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사건(재판은 정치다)-1
상태바
그때 그 사건(재판은 정치다)-1
  • 법률저널
  • 승인 2008.05.30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18

 

1. 사건 시작
내가 변호사를 하면서 가장 가슴 아픈 사건이다. 의뢰인이 불쌍해서 가슴 아픈 것이 아니라, 판사에게 당해서 가슴이 아픈 것이다.
내가 개업하고 몇 달 후에 친한 친척 아주머니 소개로 안산에서 아주머니 두 분이 왔다. 모 지역에서 땅을 샀는데, 사기를 당했단다. 그래서 그 땅을 어떻게 찾을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종중 땅이었는데, 돈 없는 종원 하나가, 자기 아들이 죄를 지어 구속이 되자 형사합의금이 필요하였고, 종중 총회 서류 등 모든 서류를 위조해서 1억원 정도 되는 땅을 팔아먹은 것이다. 그 사람은 종중 회장도 아니고 다만 종원일 뿐이다. 종중 땅은 종중 총회를 거쳐서 종중 회장만이 매도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심심찮게 종원들이 총회 회의록을 위조해서 잘 팔아먹는다. 물론 이러한 사건은 나중에 종중이 나서서 소송을 하면 거의 되찾아오게 된다. 결국 손해는 피해자만 보게 되는 것이다.

2. 소 제기
이 사건도 전형적인 그런 사건이었다. 권모 아주머니는 아들이 20살 때 교통사고를 당해 그 보상금으로 2-3억원을 받은 다음에 그 돈으로 부동산 투자를 하고 있다. 경모 아주머니를 우연히 만나 그 둘은 돈을 합쳐서 한 번 재미를 본 적이 있었고, 이번에도 또 5천만원씩 합하여 문제의 그 땅을 구입했다. 그 땅은 사기꾼 종원이 중간 사기꾼 3명을 끼고 이 아주머니들에게 팔아버렸다. 1억원을 주고 산 그 땅은 몇 달 못가 종중의 진짜 대표로부터 소송을 당하였고 땅은 다시 종중으로 돌려주어야 했다. 그리고 사기꾼 종원은 형사재판을 받아 징역 1년을 선고받아 살고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 사기꾼은 자신들은 브로커가 아니라 전매한 것이라고 주장하여 형사재판에서 모두 처벌을 면했다. 그런데 우리 아주머니들의 돈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기꾼 종원은 돈이 없었다. 나머지 사기꾼 역시 마찬가지다. 1억원을 털어낼 방법이 없었다. 이 사건을 맡고 고민을 많이 했다. 어찌할 것인가. 그러다가 법무사가 생각이 났다. 사기꾼 종원이 총회 회의록을 위조할 때 모두 법무사를 통해서 위조를 했다. 그 둘은 잘 아는 사이로 보였고, 법무사의 조력 없이는 이 사건 범죄는 불가능했다. 더구나 그 종원은 이런 것에 대해 거의 문외한이었다. 나는 법무사를 공범으로 몰아 법무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기로 했다.

3. 소송 진행 향방
사건을 검토한 결과, 법무사의 일처리는 너무나 엉성했고, 거의 사기 범행을 알고 도와준 것이 틀림없어 보일 정도로 제멋대로 일처리를 했다. 도저히 법무사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한 것이다. 예를 들어, 4월에 자신이 임기 2년의 종중 회장으로 선출된다는 회의록을 가져와 타이핑 쳐달라고 한 뒤 다시 5월에 임기 4년의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회의록을 가져와서 쳐달라고 했다. 더구나 총회 회의록은 대부분 손으로 작성을 하며, 이렇게 타이핑을 치지는 않는다. 암튼 여러 가지로 위조하였다는 정황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법무사는 그대로 다 처리해준다. 그리고 이 사건 부동산등기도 처리해준다. 아주머니들은 법무사까지 끼어 있으니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주고 등기를 이전받았다. 결국 법무사는 한 패로 단단히 일을 한 것이다.


아주머니들은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별 방법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나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은 다 돈이 없으니 법무사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보자라고 제안을 했고, 아주머니들도 흔쾌히 동의했다. 다만 반신반의하는 상태였다.

 

다른 사기꾼들도 모두 피고로 넣고 법무사도 피고로 넣어 소장을 2005년 말에 제출했다. 소송은 1년을 끌었다. 과연 법무사가 위조된 총회회의록을 의심하고 처리를 거부할 의무가 있느냐가 관건이었고, 이에 대해 명백한 판례가 기존에 없어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오갔다. 그러나 분명히 여러 정황과 증거상, 우리에게 유리하게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 무단 전재 엄금 - 출처를 반드시 밝혀 주시길 바랍니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