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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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방법
  • 법률저널
  • 승인 2008.07.1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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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공부를 처음 시작한 것이 99년 7월경인데, 그 때 책을 사들고 읽기 시작할 때 잠시 헷갈린 위험한 적이 있었다. 책을 읽어 나갈 때 눈으로만 대충 보고, 머리는 따라가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읽을 때도 있었고, 또 머리가 함께 따라가며 읽을 때도 있었다. 그 두가지 방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다. 눈으로 대충 글을 읽는 것은 아침에 신문 보는 것에서 유래된 습관같다. 이미 책에서도 썼듯이 아침에 3,40분간 조선일보를 읽는다.
 
그런데 그 많은 지면의 글 중에서 내가 관심있는 것들을 찾아 읽다보니 눈으로 훑어보며 쭈욱 읽어가는, 귀신 길가듯이 대충 읽어가는 방식을 취하는데(이 방식은 내용을 집중해서 읽는다기 보다는, 그 많은 내용 중에서 내 눈길을 끌만한 것이 있는지를 수색하는 의미가 더 강했다), 아침마다 신문을 보면서 그렇게 주마간산으로, 훑어보는 방식으로 읽기를 하다보니, 도서관에 가서 법서를 읽을 때도 그런 방식으로 읽기를 하곤 했다.
 
그런데 그 방식의 읽기는 매우 좋지 않다. 읽기를 해도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 잘 남지 않는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하다가 안되겠다 싶어서 아침에 신문 읽을 때부터 머리와 눈의 속도를 맞추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신문기사가 있다고 하자(교과서 내용도 마찬가지다)
<기사 내용 - ‘유해곤충에 의한 피해 첫 인정사례’>
(서울=연합뉴스) 성혜미 기자 = 경남 진해 신항만 준설토 투기장에서 발생한 깔따구와 물가파리 떼가 인근 마을을 습격한 사건과 관련해 신항만 건설주체인 해양수산부가 거액을 배상해야 한다는 재정결정이 내려졌다.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진해시 웅동ㆍ웅천동 일대 9개 마을 주민과 상인 1천357명이 "준설토 투기장에서 발생한 유해곤충 때문에 정신적 피해와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며 제기한 재정신청에 대해 해수부가 17억6천396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30일 밝혔다. 1인당 배상금액은 거주기간과 위치, 피해 정도, 건물ㆍ선박ㆍ차량 피해, 상가의 영업손실을 모두 고려해 개인사정에 따라 최대 800만원에 이른다. 이번 결정은 국내외적으로 유해곤충에 의한 피해를 처음 인정한 사례이며 단일 환경분쟁 조정사건으로는 최다액 배상결정이다.(한국경제 2007. 7. 30.자 기사 참조)
 
위 기사를 읽을 때 먼저 ‘경남 진해’를 읽는 순간 진해의 위치가 지도상으로 어디쯤인지 파악해야 한다.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을 바탕으로 경남 해안 중에서 진해가 어디 정도에 위치해 있는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려야한다.
 
‘신항만 준설토’을 읽을 때 ‘진해에 항만을 새로 만드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신항만 건설 모습을 머릿속으로 상상을 한다.
 
’준설토‘라는 단어를 읽을 때는 ’바닷속에서 퍼올린 모래 더미‘를 연상해야 한다. ’투기장‘을 읽을 때에는 ’투기장이 무엇이지? 라는 의문을 가지며, 그렇다고 그것으로 사전을 찾아볼 필요는 없고, 아마도 준설토를 쌓아둔 곳 정도이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바다에서 건진 모래더미를 대형으로 쌓아둔 것‘을 연상해두면 된다.
 
’발생한 깔따구와 물가파리 떼가‘를 읽을 때에는 ’투기장에서 무언가 동물 떼가 발생했구나, 깔다구와 물가파리라는 것인데, 내가 모르는 것이지만, 무언가 대량으로 발생했구나‘라는 정도로 생각을 하고, ’인근 마을을 습격한 사건과 관련해‘ 부분을 읽을 때는, 무언가 작은 곤충의 무수한 떼가 인근 마을을 뒤덮고 있는 장면을 연상해라. 과거 TV에서 모기가 마을을 뒤덮어 주민들이 고생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면 그 장면을 응용하면 된다.
 
’신항만 건설주체인 해양수산부가‘ 부분을 읽을 때에는 ’신항만을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구나, 달리 할 주체가 있나?‘라는 생각을 한다. ’거액을 배상해야 한다는‘을 읽을 때에는 ’해수부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손해배상 책임을 지는구나, 그런데 그 액수가 거액이라니, 과연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재정결정이 내려졌다‘를 읽을 때에는 ’판결은 아니고 재정결정이라... 무슨 행정심판을 제기했나? 암튼 무언가 사법절차가 종료된 모양이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글을 읽어나간다.
그렇게 읽어나가면,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발생했는지,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피해가 어떤 종류인지, 피해액은 얼마인지, 또 피해자는 누구이며, 피해 종류는 무엇인고, 위 사건의 의의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하게 된다. 즉, 나중에 되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내용과 팩트가 생각나고, 누군가 물어보면 그에 대한 팩트를 대답해 줄 수 있다는 뜻이며, 시험을 친다면 어느 정도 정확한 답을 찍을 수 있다는 말이다.
 
