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판사 유재복, 순박한 시골사람들의 분쟁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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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판사 유재복, 순박한 시골사람들의 분쟁 해결사
  • 법률저널
  • 승인 2008.06.20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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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People

 

대전지방법원 금산군·연기군법원 유재복 판사(55,사시 24회)는 소위 잘 나가던 변호사 생활을 접고 시골판사로 변신, 시골사람들의 소소한 분쟁해결 길잡이를 톡톡히 하고 있다.


재판에 걸리는 분쟁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이나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돈을 빌리면 갚아야 하고 손해를 입혔으면 손해배상을 해야 하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이 걸리는 것처럼 일상적인 것이 오히려 더 많다.


이러한 작은 사건이 줄을 잇는 촌 동네의 법원에는 젊고 똑똑한 판사의 명쾌한 판결보다는 풍부한 사회경험을 통해 쌓은 지혜가 가미된 분쟁해결을 추구하는 중견판사가 더 필요할 것이다.

 
유 판사는 2001년 법조일원화에 따라 시골판사 임용신청을 했다.
유 판사는 판결문을 잘 쓰는 명판사는 아닐지라도 16년간의 변호사 생활에서 녹아난 지혜로 순박한 시골 사람들의 얽히고 설킨 분쟁을 원만하고 화해적인 해결로 이끌고 있다.


유 판사는 조정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지만 태반의 분쟁 그 중 민사소액사건에 있어서는 양보와 타협으로 화해적 해결로 이끌어 명분과 실리를 찾을 수 있기 때문에 높이 평가했다.


유 판사는 재판이란 구조적으로 한쪽이 패소하도록 돼 있기에 양쪽 당사자의 불만을 아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화하는 실질적 정의를 표방했다. 소액의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적지 아니한 소송비용과 많은 시간을 들여 원하는 판결을 받게 된다하더라도 결국은 실리가 없기 때문이다.

 
유 판사는 “감정싸움이나 딱한 사정이 있는 사건이나 법에 무지해 무리한 청구를 하는 사건의 경우 의외로 당사자들의 속마음은 원만한 해결을 바라고 있다”며 “‘각자에게 그의 것을 주는 것’이라는 정의 관념에 따라 일도양단의 칼같이 명쾌한 판결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이 승복은커녕 오히려 항소를 하는 것을 보면 과연 정의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고 전했다.


유 판사는 “가급적 당사자들로 하여금 말을 할 수 있게 해줘 법정이 하소연하고 어느 정도는 속 시원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제공해 줄 필요도 있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한 판결에 대해서는 확실히 항소가 적다”고 말했다.

 

공정한 판결과 함께 이해도 충분히 이뤄져야 앙금이 남지 않는다.

 

유 판사는 “시골 사람들이 대체로 순박하기는 하지만 때로는 억지를 부리거나 터무니없는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 경우 알아듣도록 법에 대하여 자문이라도 하듯이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당사자가 무엇이 옳고 그름을 알아들을 때에는 보람을 느낀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유 판사는 “소송당사자들에게 말을 많이 시키는 편인데 그들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일종의 한풀이를 가능케 한다”며 “판사가 먼저 진솔한 마음으로 소송당사자를 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판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억지를 부리거나 알아듣지 못하고 자기주장만을 고집할 때에는 종종 짜증이 나고 답답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당사자들이 말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소위 ‘말로써 하는 재판’을 할수록 당사자의 가슴에 앙금이 덜 남는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법부가 비판을 받은 것도 판결이 공정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판사는 판결로만 말을 한다며 법의 문외한으로서는 알아먹기 힘든 판결문만을 보내놓고는 판사가 할 일을 다 했다는 식으로 사건처리를 했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인으로서 걸어 온지도 훌쩍 20여년이 지났고 시골판사로 임명 된지 8년째, 가끔 많은 것을 포기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유 판사는 “후회가 없다”며 “세상사 마음먹기”라고 표현했다.


사람들의 삶은 각자가 어느 것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유 판사는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고 무료할 수 있는 시골에서 책읽기와 글쓰기로 극복하고 있다.
유 판사는 시골판사로서 겪은 재판에 얽힌 서민들의 애환, 법조비리 및 법원개혁에 관한 판사로서의 입장, 법치주의에 대한 고민, 정치권에 대한 비판 등을 진솔하게 담아 낸 일기형식의 『늦깎이 시골 판사의 세상보기』와 시골판사가 촌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찾아낸 행복 이야기를 담은 『시골판사 유재복, 더불어 행복을 찾는 지혜』를 펴냈다.


