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국 변호사시험은 합격 시키기 위한 시험”
손주니 미국변호사
일니노이 주(州) 변호사
아이파 미국변호사 아카데미 총괄
북 일리노이 주립대 로스쿨 법학박사
버클리 음대 음악비지니스 학사
-미국 로스쿨의 과정을 간략히 소개해 주신다면.
국내에서도 로스쿨 제도가 도입이 되면서 한국 로스쿨의 모델이 된 미국 로스쿨에 대해서 관심이 많으신데요. 미국 로스쿨 과정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법률 전문가를 키워내기 위한 직업 학교라고 보시면 됩니다. 과정은 크게 3년 과정의 JD (Juris Doctor)와 LLM (Master of Laws)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JD 과정의 경우 전공과 상관없이 학사학위 소지자에 한해서 입학이 가능하고 LLM 과정의 경우 JD 학위나 외국 법학사 소지자에 한해서 입학이 가능합니다.
미국 로스쿨의 경우 학문으로서의 법학이 아닌 실무 능력을 양성이 주목적인 만큼 교과 과정도 변호사처럼 생각하는 사고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학생들이 의뢰인과 변호사의 역할을 맡아 진행하는 모의 법률 상담 수업 (lawyer skills)이나 학교에서 운영하는 법률사무소에서 직접 상담을 해주고 교수와 함께 직접 법정에도 서며 실무를 익힐 수 있는 리걸클리닉 (Legal Clinic) 수업이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교과과정은 미국 변호사 협회가 정한 지침에 따라 모든 로스쿨은 동일한 내용으로 진행이 됩니다. 특히 1L이라고 불리는 1학년 수업은 미국법의 뼈대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계약법, 불법행위법, 연방민사소송법, 형법, 헌법, 재산법, 법률작문, 이렇게 7개의 필수과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2, 3학년으로 올라가면서 선택과목 위주로 수강을 하면서 국제법, 가족법, 유산상속법, 이민법등 다양한 법률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수업에 들어갑니다.
-왜 미국 로스쿨을 꿈 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지요.
현재의 사법시험이나 높은 경쟁률이 예상되는 국내 로스쿨의 대안으로 많은 분들이 미국 로스쿨을 생각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미국 변호사가 국제사회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는 이유는 국제사회에서 미국법이 상당히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변호사의 경우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데 상당한 장애가 있는 반면 미국 변호사의 경우 세계 어디에서든지 활동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따라서 좀 더 넓은 국제시장에서 활동하고 싶은 열의가 있는 이들에게는 국내로 활동범위가 제한되어있는 한국 변호사보다 미국 로스쿨에 진학해서 미국 변호사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을 더 펼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로스쿨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요.
미국 로스쿨은 철저히 상대평가 제도입니다. 또한 모든 학기 성적은 3시간에서 4시간에 걸쳐 치러지는 학기말 시험 점수로 정해집니다. 미국 로스쿨은 중간고사나 레포트 등이 전혀 없기 때문에 학기말 시험만이 학기 성적에 반영됩니다. 또한 약 90% 이상의 학기말 시험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어서 모국어로 공부하는 미국 학생들보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이 당연하겠지요.
미국에서 로스쿨은 대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받은 이들이 집결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로스쿨에 지원하는 이들의 평균 GPA는 (물론 학교마다 편차가 있기는 하지만) 4.0 만점에서 3.6-3.7 정도입니다. 이렇게 우수한 학생들이 하루 3-4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잘 정도로 매일 수십 쪽의 판례집을 읽고 노트 정리. 작문을 하게 되는 곳에서 영어가 서투른 국내 학생이 좋은 성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로스쿨 유학을 떠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로스쿨 입학 전 Emmanuel(c)이나 Barbri(c)등의 참고서적을 공부하거나 영어 공부를 중점적으로 하는 것 보다는 영어 작문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로스쿨 수업의 특징을 꼽는다면.
미국 로스쿨 수업의 특징이라면 당연히 문답식 방식의 소크라틱 메소드 (Socratic Method)입니다. 질문과 답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지는 이 수업방식은 로스쿨만의 전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숙제로 읽어간 판례를 토대로 교수님이 즉흥적으로 사례를 만들어 판례에 나왔던 사실관계 및 논리를 적용하여 전혀 다른 사실관계와 직면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유사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도록 법적 사고력을 키우는 것에 중점을 둡니다.
이런 학습 방식은 학생들을 불확실성에 익숙하게 할 뿐만 아니라 어떠한 질문에 직면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훈련합니다. 따라서 로스쿨 수업은 교수가 진행한다기 보다는 각 수업시간마다 학생들 중 한사람 혹은 많게는 세, 네사람을 지목해서 교수와 지목받은 학생들이 질문과 답변을 반복을 통해 함께 진행해 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 방식이 영어가 서투른 외국 학생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을 하는데요. 법률 논리에 낯설긴 미국 학생들이나 한국 학생들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두려워하기 보다는 변호사가 되기 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적극적으로 자신의 논리를 펼칠 수 있는 유일한 연습 시간으로 받아들여서 서투르더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내 법학학사를 취득했을 경우 어떤 과정이 유리한가.
국내 법학학사를 취득했을 경우 3년의 JD 과정이 아닌 1년의 LLM 과정만을 통해서도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변호사들이 JD 출신인만큼 LLM 과정만을 이수한 미국 변호사들에게 취업상 불이익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LLM 과정만을 이수한 학생들의 경우 변호사 자격증 시험 합격률이 JD 출신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현지에서 변호사로 활동을 생각하고 있다면 JD 과정을 이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LLM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면 미국 변호사 시험에 한 번에 합격할 수 있도록 LLM 과정 유학을 떠나기 전 사전 준비가 필수일 것입니다.
