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 때문 엉망’이 ‘로스쿨 때문 엉망’이 되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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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때문 엉망’이 ‘로스쿨 때문 엉망’이 되어서야...
  • 법률저널
  • 승인 2008.06.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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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을 짜는 듯한 법조인 양성, 현재와 뭔가 다른가?


                                   한상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

                                           건국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십수 여년 전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사법개혁이 최근들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같은 사법개혁의 장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항상 눈에 띈다. 내년 개원을 앞두고 변호사시험법 초안에 대한 가타부타 논쟁 또한 뜨겁다. 예외 없이 사법감시센터가 분주히 활동 중이다. 이에 지난 4일 건국대학교 교수연구실에서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한상희 교수를 만나 변호사시험법 초안은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그 대안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 사법감시센터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소수 법조엘리트만이 특권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법 감정과 정의 의식에 따라 만들어지는 사회와 국가. 이같은 민주적 정의에 의해 만들어지고 법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실현을 지향한다. 법 개혁, 검찰개혁, 참여재판 등 여러 영역에서 건전한 법문화 창조활동에 직접 참여하거나 조력하는데 역점을 두고 노력 중이다.

따라서 모든 이들이 사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고 손쉽게 법의 혜택을 볼 수 있게끔 법률서비스 향상을 위해서도 힘쓰고 있다.

민주적 입법과 집행의 사법과정에 접근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견제와 정책대안 등의 제시도 현대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이다. 결코 제도와 관행의 타습에 젖어서는 안된다.


☞ 로스쿨제도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관료법조체제를 깰 수 있는 시스템이 로스쿨제도라고 생각하므로 로스쿨 토입은 시대적 소명이다. 그동안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제도를 통해 국가가 법조 양성과정을 철저히 관리해 옴으로써 관료화되고 국가기관화 되는 폐쇄적인 형태였다.

로스쿨은 국가가 아닌 대학,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사회의 한 부분으로 작용해야 한다. 결코 순혈주의가 아닌 다양한 사회경험과 가치 등을 조화롭게 가르칠 수 있는 좋은 시스템이라고 본다. 다양한 법적 요구를 수렴하고 대처할 수 있어 국민의 편에서 법적용이 가능한 사법의 민주화가 이루어 질 수 있어 국민의 사법을 열어 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이다.

하지만, 현 로스쿨제도에는 이같은 국민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문제점들이 많아 아쉽다.


☞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총입학정원제를 둠으로써 국가가 로스쿨을 장악하게 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또다시 법조 특권과 독점 체제가 재반복되어 국민의 사법접근권에 중대한 침해가 있을 수 있다. 즉, 학벌 중심의 고착화 우려와 더불어 교육과정과 내용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한정된 학교와 교수들, 그들만의 교육이 될 것이고 이는 보다 양질의 법조양성이라는 대의에 장애요소가 된다.

따라서 준칙주의 또는 준준칙주의로 전환, 일정한 시설과 교육 능력을 갖고 있으면 로스쿨을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 변호사시험법 초안에 대한 평가는?

로스쿨 도입의 근본취지에도 불구하고 현 변호사법 초안은 현 사법시험제도의 복사본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선발시험이 아닌 자격시험화하겠다는 당초 취지가 유지되려면 ‘자격관련법’이어야 한다. 초안의 법 목적 어디에도 이같은 취지가 전혀 없어 아쉽다. 여러 내용에서 문제점들이 예상된다.


☞ 어떤 것들이 문제가 되는가?

첫째, 분명 자격시험이어야 하고 또 자격시험이라면서 자격시험과 무관한 느낌이다. 법명과 목적 조항에서 변호사로서의 최소한 갖추어야하는 법률지식, 법기술, 법조윤리를 평가한다는 것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없다.

둘째, 과목수가 너무 많다. 1차 7과목에 법조윤리과목, 2차 7과목에 선택과목! 이대로라면 각 로스쿨들은 커리큘럼의 70~80%를 이에 투자를 해야 할 판이다. 오히려 현 사법시험보다 더 강화된 느낌이다. 일본 신사법시험제도를 카피한 느낌이다. 일본 역시 기존 시험제도와 다르지 않다고 본다. 더 했으면 했지 결코 완화됐다고 보진 않는다.

결론적으로 시험과목 및 출제 형태가 실제 융합·통합적이어야 하는데 그렇질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공법시험과목에서 헌법과 행정법을 연관지어 해결할 수 있는 형태여야 하는데 결국 문제가 헌법문제와 행정법문제로 나뉘어져 출제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라고 해서 다를 바 없다고 본다. 설령 융합형을 채택한다 하더라도 과연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특히 민사법의 경우 민법, 민소법, 상법 전체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출제교수들의 능력이 가능한지도 숙고해 볼 문제라고 본다. 이같은 문제 등에 대해 고민도 없이 너무 성급하게 법제화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초안대로라면 공법, 민사법, 형사법 융합형으로 출제된다고 하지만 결국 일본의 꽁무니만 따라 가는 격이다. 시험과목을 절대적으로 줄여야 한다고 본다.

셋째, 변호사라면 모든 법을 다 알아야만 하는가? 라는 의문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어디까지가 변호사의 능력인지? 에 대해 숙고해 보자는 뜻이다. 7법을 모두 알아야 하는지 아니면 일부 부분만 알아도 되는지를 먼저 따져 보자는 것이다. 법조인에 정체성조차 생각해보는 모색도 없는 상황에서 시험과목을 정해 버렸다는 문제점이 있다.

