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태 칼럼 - 공무원이나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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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태 칼럼 - 공무원이나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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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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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탈한 비인기 과목!
 대학교수라고 모두가 잘 나 갈까? 조교수 이상이 되어야 잘 나간다. 최근 SBS 인기드라마 「내남자의 여자」편의 남자 주인공 홍준표(김상중 분)도 서울 모 대학의 시간강사이다. 시간당 3만원에서 4만원 사이의 강의료, 쥐꼬리만한 원고료, 주는 둥 마는 둥 하는 인세(印稅), 교수라고 하지만 그들의 삶은 달동네 수준이다. 특히 비인기과목, 농업직, 임업직, 교정직, 기계직, 토목직, 건축직, 관세직 등은 궁여지책으로 고시학원가로 손을 뻗쳐두고 있다.
 
 한 강좌에 500명에서 1,000명이 모이는 인기과목이 담당 강사가 있는 반면에 수강생 4~5명의 비인기 과목의 강사의 삶은 그야말로 치욕(恥辱)에 가깝다.
노량진에서의 비인기강사의 예로 두 교수의 사례를 들어보자.
 노량진의 모 고시학원 임업담당 강사 J교수, 우리나라 최고의 S대학 강사이다. 옛 황우석교수 연구소 선임연구원이자 농학박사이다. 한국문인협회 자우문예 등단시인이다. 현재 S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산림지원학과 수목생리연구실 연구원이다. 농업분야 수석연구원으로서 장래가 총망되는 학자이다. 외모 역시도 영락없이 꽁생원이다. J교수님도 40이 넘었으니 생활인의 길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 한다. 그것이 당신의 의무의자 책임이다. 주 5일제를 향유하는 현실이다. 남들이 다 노는 주말을 이용하여 고시학원으로 밥벌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하루에 8시간을 풀가동한다. 그들의 하루 수입은 32만원 선이다. 대학수입의 배 이상이다. 그들의 자존심과 진실된 학문은 현실 앞에서 난자당하고 있는 것이다. 임업직이라는 비인기성 때문에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과목은 되어버리는 것이다. 결론은 학생이 많이 몰리지 않는 과목을 필요가치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인문학과의 몰락을 멀리서 보지 않더라도 노량진의 현실이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들이 겪는 현실은 무참하리만치 냉혹하다. 아무리 좋은 학벌, 학위, 아무리 넓고 깊은 학문적 지식이 있다한들 수요자가 없으면 그 효용가치는 끝이다. 노량진 학원가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안타까운 학자들의 현실이 가슴 저미게 한다.   
 
 또 다른 비인기과목의 K강사! 지방(대구)의 국립대학 경제학과 석사출신의 재목(材木)이다. 그가 담당하는 과목은 경영학이다. 외모는 영화배우를 뺨친다. 강사들은 동계훈련 동안 자신의 몸을 만든다. 프로야구 선수들이 몸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신년(新年) 1월 특수(수강생 대박)를 위하여 하찮은 감기도 허용하지 않는다. 목청을 보호하기 위하여 철저한 식이요법도 병행한다. 완벽한 자기관리를 요하는 대목이다. K는 잔뜩 기대를 품고 새벽 6시 대구에서 KTX 자유석을 타고 상경(上京)하였다. 학원 입구는 수강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등록데스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교재판매처 몰(Mall)들은 대한민국 제일의 번잡함이 연출된다. 교재를 사지 못해 수업시간을 10분 연기하여야 할 지경이다.
 
 K의 전공강좌는 단과반 운영체제이므로 1월은 K에게 희망 그 자체이다. 평소 9~10월은 강좌에 7~8명씩을 데리고 강의를 하면서 오로지 방학만을 위하여 기다렸던 K다. 평소의 그의 수입은 그런 수의 인원으로는 월 40만원 오가는 거마비(車馬費)를 제하면 남는 것이 없다(우리나라 시간강사들이 공동으로 겪는 애환(哀歡)이다). 현재 시간강사들은 시간당 강사료 22,000원~40,000원 사이이다. 이들은 10년 전 개정된 고등교육법에 따라 교원(조교는 교원이 아니고 교육공무원임)도 아니다. 그야말로 보따리 장사이다. 당연히 비정규직이다) 그나마 교수 숙소가 제공되니 그나마 숙박비는 절감된다.

 잔뜩 기대하고 강의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K는 아연실색(啞然失色)하고 말았다. 강의실에는 2명의 지방수강생만이 피곤한 채 대기중이다. 그의 기대는 금세 청천벽력(靑天霹靂)으로 변한다. 믿기지 않는 듯 상담관리인을 찾는다. 원인은 학원 측의 전략과 수강생들의 기호를 파악하지 못한 탓도 있고, 시즌 중에 수강생들은 전략과목 위주로 준비한다는 사실을 간과(看過) 한 탓이었다.

 학원 측 또한 1년 특수(特需)를 위하여 수강생들이 즐겨 찾는 중요 메인(main)과목에만 목숨을 건다. 핵심과목, 공통과목의 수강등록을 위하여 전력투구한다. 당연히 빅5(Big5), 빅6(Big6) 등의 홍보에 목숨을 걸 수 밖에 없다.
 
 학원상담의 주 테마는 행정직과 세무직이다. 전략 직군으로 교육직, 법원검찰직, 경찰직, 소방직, 교정직, 기술직 등 페키지 판매(Pakage Sale)에 목숨을 바친다. 천하통일을 위한 행진이 계속된다. 학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아무리 먹어도, 먹어도 배가고프다. 그들만의 자존심 싸움인 것이다. 올스타팀!, 신화창조팀!, 드림팀!, 다이야몬드팀!, 슈퍼스타팀!, 천하통일팀!, 뉴스타팀! 이름도 화려하다. 이런 팀에 들어가지 못한 강사는 비인기과목 강사에 해당한다.  
 
  노량진의 사교육 기관들은 그야말로 경쟁의 극치를 달린다. 신(新)자유주의의 진수(眞髓)를 보여주는 곳이다. 수강생 1위의 스타만 남는 이곳에 그 어떤 전략팀에도 들지 못하는 인기과목은 그야말로 찬밥신세이다. 노량진에서는 과목의 선택이 장말 중요하다. 제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다 한들, 아무리 좋은 연구 실적이 있다 한들, 아무리 최고의 학벌을 소유하였다 한들, 수강생이 모이지 않는 강사는 그야말로 무용지물(無用之物)이다. 노량진은 수(數)가 말한다이는 결코 장난이 아니다. 엄연한 피 말리는 현실이다. 노량진은 전인교육(全人敎育)에 목숨을 메는 곳이 아니다. 인성(人性)교육에 목매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수를 모으는 것에 사활(死活)을 건다. 비인기과목은 당연히 수가 적다.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메뚜기가 되어야 한다. 그들은 지방의 대학으로 보따리를 싸 메고 또 떠나야 한다. 삶은 그들을 진정 고달프게 한다. 그들은 오로지 전임이나 조교수 이상이 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전국을 돌아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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