-국내에 미국 로스쿨을 진학하기 위한 학원이나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있는지요.
미국 로스쿨 진학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의 경우 JD 과정 입학 시험인 LSAT 학원만을 생각하고 계신데요. 국내에서도 미국 로스쿨 선행학습 및 미국 변호사 시험 사전 준비를 도와주는 학원들이 몇 곳 있습니다. 제가 총괄을 맡고 있는 AIFA 미국변호사 아카데미나 한국 Barbri(c)등에서 여러 가지 과정을 제공하고 있지만 모든 학원들이 그러하듯이 이런 과정이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미국 로스쿨 성적이 취업으로 직결되는 경향이 강하다 보니 사전 준비를 통해 좀 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시는 것도 좋은 생각입니다. 각 학원들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직접 문의를 해보시고 상담을 통해서 본인과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결정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로스쿨의 성적과 변호사시험과 연관성이 있는지요.
로스쿨 성적과 변호사 시험은 연관성이 거의 없다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각 대학마다 차이는 있지만 상위 20개의 로스쿨의 경우 약 95% 이상이 변호사시험을 한 번에 합격하고 하위권 로스쿨에서도 대부분 80% 이상이 한 번에 합격을 하고 있습니다. JD 학생들의 경우 5월 말에 졸업한 후 약 2개월간의 시험준비기간을 거쳐서 7월 말에 시험에 치르게 되는데 2개월간 부지런히 공부를 한다는 전제조건하에 무난히 합격할 수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미국 변호사시험의 과정을 대략적으로 소개해 주신다면.
미국 변호사 시험은 이틀에 걸쳐 치러집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경우 예외적으로 3일에 걸쳐 치러집니다. 각 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시험은 3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200개의 객관식 문제로 이루어진 MBE (Multistate Bar Examination), 30분 분량의 에세이 약 8-10개, 그리고 1시간 30분 분량의 MPT (Multistate Performance Test)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또한 미국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변호사 윤리 시험 (Multistate Professional Responsibility Examination)에 합격해야 하는데요. 보통 학생들은 로스쿨 재학 중 시험에 응시해서 합격을 합니다. 변호사 윤리 시험의 경우 60개의 객관식 문제로 이루어져 있는데 대부분의 학생들이 일주일 미만의 시험 준비 기간만을 가지고도 무난히 합격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시험의 응시자격은.
미국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미국 로스쿨에서 JD 학위를 취득해야 합니다. 이 또한 각 주마다 차이가 있는데 캘리포니아의 경우 외국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일 경우 LLM 과정만 이수하면 시험 응시자격을 주는 반면, 뉴욕주의 경우 외국 변호사 자격증이 없더라도 외국에서 법학학사를 소지한 이가 미국 로스쿨에서 LLM 학위를 취득한 경우 변호사 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법학 전공자와 비법학 전공자간 차이가 있는지요.
만약 JD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면 별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LLM 과정을 생각하고 있다면 법학 전공자의 경우 입학이 가능할뿐더러 뉴욕 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지만 비법학 전공자의 경우 LLM 입학이 어려울뿐만 아니라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없습니다.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을 꼽아주신다면.(가령, 영어실력, 체력 등)
열심히 공부만 한다면 미국 변호사 시험은 합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건 로스쿨 과정 중에 얼마만큼 변호사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느냐 입니다. 미국 변호사로서 활동할 만큼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체력과 영어능력은 필수입니다. 미국 학생들의 경우 체력이 정말 뛰어납니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이른 새벽까지 공부한 후에도 다음날 활동에 무리가 없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체력의 필요성은 변호사로서 활동하면서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체력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새벽까지 이어지는 업무의 강도를 이겨낼 수 없을 테니까요. 물론 영어실력도 중요합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는 법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판사나 상대변호사에 맞서 의뢰인을 대신해서 변론을 해야 하는 것은 변호사 업무의 가장 기본이니까요.
-미국에서도 변호사시험에 대비해 사설학원에 다니는지요.
미국에서도 졸업과 동시에 변호사 시험에 대비해서 사설학원에 다닙니다. 미국 변호사의 99%가 가진 공통점은 Barbri(c)라고 하는 변호사 시험 대비 학원에 다녔다는 점이라고 다들 말할 정도니까요.
-미국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꼭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기본에 충실하라고 말씀하고 싶습니다. 보편적으로 미국 시험은 한국 시험과 달리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합격 시키기 위한 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성은 변호사 시험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미국 변호사 시험에 나오는 문제의 대부분은 응용문제입니다. 단순히 법을 안다고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로스쿨 재학 중 어떠한 새로운 사실관계에 직면하더라도 논리적으로 기본 법률을 적용해 적절한 결론에 도달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미국변호사의 자격을 취득한 후 국내에서 예상되는 진로는.
미국변호사 자격 취득 후 국내에서의 진로는 크게 4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대다수의 미국변호사들은 로펌의 소속 변호사로 일하거나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컨설팅 형태로 법률 자문을 하거나 외교통상부나 법무부에 소속되어 외국법자문을 맡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활동이 이런 형태로 국한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국제교류가 빈번한 현재의 상황에서 미국법에 능통한 미국 변호사의 활동범위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