭐야, 사무장이야?’라며 옷차림을 나무랐다. 변호사가 할 옷차림이 아니라 사무장이나 하면 하는 옷차림이라는 것이다. 그 이후 내 생각도 바뀌었고 차츰 정장으로 출퇴근을 하게 되었다.

 

옷차림이 잘 차려져 있으면 전화나 대면으로 다른 사람들을 상대할 때 자신감이 있다. 그런데 옷차림에 자신이 없으면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을 왠지 꺼리게 된다. 그것이 옷차림의 영향인 것 같다. 언젠가 편하게 입고 다닐 때였는데, 이상하게 자꾸 다른 사람들과 연락하거나 만나기가 부담스러워졌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옷차림이 허술해서였다. 그 다음부터는 제대로 신경을 쓰고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음은 물론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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