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적성 시험의 논술 공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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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적성 시험의 논술 공부 마무리
  • 법률저널
  • 승인 2008.06.2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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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복선 교수

  중앙대 문학박사
· 함부르크대 박사과정
· LSA LEET 논술 특강강사

 

1. 여는 말


무릇 사람이란 한결같아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역설 같지만 사람이 한결같으려면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스스로를 가다듬어 고쳐야만 한다. 때가 끼면 씻어 닦아내야 하고, 헐면 깁거나 새로 마련해야 하며, 길면 잘라내고 다듬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결같은 모습을 지킬 수 있는 법이다. 옛말에 그걸 가리켜 중화(中和)라 하였다. 변화에 맞게 쉼 없이 가다듬어 적응해나가는 과정이 ‘중’이요, 그래서 다다르는 경지가 ‘화’다. 그러나 한 번 다다랐다 하여 끝나는 게 아니다. 한 번 깎은 머리는 그 순간부터 다시 자라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옛날 중국에서는 그걸 역(易)이라 하였고, 그리스에서는 ‘사람이 같은 물에 발 담글 수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사람만 그런 게 아니라 제도도 마찬가지다. 비면 채워야 하고, 헐면 다시 만들어야 한다. 그걸 제때 제대로 못하면 사람이든 사회든 문제에 빠진다. 어차피 받아들여야 할 변화요 적응이라면 억지로 끌려가기보다 먼저 나서서 앞서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2. 지금 필요한 LEET 논술 공부
오늘(6월 17일)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입학을 위한 법학적성시험(LEET) 원서 접수가 마감되는데, 이 역시 새로운 제도다. 다른 원인도 없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 개방의 바람이 불어 달라지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다. 앞서 내다본 것보다는 경쟁률이 낮으리라고 하지만, 원서를 낸 이들로서는 그 사실로 그저 위로 삼을 수만은 없다. 그보다는 이제 9주 남짓 남은 시험 일정에 맞게 스스로 공부의 방식을 조절해야 한다. 논술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쯤이면 응시자들 거의 모두가 논술이 무엇이고 논술을 어떻게 해야 좋은지 다 배운 상태이리라. 그러면서도 그것이 정말 충분한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제대로 쓸 수는 있는지 하는 조바심을 다 털어내지는 못했으리라. 게다가 처음 실시되는 시험인 탓에 섣불리 문제를 예상하기도 힘들거니와 다른 사람들의 예상문제를 믿기도 어렵다. 그러나 말대로 쉽지는 않겠지만, 아무튼 지나치게 조바심에 빠지지는 말도록 하자. 논술을 대하는 이들은 열이면 열 다 그런 법이니까. 옛날 과거를 공부하던 이들 치고 준비가 완벽하다고 느긋한 사람이 몇이나 되었을까?

 
조바심을 덜어줄 수 있는 말부터 해보자. 따로 ‘논술공부’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 다들 아는 사실이겠지만, 논술은 애초 많이 알기보다 아는 지식 제대로 엮어내는 능력을 보기 위함이다. 벌써 구약성서에 ‘하늘 아래에 새로운 것이 없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정말 새로운 것은 드물지만, 그래도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운 예술과 사상들을 만난다. 물론 저들이 새롭다는 것은 거기 담은 알맹이를 가리키기보다 그 알맹이를 담는 방식, 또는 엮는 방식을 가리킨다. 그래서 내 것이 아닌 지식들, 심지어 뻔히 남의 글을 따다 놓은 제시문을 가지고도 우리는 나름의 방법을 써서 엮어낼 수 있다. 따라서 논술 공부가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이 시점에서 논술의 원론이니 논술을 위한 지식을 캐고 배우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다. 그보다는 지금껏 공부한 것들을 엮음의 시각으로 다시 정리하고,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의 문제들을 공부할 때에도 함께 논술의 시각에서 한 번 더 생각해보며 정리하기를 권하고 싶다. 그래도 막연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하나씩 짚어보도록 하자.

