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의 올바른 방향
상태바
청소년보호의 올바른 방향
  • 오영근
  • 승인 2001.09.13 0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보호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청소년보호 중 가장 중요한 분야가 청소년의 성(性)을 보호하는 것이고 또한 청소년의 성을 보호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형벌권행사가 제시되고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26조의2는 속칭 '원조교제' 등 청소년유해행위를 금지하고 동법 제50조 이하에서는 이에 위반한 성인들을 형사처벌하는 규정을 두었다. 나아가 올해 2월 3일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이하 '보호법'이라 한다)이 공포되고, 7월 1일부터 시행되기로 예정되어 있다.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비례 원칙에 반할 수도

   
  보호법의 주요골자는, 매매춘업주에 대해 가중엄벌주의와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하고, 매춘청소년에 대해 처벌주의에서 선도주의로 전환하고, 매매춘 고객에 대해 형사처벌 외에 신상공개제도를 도입한 것 등이다. 즉 보호법은 제5조에서 10조까지에서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그 강요행위, 그 알선영업행위, 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행위, 청소년 매매행위, 청소년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행위 등에 대해 형벌을 신설하거나 형벌을 가중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보호법 제5조에서 제10조는 전근대적 위하형사상에 입각하여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을 담고 있어서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 비례원칙에 반할 위험성이 농후하다. 또한 입법기술적으로도 기존 다른 법들에 규정되어 있는 형벌들을 가중함으로써 옥상옥의 법률이 되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유용하기 보다는 오히려 법률적용의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이와 같이 가혹한 내용의 형벌에 보호법 제20조는 다시 신상공개라고 하는 또 다른 형태의 가혹한 제재를 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정부는 당사자의 공개망신이 아니라 범죄의 일반예방에 목적을 두고, 신상공개의 공익적 목적과 대상자 개인의 인권을 고려하여 강력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하여 신상공개의 방법으로 성명, 연령, 직업과 범죄사실의 요지는 법정사항이므로 당연히 공개하고, 구체적인 직장명(회사명)은 직업을 표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라는 점과 동명이인의 식별을 위해 필요하고 직장단위 경각심을 고취한다는 취지에서 공개하고, 주소에 대해서는 범죄자의 가족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하여 읍·면·동까지만 공개하고 번지수나 동·호수는 공개하지 않고, 주민등록번호는 타용도로 악용될 소지가 있으므로 공개하지 않고, 전화번호나 가족관계는 가족보호의 관점에서 공개하지 않으며, 사진은 공개하지 않을 방침으로 있다고 한다. 
 

이중처벌의 위험


  그러나 성매수자의 신상공개에도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성매수행위에 대한 형벌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추가하여 신상까지 공개하는 것은 이중처벌의 위험이 있다. 신상공개는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형벌이라고 할 수 있다. 신상공개는 형법 제42조의 형벌의 종류에 속하지 않고, 또한 기존 징역형, 벌금형의 집행방법을 변경하거나 자격상실·자격정지의 집행방법을 확대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신상공개는 새로운 형태의 형벌이라고 할 수 있고, 이것은 징역형, 벌금형 보다 더 강력하게 범죄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효과가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신상공개를 당한 사람은 형벌의 일종으로서의 사형은 아니라도 사회적으로 사형을 선고받는 것에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보호법 제5조에 정해져 있는 징역형, 벌금형 보다 더 강력한 형벌적 성격을 가진 제재를 추가하여 과하는 것은 이중처벌금지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신상공개가 이중처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범죄에 비해 형벌이 너무 무거워서 근대형법의 대원칙인 비례성의 원칙 내지는 죄형균형의 원칙에 반한다. 청소년의 성매수행위에 대해 명단공개와 같이 사실상 매우 무거운 형벌을 과하기 위해서는 성매수행위의 죄질이 그만큼 무거울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러나 성매수행위는 상대방의 성적 결정권을 침해하는 성격을 지니지 않은 것으로 극히 무거운 죄질을 지닌 범죄라고 하기 어렵다.


  셋째, 단순성매수범에 대한 명단공개는 다른 범죄의 처벌과도 균형이 맞지 않는다.  만약 단순성매수범의 명단을 공개한다면 3년 이하의 징역보다 높은 형벌이 규정된 모든 범죄자의 명단도 공개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범죄자의 신상은 공개하지 않으면서, 성매수자만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청소년의 건전육성과 선량한 성풍속의 보호를 위해 보호법과 같은 강력한 형벌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정책적으로도 결코 바람직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성매수행위의 만연이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형벌의 부재에 원인이 있는 것이라기 보다는 좀더 청소년에 대한 교육제도나 성매수를 할 수 있는 자금이 만연할 수 있는 더 큰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없이 외부적으로 나타나는 성매수행위만을 처벌하려고 하는 것은 대증요법만으로 병을 고치려 하는 것과 같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앞서야


  이러한 문제점들과 아울러 최근의 청소년보호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억압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이 지나치게 청소년의 성보호만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성에 관해 드러내 놓고 얘기할 수 없으나 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우리 사회의 열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냥 성을 이야기하면 젊잖지 못하지만 청소년보호를 위해 성을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로 여기고, 이런 방식으로 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성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고 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에, 청소년의 성보호가 청소년보호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등장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을 억누르고 있는 가장 무거운 짐은 청소년을 인간으로 여기지 않고 공부하는 기계로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청소년을 일류대학에 들어갈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난 존재로 여기고  잉태시부터 고등학교 때가지 이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라고 몰고가는 우리 사회의 풍조가 청소년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짐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보호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은 이러한 억압구조에서 청소년을 해방시키고,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을 공부하는 기계가 아닌 책임있는 인간으로 여기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바람직한 청소년보호정책의 방향은 청소년들을 오직 성인들이 쳐놓은 테두리 안에서 성인들이 결정해 놓은 대로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행동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에 대해 책임을 지는 고귀한 존재로 여기는 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청소년은 이용의 대상이 아니라 보호의 대상이다'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청소년은 보호의 대상이라는 말이 청소년은 아무 책임없는 존재로서 오로지 보호의 대상일 뿐이라는 의미로 이해된다면 그것은 틀린 말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