현재 신문의 칼럼위원으로 예비법조인뿐만 아니라 보통사람들에게도 용기와 희망, 각성하게 하는 글을 풀어내고 있다.
 
의지는 능력을 선행한다

 

유 판사는 대둔산 산골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학교를 들어가면서 넓은 세상을 만났다.
어렸을 때 유 판사는 흔히 말해 공부 잘 하는 아이였다. 수학을 공부하는 재미에 빠져 있을  때는 잠이 안 올 정도로 이공계에 두각을 나타냈고 중학생 때는 글쓰기에 남다른 재능이 있어 시인이셨던 선생님께서는 문학인의 길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 시절 충남의 명문고인 대전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그는 문학서클 활동을 했었지만 본격적인 진로에 대한 생각을 하고 법대로 진학했다.
유 판사는 “타고난 재주가 뚜렷하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노력의 여하에 따라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지는 능력을 선행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유 판사는 “능력, 자산 등을 가지게 되면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지고 안전이 위주가 되다보니 자연스레 보수적으로 변하는 40대 이상과는 달리 20대는 성취하려는 욕망이 커야하고 그러므로 뜻을 크게 가지고 기왕 품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끝장을 보겠다는 각오로 덤벼들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유 판사는 대학 내내 가정교사를 하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유 판사는 “그때는 신림동 고시촌에 1년간만 들어가 있으면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지만 막상 신림동 고시촌으로 들어가 공부해보니 가정교사를 하며 학업을 동시에 할 때보다 진전이 더 없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게다가 유 판사는 어느 해 여름, 경기도 광주의 한 고시촌으로 들어간 적이 있는데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다보니 15일 동안 행정법 30페이지를 본 것이 다 인적도 있었다.


그 때의 유 판사의 실력은 법대를 졸업할 때의 실력에서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던 것이다. 유 판사는 마치 시험 준비라는 것이 시지푸스의 돌과 같아서 집중적으로 하지 않으면 늘 제자리걸음이더라고 수험시절을 회상했다.
결국 5전 6기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유 판사는 “하루 12~14시간씩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한 적도 있지만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집중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유 판사는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사법시험 1년, 그 중 특히 마지막 2~3개월을 못 버텨 떨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몰입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터무니없는 무지개를 잡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는 없다.

 

유 판사는 “로스쿨제도가 바람직하든 않든 문제점이 있든 없든 간에 이제 실시하게 돼있고 법조인이 되기 위한 관문이 됐다”며 “2016년까지 사법시험이 유지된 이후 로스쿨은 유일한 법조인이 되는 관문이 되지만 당분간은 사법시험에 더 비중을 둘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유 판사는 “전문가인 법조인 양성을 3년의 로스쿨 교육기간으로 충분한지는 다소 의문이 든다”며 “여러 형태의 보강교육은 본인이나 국민들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유 판사는 “법조일원화와 관련해 판·검사를 선발하는 방법에 대해 아직은 미지수이나 로스쿨에서의 성적과 변호사들의 활동을 보게 될 것”이라며 “종국에는 미국에서 온 제도이니 미국의 방식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 판사는 법관이나 검사가 다른 직종에 비해 다소 나은 대접을 받는지는 몰라도 이제는 대접 받기 위해서 법조인이 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강조했다.


유 판사는 “앞으로 변호사가 돈 버는 직종도 아닐 것이고 판·검사가 권력이나 휘두르고 일반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직업도 아닐 것”이라며 “사회가 발달할수록 법조인이 필요한 곳은 많아지는데 사명감을 갖고 법조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는 각오로 진로를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터무니없는 무지개를 잡기 위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는 없다는 것.
유 판사는 “‘십자가를 보라’는 말은 남이 이룬 영광만을 보지 말고 그 영광을 이루기 위해 걸어온 고통의 길을 바라보라는 것인데 세상에 그냥 얻는 것은 없다”며 “땀 흘려 일한 자만이 성취의 짜릿한 맛을 알 수 있다”는 조언을 끝으로 말을 마쳤다. /이아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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