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원광장]법조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상태바
[연수원광장]법조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 박지웅
  • 승인 2007.10.12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지웅 사법연수원 37기

 

사법연수원 2년차 과정도 실질적으로 1달 남짓 남았다. 마치 아직 '나비가 애벌레로서 탈피도 다하지 못한 채 날개를 펴는 것 같은 기분' 이랄까?


나는 2년차 시보생활과, 4학기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의 약 2달간을 통해 연수원 생활을 정리하는 키워드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것은 여타 다른 고민들보다 우선순위에서 앞서는 '법조인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고민에 대한 것이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듯이, 법조인 역시 사건의 수임만으로 자신의 책무가 다 끝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사건에 대한 장악 능력에서 비롯하는 자부심일 것이다. 그것은 당사자가 소송에 이르게 된 배경, 당해 소송에서 당사자와 각종 증거 및 증인에 대한 파악,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하여 필요한 법적인 지식과 그 사건에 대한 적용능력 모든 것을 지칭하는 것이다.


둘째로는, 사건 당사자들의 말에 대한 냉철한 분석력의 자부심이다. 법리 그 자체는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실체 진실은 당사자 간의 분쟁을 통하여 무엇이 선의와 형평인가 당사자들의 말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경청함으로 '누가 올바른가'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통하여 도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법조인은 당사자들의 말에 대하여 어느 누구보다 유심히 경청하여 판단하는 능력이 좋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셋째로는, 사건을 다루는 나의 인간적 됨됨이를 변화시킴으로 인한 내면수양이 그것이 아닐는지? 나는 검찰시보 기간 내내 위 두 가지 가치를 내면에 균등하게 체화하는 것이 힘들다는 사실을 느꼈던 것 같다. 조사 순간에 사건과 당사자가 괴리되는 것이다. 당사자가 있기에 사건이 존재하는 것이지, 사건이 존재하기에 당사자가 존재하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히려 그 사건을 단죄하고 있는 주재자가 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나는 사건 당사자들 하나하나에게 애정을 갖고 원래 '분쟁이 존재하지 아니하는 상태'로 그 사건과 당사자를 원 위치로 환원시켜 주는 분쟁 해결자라는 것에 만족을 느끼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연수원교육이 위와 같은 의식을 내게 함양하여 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법조인 간의 유대감과 사회의식, 시보생활기간 동안의 책무감에 더불어 학습에 대한 스트레스 못지 않게 철저한 기록 분석과 그에 대한 엄정한 평가는 그만큼 법조인을 또한 단련시키는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로스쿨 제도의 도입은 예비법조인의 교육을 통한 가치관 형성에 있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까? 필자가 언급한 법조인의 자부심은 위 제도에 대한 토론에 있어서 그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로스쿨 정원의 수', '국내 로스쿨 간의 경쟁력', '국내 로스쿨과 미국 로스쿨 간의 경쟁'과 같은 양적 통계수치만을 위한 다소 기교성을 띤 테마들이 제도 운영의 핵인 양 등장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


경쟁력 있는 로스쿨이라는 말을 다시 환원하여 보면 그 알갱이는 무엇일까? 전술한바, 사건에 대한 장악력과 그 사건에 대한 냉철한 분석력을 제고하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요람이라는 것일 게다. 그 분석력과 장악력은 소송기술적인 측면의 제고와 함께 전체적인 법사회적 측면에 대한 윤곽들을 개개 법조인이 스스로 제시할 수 있을 때 더욱 제고되기 마련이다. 나는 새롭게 도입될 개별 로스쿨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지 현재 그 방향을 잃어 버려, 현 우리 법조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가 겪고 있는 보다 궁극에 둔 사회철학 및 개인윤리의 실종을 해결할 수 있을 지 현재 새로운 로스쿨 제도의 도입 논의들만으로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기성의 사법연수원은 전술한바,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에 빛과 소금이 된 법조인의 큰 자부심을 양성하여 주는 요람이었기에, 정보화 사회, 탈근대사회의 로스쿨은 우리 사회에서 사법연수원을 능가하는 책임의식 있고 역량 있는 법조인을 양성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면 한낮 양두구육(羊頭狗肉)에 불과할 것이다.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