시험과목인 기본 7법을 아우르기 위해선 로스쿨 90학점 중 70학점을 할애해야 할 판이다. 이래서는 도저히 특성화가 불가능하다. ‘사법시험 때문에 엉망이다’라는 냉소가 결국 ‘로스쿨 때문에 엉망이다’라는 형태로 이름만 바뀔 뿐 변할게 없다고 본다. 판을 짜는 듯한 법조인 배출, 현재와 뭔가 다른가?

넷째, 사법시험 존속 기간도 역시 너무 길다. 신제도가 들어서면 구제도는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중간한 상태의 혼동이 올 수밖에 없다. 재학생 및 수험생들의 신뢰보호 측면도 필히 중요하겠지만, 현 연수원제도를 빨리 없애야 한다. 60~70년대 개발시대의 주입식에서 이젠 벗어나야 한다. 우리가 추구하는 법조일원화를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법조양성화에 주력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럼 대안책은 있는가?

우선 변호사시험법이 아닌 ‘자격관련시험’이라는 것을 명문화해야 한다. 내용도 떨어뜨리는 시험이 아니라 무능력자를 걸러내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시험과목도 최소한의 지식이나 윤리에 대한 것으로 한정해로 가닥을 잡고 다방면적 합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거듭 강조하지만 로스쿨 취지를 살리려면 사법시험을 최대한 빨리 없애야 한다.

또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 위원이 법조 6명, 교수 4명, 시민단체 3명으로 구성되게 되어 있는데, 법조인이 상대적으로 많다. 비율을 같게 해야 한다. 비율을 같게 한 후 위원 법학교수도 법무부장관의 지명이 아닌 로스쿨협의회에서 지명한 자로 해야 한다. 법무부 차관이 당연직 위원으로 되는 것도 문제가 있고, 위원장도 위원들간 호선을 통해 뽑아야 한다.

예비시험제도도 주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현 제도와 같은 진입장벽 하에서는 우회적인 통로로서의 의미는 있을 것이다. 다만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사안이고 만약 총정원제가 풀리면 논의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선발방식에서도 법무부는 절대평가를 어렵다는 입장인데 변호사시험이 선발시험이라면 법무부의 주장이 타당할 수 있겠지만 자격시험임을 직시할 경우 필히 절대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출제와 채점의 문제인데, 자격시험임을 명확히 하면 그렇게 출제하고 채점하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현 시험과 같은 학습량을 요구하는 시험에 합격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기본이론에 각종 판례, case까지 다 학습한다는 것은 분량적으로 너무 지나치다고 본다. 미국 로스쿨의 경우, 가르치는 것은 엄청 많지만 시험 범위가 좁다. 우리도 합의를 통해 출제범위를 한정시킬 필요가 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내 3회 응시제한 중 횟수 제한은 일응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로스쿨 졸업 후에도 사회경험 등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5년’이라는 기간은 좀더 확장할 필요가 있을 것이며, 3회 제한 역시 다시 로스쿨에 편입하는 등의 방법으로 응시기회가 다시 부여될 수 있어야 한다. 과락제도 역시 타당성을 인정하고 싶다. 다만 현재 공인회계사시험 처럼, 과락한 과목만 다음 시험에 재시험 볼 수 있도록 하는 ‘과목불합격제’ 도입을 고려해 봄직 하다.


☞ 향후 어떤 방법으로 입법과정에 참여할 예정인지 ?

이상에서 적시한 내용을 근간으로 법무부에 의견서를 오늘 제출했다. 앞으로도 내·외부적인 논의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이며, 공청회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지금까지의 사법시험의 성격을 알기 위한 목적’으로 그동안의 사법시험 문제, 점수 분포, 채점 기준 등을 법무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거부되어 이를 위한 소송도 준비 중이다.  외국 입법사례 등을 조사해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고 이같은 활동은 시민단체 뿐만아니라 법과대학장 협의회 등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아울러 수험생들의 선택의 기회가 보다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재 가, 나 2군으로 분류되어 있어 현저한 문제점이 많다. 자유 경쟁의 틀 형성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교육 내용과 질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개혁의 고민수준을 넘어 활발히 활동을 해야 할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가 현재 꼼짝도 않고 있다. 앞으로 협의회도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감시대상으로 포함시킬까 하고 고민 중이다.


☞ 수험생들에게 전하고픈 말씀이 있다면?

이젠 다르다. 이젠 정말 바뀌어야 하고 바뀌고 있다. 합격만 하면 명예와 부귀영화가 따라온다는 것은 옛말이다. 자기 전문성을 갖고 고객중심의 업무 개발을 해야만 한다. 무엇을 준비하든 이점을 꼭 명심하고 자기 단련에 애썼으면 한다.


6. 법률저널이 창간 10주년을 맞이했는데 축하의 한 말씀?

사법시험과 관련해 원고청탁을 받고 인연을 맺은 게 얼마 전 같은데 벌써 10년 주년이라니 진심으로 축하한다. 다양한 지면편집으로 언제나 수험생과 함께하는 모습에서 법률저널은  항상 신선하다고 느끼고 있다. 사법시험 제도개선에서부터 로스쿨까지 법학계에서도 법률저널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항상 중립적인 자세에서 다양한 기사를 부탁한다. 20주년에도 다시 만나길 바란다.

                                              이성진 기자 desk@le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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