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다간 허울 좋은 자격증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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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다간 허울 좋은 자격증이 될 수도”
  • 법률저널
  • 승인 2008.05.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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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모든 분야에서 미국 법의 영향력은 매우 크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의 타결과 외국법자문사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앞으로 2년 안에 미국 변호사들은 국내에서 국제법과 미국법의 자문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미국 변호사의 수요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인해 국내에서 미국 로스쿨을 지원하는 이들의 수는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미국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이수해야 하는가?


미국 학부에는 법학과가 없으므로 미국에서 판, 검사나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교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인 로스쿨에 진학하여 학위를 취득한 후 미국 변호사 시험에 통과해야 한다. 미국 로스쿨은 법률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 대학원 (Professional Graduate School)의 성격을 갖는 교육체계로 크게 세 가지 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변호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며 미국 법 교육의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과정은 JD (Juris Doctorate)이다. 대부분의 미국 변호사들은 JD 과정만을 마친 이들이다. LLM (Master of Laws)과 SJD (Doctorate of Juridical Science)는 JD를 마친 변호사들이나 외국 법대졸업생을 위한 전문과정으로 법률 전문가 양성을 위한 실습 위주의 교육이 아니라 법에 대한 학문 연구를 위한 과정이다.


국내에서 법학박사로 번역되어 명칭의 논란이 있는 JD 과정은 미국 로스쿨을 대표하는 과정으로 3년간 법률 전문가를 길러내기 위해 전반적인 법 지식 교육과 더불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변호사처럼 생각하는 훈련 위주의 교육을 실시한다. 특히 혹독하기로 유명한 1학년 과정은 강도 높은 수업으로 학생들의 경쟁심을 부추겨 법조인으로서의 자질을 뒤돌아본 후 진급여부를 결정하도록 유도한다. 철저히 상대평가로 이루어지는 학점은 오로지 학기말에 치러지는 3-4시간의 기말고사 (Final Exam)로만 평가되며 각 학년 전체 석차 (class ranking)는 교내 게시판에 공고된다.


JD과정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좀 더 수월하다고 알려진 LLM과 SJD과정은 기존 법학학위를 가진 사람만이 입학할 수 있다. 보통 JD 학위를 가진 미국 법조인들과 외국의 법대 졸업생, 법조인이 입학한다. LLM 과정은 1년으로 약 20 학점을 이수하면 별도의 논문없이 학위가 주어진다. 국내에서 법학학사를 취득한 후 미국 로스쿨 진학의 목표가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따는 것이라면 굳이 3년을 투자하여 JD과정을 이수할 필요는 없다. 뉴욕을 비롯해 몇몇 주에서는 해외에서 JD과정에 준하는 법학교육을 받은 이들에 한해 LLM 학위만으로도 미국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뉴욕주의 경우 LLM 학위만으로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려면 응시자가 자신의 국가에서 변호사 시험 응시 자격을 갖춘 이들로 제한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로스쿨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사법시험 제도가 유지되는 2017년까지만 한국 국적을 가진 법학학사가 미국에서 LLM 과정만을 이수한 후 뉴욕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SJD 과정은 주로 법학학자나 교수를 지망하는 이들이 선택하는 과정으로 JD나 LLM 학위가 있는 사람에게만 입학이 허용된다. 한 분야의 법만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서 논문을 쓰는 일종의 연구과정인 SJD 과정은 법률 전문가 양성이 목적인 JD과정과는 내용과 교육방식에 있어 큰 차이를 보이며 일상적으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른 전공과목의 박사과정과 거의 흡사하다고 보면 된다.


미국 로스쿨 학위를 형식적으로 국내 법학학위와 비교하자면 JD는 국내 법학학사에 해당하고, LLM은 법학석사, 그리고 SJD는 법학박사라고 보는 것이 적당하다. 국내 법조인들 사이에서 LLM이나 SJD는 그리 낯선 학위가 아니다. 그러나 의외로 미국인들에게는 JD 이외의 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로스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미국 로스쿨 교수 중 많은 수는 JD 학위만을 가지고 있고 한국의 법학박사에 해당하는 SJD 학위를 취득한 미국 로스쿨 교수는 거의 전무한 수준이다.


최근 들어 몇몇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국내 미국 변호사 공급이 수요를 넘어설 수 있다는 조심스런 우려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MBA (미국 경영학 석사) 학위가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듯하다가 급작스럽게 늘어난 MBA 자격자들로 인해서 공급 초과 현상을 보인 것과 마찬가지로 차별화 전략과 특성화를 가진 진정한 법률 전문가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너도나도 꿈꾸는 "국제변호사"는 허울 좋은 자격증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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