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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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호 변호사의 법조이야기15
  • 법률저널
  • 승인 2008.05.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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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과 돈(5)

 

14. 착수금 없이 시작하는 경우


가끔 착수금을 받지 않고, 일이 잘 되면 성공보수금을 좀 높게 받는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 맘이 다 똑같아서,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의 심정이 다르다. 따라서 사건이 끝나고 나면 ‘변호사가 한 일이 뭐 있느냐’며 돈 주기를 거부한다. 그러면 그것 가지고 소송을 해야 하는데, 피곤한 일이다. 간혹, 착수금을 일 시작 후 한 달 있다가 주겠다는 등으로 미루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하지 말 일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보통 신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 돈 받아내기가 그 맡은 사건에서 승소하는 것보다 힘든 경우가 종종 있다.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따라서 말 그대로 착수금인 만큼, 돈이 입금된 다음에 일을 시작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나도 처음에는 착수금 받지 않고 후불제로 일을 몇 건 했었다. 한 번은 누나 친구의 친구라는 사람이 누나 친구와 함께 왔다. 남편이 죽으면서 보험금을 타게 됐는데 빚이 더 많아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것이다. 상속 포기 내지 한정승인을 해야 하는 건이다. 당장 돈은 없고, 나중에 일이 다 끝나면 500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남편 재산보다 상속재산이 좀 더 많아지는 것이었다. 그것이 밝혀지기 전에는 상속포기 내지 한정승인과 관련하여 절차를 알아보고 어떤 것이 낳은지 결과를 예측하고, 그런 방향으로 조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보험금의 수령자가 모두 남편으로 되어 있는 바람에 결국 상속포기가 아니라 상속승인을 해야 했다. 그러면서 내가 할 일은 거의 없어졌다. 보험금 타는 일은 본인이 해도 된다고 하더라. 나는 그 사건으로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할애했다. 왜냐하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은 시간이 매우 중요한 일이고, 일을 맡은 이상 일처리에 대한 검토를 실수 없이 치밀하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 비용을 100만 원으로 하기로 했는데, 30만 원만밖에 받지 못했다. 참 황당했지만, 그냥 참았다. 나는 위 사건을 맡을 당시 이미 착수금을 받지 않고서는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사자를 보니 사람이 너무 착해 보이고 좋아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은 믿을 수 있다, 나중에 딴 얘기 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생각을 하고 후불제로 일을 시작했다. 그런데 결국 일이 그렇게 됐다. 돈 앞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더 강하게 나머지 비용을 요구할 수도 있었겠고, 법원에 소송도 낼 수 있지만, 중간에 누나 친구가 있고, 누나 체면도 있고 해서, 그냥 참았다.

 

15. 특별한 아이템으로 돈 버는 변호사들


변호사 중에는 특별한 아이템을 잡아서 돈을 많이 버는 사람들이 있다. 머리가 좋고, 돈 될 만한 사건에 대한 예리한 눈빛으로 건수를 잡아 돈을 버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저작권 관련해서 책이나 영화 등의 저작권자로부터 고소대리 위임을 받아 불법으로 업로드 하는 사람들을 찾아내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이다. 합의금의 60%를 변호사가 갖고 40%는 저작권자에게 준다. 대부분 아무 생각 없이 업로드 하는 사람들은 법률사무소 사무장의 전화를 받고 하늘이 노래진다. 그리고는 50 -100만 원 사이의 합의금을 내고 일을 마무리 짓는다. 변호사로서는 크게 힘들 일이 없다. 또한 아직 저작권에 대한 국민적 인식이 희박해서 전국적으로 엄청난 수의 불법 업로드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모든 건마다 수십만 원의 합의금이 걸려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한 달에 수 천만 원을 버는 변호사들도 있다. 하지만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매우 억울하다. 사소한(?) 잘못으로 수십만 원의 돈을 지불해야 하니까. 형사처벌을 빌미로 필요 이상의 피해 배상을 받는 측면도 있다. 이런 것이 맘에 걸려서 시작했다가 중도에 그만둔 변호사도 있다. 돈을 번다는 것은 항상 그 경계에 있는 것 같다.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지불할 가치보다 더 지불하는 것은 아닌지의 그 경계 말이다.

 

16. 90년대와 지금의 차이


예전에는 변호사는 사무실만 열어놓으면 사건이 줄을 이었다. 그 때는 돈 벌기가 쉬웠다. 한 달에 일억 원을 버는 경우도 많았다. 변호사가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20년 전만 해도 변호사는 언제든지 도지사를 마음대로 면담할 수 있었다. 요즘은 하늘의 별따기다. 90년대에도 착수금이 300만 원이었고 요즘도 착수금은 300만 원이다. 변호사 비용은 그 때나 지금이나 변동이 없다. 그런데 인건비나 물가는 그때보다 몇 배 뛰었다. 그만큼 변호사 수입이 줄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변호사를 해서 떼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틀릴 수가 있다. 아무나 그렇게 버는 것이 아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큰돈을 벌기는 쉽지 않다. 대신 불가능할 것도 아니다. 일 년에 일억 원을 버는 사람이 좀 더 노력을 하면 3억 원은 그다지 어렵지 않게 벌 수 있다. 그렇게 몇 년 하면 재산가가 될 수 있다. 1억 원 벌 때보다 3배 노력을 해야 3억 원을 버는 것이 아니다. 발상의 전환만 해도 그렇게 수입을 높일 수 있다. 변호사는 사업가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누구나 돈을 벌었다면 요즘은 버는 사람과 못 버는 사람으로 구분이 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여러분은 법조계로 들어올 때 냉정하게 판단하고 들어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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