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의 함정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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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의 함정 (4)
  • 법률저널
  • 승인 2007.11.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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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후 변호사 한빛변리사학원


전형의 기준은 무엇인가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이라 한다)은 신입생을 어떠한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가? 이에 대한 법규는『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법”이라 한다)』가 현재로서는(그리고 앞으로도) 유일하다. 이에 따르면 로스쿨은 의 전형요소로서는 “학부 성적”, “적성시험 결과” 및 “외국어능력”을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하여야 하며, 그 밖의 사회활동 및 봉사활동에 대한 경력을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법 제23조 제2항 본문). 한편 이 경우 법학에 관한 지식을 평가하기 위한 시험을 실시하여 그 결과를 입학전형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동 단서).

 

이제 이러한 전형기준이 현실적으로 어떻게 작동할 것인지를 차근차근 감상해 보도록 한다.

 

의무적 반영요소 (1) - 적성시험 결과


적성시험(세칭 LEET를 말한다. 여기서도 편의상 “LEET”로 통칭한다)은 현재로서는 로스쿨 전형요소로서 가장 대표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런데 필자가 상담하면서 놀란 것은 이 LEET의 성격이나 위상에 대하여 적지 않은 오해가 있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이 LEET가 과거의 사법시험의 위상을 가지는 시험이라고들 착각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여러 가지 오해가 있으나 가장 대표적인 오해가 바로, 이 LEET 성적이 당락을 좌우한다는 오해이다.

 

실상은 전혀 다르다. 가까운 일본의 예를 들어 보고자 한다. 다소 극단적일 수도 있겠으나 ?立筑波大?(국립츠쿠바대학)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가장 많은 합격자를 배출한 도쿄대학의 경우 통계를 공개하지 않음).


요컨대 2005년의 경우 간신히 40점을 넘기고도 합격을 했다는 얘기다. 사립대학교의 경우, 사정은 더하다. 예컨대 ?西大?(간사이 대학)의 경우는 다음과 같다.


2006년의 경우에는 물경 31점을 맞고도 합격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통계가 웅변을 하고 있는 이상 LEET의 위상에 대한 더 이상의 긴 설명은 낭비일 것이다.

 

의무적 반영요소 (2) - 학부성적


LEET가 위와 같이 전형요소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학부성적이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인지가 문제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이 점은 일본의 각 로스쿨의 2007학년도 합격자 출신대학 분포를 보면 어느 정도 추측이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어느 로스쿨을 봐도 합격자의 출신대학 분포를 보면(자교 출신을 제외) 도쿄대학교, 와세다대학교, 게이오대학교가 거의 예외 없이 top 3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 3곳의 대학교라면 일본국 내에서는 최고의 명문대학이며, 학사 관리도 (추측건대) 엄격할 것이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높은 학점을 주었을 리가 없다고 보아야 한다. 그렇다고 유독 저 대학교들만 학점이 높은 수험생이 로스쿨에 진학하려 했다고 보는 것도 무리다(오히려 그 반대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두 가지로 추리해 볼 수 있다. 하나는 마치 우리나라의 일부 사립대학이 시도하는 “고교등급제”와 같은 “대학등급제”를 로스쿨들이 실시하고 있을 가능성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등급제”는 “공정성”은 물론이오, “객관성”에서도 중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못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학부성적의 “실질적” 반영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위와 같은 결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해야 한다. 왜냐하면, 학부성적을 주요한 전형요소로 하는 경우 당연히 여러 가지 문제점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문제점으로는, 로스쿨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어려운 전공과목이나 기타 깊이 있는 과목을 의식적으로 회피하고, 오로지 점수를 얼마나 잘 주느냐만을 기준으로 강의과목을 선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각 전공의 얄팍한 지식만을 갖춘 자들이 상대적으로 로스쿨 입시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할 것이고 제도의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다.

 

의무적 반영요소 (3) - 외국어능력


외국어능력이라고 했을 때 영어만으로 문호를 좁히기는 어렵고 다른 외국어를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각 외국어간의 상대평가의 곤란함이 있기 때문에 결국 외국어는 통과 여부만을 결정할 뿐 상대평가자료로 쓰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P/F 를 결정하는 요소로만 사용되고 있다.