ㄱ. 무얼 읽어야 하는가?
논술이 어려운 이유는 일정한 틀로 정형화시키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그런데 그것은 보기에 따라 쉬운 점이 될 수도 있다. 세상 모든 텍스트가, 심지어 광고문구 하나마저도 다 논술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텍스트에 숨은 뜻은 가려낼 줄 알아야 하는데, 다행히 언어이해와 추리논증에서 지금도 열심히 갈고 닦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언어이해와 추리논증 공부를 할 때 쓰는 텍스트들은 거의 모두 그대로 논술거리로 삼을 수 있다. 이를테면 언어이해에서 문제 내기와 채점 편의를 위해 제시문에서 적절하지 않은 문항을 고르는 문제가 많다. 이럴 때에는 그 적절한 문항들을 연결하면서 답이 되는 문항이 왜 적절하지 않은지를 글로 써보자. 그리고 이따금씩 나오는, ‘옳은 문항’ 찾기에서는 다른 문항들의 마땅하지 않음을 설명하면서 답이 되는 문항이 옳다는 걸 뒷받침하여 써본다. 다른 한편으로는 제시문을 자기 말로 요약해보도록 하자. 처음에는 분량을 따지지 말고 쓰지만, 나중에는 200자, 3000자, 500자로 스스로 맞춰가며 써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언어이해 문제에 대한 좀 더 확실한 공부도 되거니와 논술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추리 논증 문제의 경우 과학과 수리 논술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문제들을 만날 때마다 적당한 분량을 정하고 거기에 맞춰 글을 써보자.

ㄴ. 논술 글쓰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물음이 지금 시점에 나올 리야 없지만, 그래도 늘 생각하고 따져보아야 할 문제다. 먼저 요약, 비판, 주장 펼치기, 그 어느 것이든 되도록 먼저 틀을 짜고, 그 틀에 자기 말로 살을 붙여 글을 쓰도록 하자. 스스로의 독창성을 맘껏 발휘하기까지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낱말이라도 자기 말로 바꾸자. 개념어라면 쉬운 말로 풀고, 풀이된 말이라면 개념으로 묶는 방법도 좋다. 그렇게 자기 특성을 제대로 담아낼 때 참다운 논술로 대접받는다. 특히 주장 펼치기는 긴 호흡이 필요하기 때문에 평소 나름대로 주제의 묶음으로 정리해두는 게 좋다. 그 주제의 묶음은 논술 공부에도 크게 도움이 되지만, 길게 보자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자기 나름의 틀이 된다. 예를 들어 1월에 본 예비시험의 논술문제를 보자면, 첫째 문제가 덕치와 법치로 묶을 수 있는데, 이는 또 성선설과 성악설, 실정법과 자연법, 법적 정의와 사회적 정의로 확장시켜갈 수 있다.

ㄷ. 쓴 글은 어떻게 고쳐 다듬을까?
이렇게 쓴 글은 되도록 글을 볼 줄 아는 사람에게 첨삭을 부탁하되, 그러기 어렵다면 함께 시험을 볼 친구와 바꿔서 고쳐보도록 하자. 그런 친구도 없다면 아무튼 주위의 누구라도 읽어주고 고쳐줄 사람을 찾아보도록 하자. 누구든 자기 버릇을 쉬 찾아내지 못하는 법이다. 좋은 버릇은 키워야 하겠지만, 좋지 않은 버릇(맞춤법이며 띄어쓰기, 표준말에 어긋난 표현이며 필요 없는 한자말이나 외국말)은 다른 사람 눈을 빌어서 찾아 고치도록 해야 한다. 전문가라면 그 대안까지 찾아주겠지만, 적어도 자기 버릇들을 알아내기만 해도, 그걸 피할 수는 있다.

 

3. 마무리
마음 급한 수험생들에게 이런 말이 무슨 큰 도움이 되랴. 차라리 숨결 한 번 가다듬으며 여유를 가지라고 권하고 싶다. 여유가 없으면 문제를 낸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시험도 의사소통이다. 의사소통에서 가장 먼저 중요한 게 바로 상대방의 의사다. 무얼 바라는지 알아야 거기에 맞게 반응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를 낸 의도를 먼저 환히 밝히고 나야 거기에 맞게 제시문을 읽을 수 있다. 그러고 나면 다시 한 번 숨결 가다듬고 틀을 짜서 자기 말로 글을 펼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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