항상(가능하다면) 읽을 때는 이미지를 연상하면서, 이미지로 바꾸어 이미지로 외우는 것이 좋다. 이미지 하나를 외우면 그에 관련된 많은 팩트를 외울 수 있다. 또한 이미지로 외우면 오래가고, 외우기도 쉽다. 문장, 혹은 언어로 외우기는 매우 어렵다. 사람들이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자기 머리가 기억하는 이미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달리 방법이 없으니 언어와 문자를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언어를 통해서 이미지를 형상화한다면 그것이 의사소통의 가장 주된 목적이 된다. 아뭏튼 모든 것은 되도록 이미지를 떠올리며 읽어가도록 노력해라.
 
이미지 연상이 적합하지 아니한, 추상적인 내용들도 있다. 예를 들면 행정법과 관련하여 어떠한 절차에 부과되는 조건들이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내가 그 법령의 규율을 받은 사업을 하는 당사자라고 가정을 하고 향후 진행될 절차를 그려가며 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떻게든 내용에 몰입해서 책을 보란 뜻이다.
 
위와 같이 읽지 않고, 머리는 따라가지 않고 눈으로만 글자를 읽어나가면 내용이 머릿속에 남지 않는다. 지루해지며, 머리도 나빠진다. 반대로 위와 같이 글을 읽는다면 지루해지지 않는다. 내용이 계속해서 머리 속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이미지가 생성된다. 많은 단어와 글자, 어절들은 결국 한 그림으로 바뀌고, 머리는 그 그림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어떤 사건이 발생한 시간이 일요일 오전 11시 55분이라고 하면 머리 속으로 ‘일요일 12시 직전의 이미지’를 생각해라. 그러면 굳이 시간을 외우지 않더라도 나중에 그 시간이 언제인지 확인하고자 하면 그 이미지에서 그 시간을 유추해낼 수 있다. 위에서 진해의 위치를 머릿속 지도에서 떠올려 찍어놓았다면, 위 사건이 발생한 도시를 ‘진해’라는 언어로 떠올릴 것이 아니라 지도상의 위치를 역산해서 ‘진해’를 떠올릴 수 있다. 혹은 꼭 진해라는 도시를 외워야 한다면 진해의 특징인 ‘군사도시’ 혹은 ‘해군사관학교가 있는 곳’이라는 특징과 위 사건을 연관시켜 외우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오늘자 다른 헤드라인 뉴스를 보면, 일요일인 어제 오전 11시 55분 북한산 정상에서 낙뢰가 떨어져 정상에서 휴식 중이던 30여명의 등산객들이 감전되어 5명이 사망하고 10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렇다면 기사에서 묘사된 정상 부근의 광경과 등산객들을 이미지로 연상해내며 읽어가야 한다.
 
이렇게 읽는다면 사실 하루 종일 읽더라도 별로 지루해지지 않는다. 머리가 지루해할 겨를이 없으며 계속해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자습 시간에 공부에 집중하고 열심히 하는 학생보다 게으르고 공부 안하고 딴짓하는 학생들이 그 시간을 더 지루해하는 것과 같다.
 
또 위와 같이 읽다보면 머리가 좋아진다. 단순히 읽는다고 머리가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위와 같이 읽는 것은 머리를 매우 많이 사용한다. 따라서 머리가 좋아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 눈빛에서 총기가 생기게 될 것이다.
 
나도 아침에 신문 읽을 때부터 정독을 하는 습관으로 읽었고, 학교에 가서 법서를 볼 때도 당연히 그렇게 볼 수 있었다. 평소 읽기를 할 때 어떤 글이든지 위와 같이 눈과 머리가 함께 움직이는, 이미지를 연상하는 방식으로 외우기를 바란다. 그것을 생활화해야 한다.
 
읽을 때 또 한가지 주의할 것은, 모든 부분을 똑같은 강도를 갖고 읽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읽다보면 시험 문제에 거의 나오지 않는, 혹은 전혀 나오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런 부분과 중요한 부분을 동일한 정신집중을 유지하면서 봐서는 안된다. 그런 부분을 읽을 때에는 ‘아 이런 내용도 있구나!’라는 정도의 집중력으로, 평소 집중력의 70% 정도 혹은 그 이하로 발휘하면서 봐야 한다.
 
그리고 속도도 더 빠르게 해야 하고, 어떤 것은 아예 읽지 않거나 대각선으로 읽으면서(거의 건성으로 읽는다는 뜻이다) 넘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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