진정한 전형요소는 무엇인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LEET는 당락을 좌우하는 요소가 아니며, 학부성적이나 외국어능력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실질적 전형요소는 무엇이 될 것인가? 일본의 경우 전형요소로서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바로 “서류심사”이다. 학교에 따라 다르기는 하나 대체로 1/3 내지는 1/4 정도의 비중으로 전형에 반영되고 있으며, 필자가 보기에는 바로 여기서 실질적인 당락이 좌우되지 않는가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당연히 서류심사는 빠지지 않고 들어갈 것이다. 과연 거기서 어떤 심사가 이루어질지가 문제이다. 일단 각 로스쿨은 “합격률 재고”를 지상명제로 할 것인바, 이를 예측의 축으로 삼아 검토해 보기로 하자.

 

경력


먼저, 경력의 문제를 본다. 현재 변리사, 공인회계사, 법무사 세무사 등의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단연, 로스쿨로서는 입학선호 제1순위가 될 것이다. 이런 사람들은 이미 시험에 붙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서 시험에 강하다는 것이 공인되 사람들이다. 따라서 로스쿨 수료 후의 변호사시험에서의 합격 가능성도 누구보다도 높은 사람들이다. 더욱이 이미 기존의 전문직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로서 변호사가 되자 마자 “전문변호사”의 간판을 내 걸 수 있는 사람이어서 로스쿨로서는 명분도 선다. 실제로 충남대의 경우, 변리사 자격소지자는 입학 사정시 어떠한 방식으로든 우대받을 것이라는 것을 공공연히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월간 신동아 2007년 9월호 참조).

 

면접


다음, 면접의 문제를 본다. 법은 법률지식을 묻는 시험은 금지하고 있으나, 면접은 다르다. 면접에서는 법률지식 내지는 법적 소양을 묻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참고로, 대학원이 아니라 “학부”의 법학과에서도 면접시험에서 법적 소양을 묻는 것은 상식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면접시험의 경우, 2005년도 입시에서는 `법적 절차와 판결', 2006년도 입시에서는 “관습헌법”을 물었고 2007년도 입시에서는 “국제사회와 국가주권”을 물었다.

 

이로서 미루어 짐작하건대 로스쿨 면접에서는 법학 내지 법실무를 묻게 되지 않을까 한다. 왜냐하면 일본의 경우, 법학전공자들이 신사법시험(우리의 변호사시험에 해당)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보였는바, 우리의 대학들도 이 점에 착안한다면 가급적 법학의 기초 소양이 있는 수험생을 뽑으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론


로스쿨은 -아주 냉엄하게 말한다면- 공부를 하러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변호사가 되기 위해 들어오는 곳이다(로스쿨에서의 “전문법조인교육”의 비현실성은 다음 회에 논하기로 한다). 그렇다면 수험생들로서는 로스쿨에 들어갈 궁리를 할 일이 아니다. 그 전에 좀 더 진지하게 자신이 로스쿨에 들어가서 과정을 무사히 마치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할 수 있는지를 먼저 돌이켜 보아야 할 것이다.

 

주변의 로스쿨 지망생들이 벌써부터 LEET 책을 붙잡고 고시공부라도 하듯이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과연 고시공부하듯이 하루에 몇시간씩 투자할 성격의 시험이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참으로 의문이다.

 

지금 하는 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변호사가 되어 보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변호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 보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우선은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벼운 내용의 법서를 사서 찬찬히 읽어 보기를 권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이 앞으로 어떤 업무를 다룰 것인지에 관한 견문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오, 그쪽이 나중에 논술시험이나 면접 시험과 관련하여 입학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은 이런 경우에도 진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천할 만한 법서가 많지 않다는 것이 우리의 척박한 현실이라서 안타까울 따름이다. 시중의 대부분의 “~법 입문”은 전혀 일반인을 위한 책이 아니다. 그런 책으로 법학에 입문하면 첫 몇 페이지에서 지레 질려버리기 일쑤여서 일독을 권할 수 없다.

 

민법의 경우에는 양창수 교수님의 “민법입문”이라는 훌륭한 책이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형법이나 공법(헌법, 행정법), 나아가 소송법 분야에서는 그러한 책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아쉽다. 민사소송법의 경우, 일본의 小島武司교수가 쓴 “프레프 민사소송법”이 비교적 추천할만하나, 절판된 것 같아 안타깝다.

 

로스쿨 제도의 진정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법학에 좀 더 쉽게 다가가는 풍토부터 조성되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진정한 입문서가 체계적으로 나와 주어야 할 것이다. 또 한번, 우리나라에서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지는 변호사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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