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반면교사의 외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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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반면교사의 외줄타기
  • 법률저널
  • 승인 2007.11.23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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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反面敎師라는 말은 마오쩌둥이 잘못된 것을 보고 오히려 그 반대의 효과적인 개선책을 강구하라면서 사용한 이래, 요즘은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잘못된 것을 보고 그렇게 하지 않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때 사용되는 용어가 되었다. 지금이 우리가 반면교사라는 말을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이 삼성으로부터 떡값으로 받았다가 돌려주었다는 500만원 현금다발뭉치에 대한 증거사진을 공개하여 김용철 전 삼성법무팀장의 폭로에 신빙성을 더해준 데다가, 익명을 요구한 전 삼성 임원의 비자금 조성 사실 폭로 인터뷰 기사가 케이비에스 저녁 아홉시 뉴스시간에 보도되어 그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여전히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삼성의 한국비료가 이병철 회장 재직 때인 1966년 5월에 약 55톤 정도의 사카린을 일본으로부터 밀수한 일로 곤욕을 치룬 적이 있었다. 설탕이 절대부족했던 시절, 사카린은 전국민에게 달콤함을 안겨주는 황홀한 묘약이었다. 경향일보가 처음으로 보도한 위 사안에 대하여 대기업이 밀수를 하였다는 국민의 분노가 들끓자, 그때도 삼성은 자사가 설립한 중앙일보와 동양방송 등 신문, 티브이, 라디오 등의 언론을 통해 삼성이 그랬을 리가 없다거나 과장된 것이라며 삼성을 비호하기에 앞장섰다. 지금하고 행태가 똑 같다. 그러나 여론이 식지 않자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대검찰청은 9월24일 이병철 사장의 차남인 한국비료 이창희 상무 등을 구속하는 선에서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저지른 밀수사건으로 종결지었다. 물론 철저하게 삼성의 이병철 회장은 보호되었던 것이다. 그때 당시 동아일보 등 주요언론은 사카린 밀수는 빙산의 일각이고 건설자재란 명목으로 세탁기, 양변기, 전화기, 텔레비전 등도 밀수했다는 사실을 집중보도하였으나, 검찰은 사카린 밀수만으로 한정해서 수사를 종결하였던 것이다. 


한국의 재벌 오너들은 상당수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역사의 격변기 속에서 기업을 일구는 과정에서 효율의 극대화를 기하다 보니 그런 위법행위가 많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에스케이의 최태원 회장은 2003년도에 SK주식회사의 대주주가 되는 과정에서 편법적인 방법을 이용한 것 때문에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적이 있고,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 한보의 정태수 회장, 한화의 김승연 회장, 대우의 김우중 회장 등도 역시 기업비리와 관련하여 형사처벌을 받거나 받은 적이 있다. 어찌 보면 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세계의 다른 기업과 경쟁하여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의 각종 규제 법률이 족쇄가 되었을 수도 있고, 효율성과 능률을 중시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위법행위를 하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한 잘못된 기업경영의 관행이 누적되어 기업의 재무구조 악화로 나타났고, 아이엠에프의 외환위기를 맞이한 것이 사실이다.


삼성은 기업혁신에서 어느 기업보다 앞서 있는 세계의 글로벌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기에 세계 1위를 구가하는 여러 제품들을 내어놓고 있고, 국민 모두 삼성의 로고를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봄 개인적으로 유럽 몇 개국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런던과 파리, 로마의 중심가에 설치된 전광판에서 번쩍이는 삼성의 광고를 보면서 얼마나 가슴이 뿌듯했는지 모른다. 삼성은 우리의 국민기업이어야 하고, 그 성장과 발전은 우리의 자랑과 자부심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삼성은 이제 철저한 자기반성을 해야 하고, 대국민 앞에서 새로운 기업문화를 토대로 한 투명한 경영으로 대전환을 하겠다는 선언을 무릎 꿇고 하여야 한다. 삼성이 조금 더 일찍 다른 기업총수들의 형사처벌받은 것을 반면교사 삼았더라면, 그동안 알게 모르게 폭로된 삼성비자금 관련사건, 노조설립 방해사건, 공사발주를 둘러싼 각종 의혹사건 등 스스로 자기혁신을 꾀해나갈 수 있는 기회가 참으로 많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때마다 삼성은 지금처럼 도마뱀 제 꼬리 자르듯 극히 일부 직원들의 개인적인 비리로 사건을 처리해 왔다. 그것이 지금까지는 통해왔지만,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했다는 사실을 삼성은 미처 깨닫지 못한 잘못을 범해버린 것이다. 호미로 막고 막고 또 막다 보니 통하더라는 잘못된 신화를 너무 믿어버린 것이다. 곪을 대로 곪았고, 썩을 대로 썩은 악취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고, 결국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태에 이른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다.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더군다나 잘못된 신화는 오래 가지 못한다. 사카린 밀수사건 이후 31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31년의 세월 동안 오래 오래 버티어왔으니 32년째로 이어져가리라는 그 신화가 이제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시점에 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지금이라도 삼성은 스스로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비자금 조성 및 부당한 장학생 관리에 대한 반성의 석고대죄가 있어야 할 것이다. 많은 이들은 삼성 같은 기업이 우리 국민을 먹여 살리는데 왜 삼성의 발목을 잡느냐며 폭로한 이를 비방하며 삼성을 옹호하기도 한다. 그 말도 한 면에서는 옳다. 삼성이 하는 일을 어찌 과소평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러한 뒷거래가 얼마나 많은 부작용을 낳는지, 건전한 경쟁관계를 해치고, 사회구조를 왜곡시키는지 한 번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시점에 왔다. 정치가와 언론과 공무원이 할 말을 잃을 때, 노조의 존립이 부정되고, 부정한 일에 대하여도 눈앞에 이익이 생긴다는 것 때문에 모두가 침묵하게 될 때 잃게 되는 “인간의 근본”을 무엇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 것인가? 까닭에 잘못된 관행이라면 고치고, 그에 기초하여 올바른 기업문화가 정착하는 것이 먼 장래에 “우리는 옳았다”라는 자존심 있는 평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꼬이고 꼬여버린 세상사를 보며 답답해진 마음은 명심보감 省心篇의 “蘇東坡曰, 無故而得千金 不有大福 必有大禍 - 소동파가 이르기를, 까닭이 많은 돈을 얻으면 큰 복이 오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큰 화를 당할 것이다.”라는 말을 떠올린다. 중국 송나라 때 왕수가 진평태수를 지내면서 당시 많은 부를 축적했던 전임자들과 달리 청렴하게 선정을 베푼 뒤 임기를 마치고 떠나자 사람들이 돈도 못 챙긴 바보 관리라며 그를 비웃자 이를 빗대어 했다는 고사에서 비롯된 말이다. 선인은 一言不中이면 千語無用이라고 했다. 한 마디가 옳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말이다. 어쩌면 내가 하는 이 말도 일언부중이 될지 모르겠지만 이제 옳지 않으면 하지 말고, 조금 손해보고 살아도 되지 않겠나 말이다. 세계화는 wide한 것 같지만 광대의 외줄타기일 뿐, 어디에도 의지할 곳 없는 외로움이다.


그래도 다 살아남자. 막말로 죽는 놈만 손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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