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사람을 서류상 죽인 죄와 상속-형사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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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사람을 서류상 죽인 죄와 상속-형사교실
  • 법률저널
  • 승인 2008.06.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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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사교실

 

법무법인 세인 이창현 변호사
 
  소식을 끊은 채 미국에서 30년 가까이 살던 부부와 두 아들이 있었는데 그 중 장남이 우리나라에서 직장을 구하기 위해 혼자 귀국하였다가 자신은 물론 부모와 동생까지 오래 전에 모두 사망한 것으로 되어 있어서 놀라게 되었고 사실상 취직이 정해진 회사에서는 위와 같은 서류상 문제로 취직이 보류되고 말았다. 이 소식을 미국에서 듣게 된 부부는 급히 귀국 하여 자신들이 서류상 죽게 되었던 이유를 찾아보게 된다.


  확인한 결과 남편의 둘째 누나 부부가 보증인이 되어 80년대 중반에 당뇨 합병증 내지 연탄가스 중독 등으로 사망하였다는 신고가 99년경과 2001년 사이에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부부는 버젓이 살아있는 사람들을, 더욱이 이제 30대 초반의 두 아들까지 허락도 없이 죽게 한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는 일이라고 하면서 아마 부모님이 남겨놓은 부동산을 둘째 누나 부부가 차지하려고 한 계략일 것이라고 형사처벌을 시켜달라는 것이었다. 

 

  미국 부부와 둘째 누나 부부를 차례로 면담한 결과 가족들의 사연은 이러했다. 원래 미국 부부 중 남편은 4녀 1남의 형제 사이에서 유일한 아들이었으며 처음 결혼을 하여 3남 1녀를 두었고 기자생활을 하였었다. 그런데 지금의 아내를 만나 바람이 났고 아들까지 낳는 바람에 첫 아내와는 헤어지게 되었는데 사실상 첫 아내를 매정하게 내쫓고 말았다.

 

그래서 그 누나들과 여동생은 물론이고 그 부모들로부터 심하게 지탄을 받게 되고 지금의 아내는 집안의 며느리로 제대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가 계속 되었다. 그리하여 이 부부는 미국 이민을 몰래 준비하게 되었고 새 아내가 낳은 아들뿐만 아니라 첫 아내가 낳은 막내아들이 아버지를 많이 따르는 바람에 함께 이민을 가게 됨에 따라 남은 2남 1녀의 자녀들은 첫 아내에게 맡겨지게 되었다.

 

남편은 미국에 간 직후에 2-3차례 100불 정도를 첫 아내에게 보내주었을 뿐이고 그 이후에는 사실상 소식을 끊고 살아가게 되었고(이 부부는 미국에서 두 아들을 키우며 힘든 생활에 쫓기다보니 어쩔 수가 없었다고 변명하였는데, 어느 정도 공감할 수가 있었다) 첫 아내는 남은 자녀들과 야채상을 하며 너무나 힘든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생활도 좋지 못하였는데 다행히 네 딸들이 도와서 그럭저럭 생활하게 되었으며 특히 둘째딸의 노력이 컸다고 한다.

 
  그러다가 할머니에 이어서 할아버지가 90년대 말경 사망하였고 사망하면서 네 딸들에게 유일한 재산인 65평 주택을 그 아들의 첫 아내 자녀 중에서 둘째에게 상속되기를 원했다고 한다. 돌아가시면서 가장 어렵게 살고 있는 손자가 마지막까지 밟혔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손자에게 주택을 단독 상속하기 위해서는 다른 상속자들이 상속포기를 하여야 했는데 미국에 있는 네 사람으로부터는 연락조차 되지 않아서 상속포기를 받을 수가 없었고 궁리 끝에 서류상 죽이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미국 부부는 허위의 사망신고에 따른 공정증서부실기재죄가 이미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형사처벌을 할 수가 없다는 설명과 허위의 사망신고를 한 이유가 부모들의 유일한 재산을 형제들이 아닌 바로 자신의 둘째 아들에게 상속하여 소유권이전을 위해서 이루어진 사실로 인해 허위신고에 따른 불법행위가 성립하고 아직 소멸시효가 완성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의미가 거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실망하면서도 여전히 둘째 누나 부부가 괘씸하다고 흥분을 계속 하였다.

 

고국에서 ‘죽은’ 사람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당황하였겠지만 거의 30년 만에 찾아와서 먼저 누나들을 만나 오해를 풀 생각은 하지 않고 형사처벌 등 법률적인 해결책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온 미국 부부가 정말 애처로웠다. 법적으로는 별 것이 없다는 말에 ‘유능하다고 소개받아서 왔는데’라는 말을 되풀이 하는 것을 보니 많이 괜한 기대를 한 모습이었다. 다른 변호사를 찾아보겠다고 일어나면서 “우리가 부모님의 집이 탐이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들의 소행을 참을 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 부부는 현재 계속해서 여관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하였다. 고국에 누나들과 여동생이 있는데, 더구나 첫 아내 사이에서 나은 세 자녀들이 있는데도 말이다. 하긴 둘째 누나와 남편도 그동안 미국 부부가 정말 잘못하여 용서를 빌어도 만나주지 않겠다고 하니 어쩌면 벌써 남남이 되었으며, 원래 화합하기 어려운 사람들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도 이렇게 인생이 끝나면 세상이 참 허망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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