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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5.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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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적 사고력'-법과 규범

 

                                  박승수 변호사
                                  네모법률교육 대표, 로펌 네모 대표, 베리타스법학원

 

법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해도, 사회생활을 하는 모든 일반인은 마음속에 사회적  규범의식을 상식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규범의식이 법과 일치하여 해석되면 법과 상식이 일치하게 된다. 그러면 법의 예측 가능성은 보장되는 셈이고, 해석된 법은 일반인에게 개인적이지 않은 보편적인 결과로서 받아들여져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실현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법조문에 충실하게 해석되었다 하더라도 그 결과가 이러한 상식을 벗어났다면, 원래 법조문을 모르는 일반인에 있어서 법적 처벌은 받아들이기 힘든 결과가 된다. 또한 법은 강제적 규율의 수단으로만 인식되어, 처벌받은 자는 자신이 나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단지 운이 나빴다고 생각하게 되며, 빠져나갈 구멍이 있으면 탈법을 시험해 보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법이 상식과 일치하면, 법률의 심판은 스스로의 사회적 양심에 의한 심판과 일치하게 되고, 법률은 외적인 강압에 의한 위협이 아닌 신뢰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법은 저절로 지켜지는 것이며, 여기에서 법해석의 실질적 요건이 나온다. 즉, 일반인의 상식적 규범의식을 실질적 요건으로 인식하는 것이 법의 힘의 근거가 된다.


그렇다면 규범의식이란 무엇인가? 개인의 가치관에 크게 좌우되는 개인적 도덕관이나 신념이 아닌 사회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는 공통된 가치를 말한다. 법은 이것에 기초하였을 때 저절로 지켜지게 되고 사회 질서유지 기능을 최대한 발휘하게 된다. 반대로, 아무리 법조문 문구에 충실하게 해석되어도 그것이 일반 국민의 규범의식에 반하면 법은 지켜지지 않게 될 뿐만 아니라, 법체계 자체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다. 법을 따르는 것이 자유가 되고, 사회적 상식에 뿌리 내린 법해석이 민주주의의 실현이 되고, 그 결과로 법에 의한 강제가 아닌 신뢰의 대상이 되는 것이 법이 존재하는 이유중 하나이다. 법과 규범에 대한 이해는 법과 자유의 관계, 자유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인 '베니스의 상인' 줄거리 가운데 "빌린 돈을 갚을 수 없을 때는 자기의 살을 1파운드를 베어낸다"라는 내용의 계약을 이행시키지 않기 위해 재판관은 "살 1파운드라고 적혀있는 이상 피는 한 방울도 흘려서는 안된다"라고 문구에 충실하게 해석하여 채무자를 구한 이야기에서 법해석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즉, 법이 일반 국민의 규범의식과 일치하여 해석되면 법과 국민의 공감이 형성되고, 법은 국민 개개인의 본성, 이성, 양심과 일치하여 신뢰의 대상이 된다(한발 더 나아가 Hegel이 주장한 이상사회는, 법을 따르는 것이야말로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는 곧 자유를 의미하게 된다). 그래서 판례 안에 일반 국민의 규범의식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근거로 판례는 정당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현직 법률가의 판단이 사회 정의 구현에 가까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양심과 겸허함을 잃어버리지 않고, 사회규범과 법률의 구현자로서의 소명 의식이 법률가에게 요구되는 역할 중 하나이다. 일반 국민의 규범의식과 실질적인 법질서의 조화로운 유지를 기초로 하여, 목적과 수단이 법과 규범 안에서 일체성을 갖는 투명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법률가의 또 다른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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