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오메, 호박이 굴러가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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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오메, 호박이 굴러가고 있네
  • 법률저널
  • 승인 2007.10.05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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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미얀마민주화시위가 미얀마군부독재의 총칼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류가격 폭등이 빌미가 되었지만 그 동안 군부독재의 억압 속에서 신음하던 민초들이 들고 일어난 민주화봉기는 군부의 무자비한 총격 앞에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채 숨죽이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으로 이어질 것이다. 독재가 영원히 승리하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미얀마민주화시위 실패 보도 위로 1986년 6월 민중항쟁을 벌렸던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인구 5천만 정도, 농업국가, 1962년 군사 구데타로 군정이 시작된나라가 미얀마이다. 우리는 1986년 민주화투쟁의 승리로 이렇게 민주화로 달음질쳐왔지만, 미얀마는 1990년 야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선거에서 승리하였지만 군부독재가 이를 거부하여 아웅산 수치 여사를 감금하면서 여전히 군부독재의 치하에서 신음하고 있다. 어찌 보면 20년 전쯤의 우리 모습인 듯싶어 그들의 민주화운동이 하루 속히 성공하기만을 기도할 뿐이다. 미얀마도 결국은 민주화가 성공할 것이다. 한 번 터진 봇물을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대혁명이 삼년 째 계속되는 흉년의 곤고를 견디지 못한 파리시민에 의해 승리했듯이, 일 년 삼모작이 가능한 세계최대의 곡창시대가 끼니를 거르는 극빈국가가 되어버린 미얀마에서도 결국 성공할 것이다. 너무 가난해도, 너무 부유해도 성공하는 것이 민주화이다. 사람들이 그 배고픔과 풍요의 결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남북을 갈라놓았던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었다. 그 노란 실선을 건넌 상징의 의미가 적지 않다. 그 뒤편에서 국민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지지와 반대의 몸짓을 격렬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보수의 목소리는 먼 훗날 큰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물론 그들 나름대로의 공이 없는 것은 아니겠으나, 지금은 합으로 나아가는 역사의 과정에 있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을 비난하는 것은 결국 결과에서 지는 쪽을 지지하는 것이어서 한 매듭이 맺어질 시점에서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과 반이 어우리지면 합으로 나아가는 게 다음 순서이다.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릴지 모르지만, 남과 북은 두 정상이 만남을 가졌고, 악수를 했다. 악수를 한다는 것은 내 손에 아무런 무기를 들고 있지 않다는 무언의 제스처이다.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그들의 합의는 한반도를 안정체제로 이끌어 갈 것이다. 남북간에 평화협정을 위한 상호신뢰, 군축문제, 남북경협문제, 북핵문제 등이 포괄적으로 수록된 10ㆍ04선언이 천사의 합창이 되어 한민족과 세계 모든 이들에게 평화의 메시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호박이 굴러가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연내 북한의 핵불능화를 마치기로 하는 합의문이 채택되어 발표되었다. 일본도 북한정권에 강경하던 아베총리가 퇴진하고 우호적 입장을 견지해온 후쿠다 내각이 들어섰다. 이라크 사태에 발목이 잡힌 미국의 부시정권도 북한문제를 무력이 아닌 대화로 풀어가겠다는 입장을 굳힌 듯 하고, 북한 정권도 체제를 유지하는 선에서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도 멀지 않아 붕괴될 것이다. 인민 봉기에 의해 무너질지, 군부세력에 의해 붕괴될지, 세월이 김정일을 죽음에 이르게 하여 붕괴시킬지 모르지만, 그 날이 결코 멀지 않았다. 나는 김정일 정권이 의지를 통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래도 믿을 것은 인간의 지성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북한 내부가 가장 타격을 적게 받는 순리에 의해 정권이 유지되거나 체제가 보장되어 우리 남쪽의 피해가 가장 적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북한이 주력하던 군비확장에서 경제협력으로 자발적으로 걸어 나와야 하고, 개성공단을 비롯한 더 많은 공단의 설립과 현재  통행, 통신, 통상이 원활하지 않은 3불통의 문제를 전향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하루 더 방문일정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자진 철회하였다. 이러한 파격적 제안에 대해 외교적 무례라는 말에서부터 회담 성공을 위한 간절한 바람이라는 평가까지 다양하다. 스스로 철회한 파격적 제안에서 나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진심을 읽고자 한다. 그만큼 상호간 불통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무언가 보여주고 싶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 호박이 굴러가고 있는데, 짓고 까불기 좋아하는 논자들은 이를 들어 미주알고주알 떠들어댄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그러한 알 까는 이야기가 필요할 때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알까기는 언제나 알까기일 뿐 본류의 거대한 담론을 가로 막을 수는 없다. 사마귀 한 마리의 당랑거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호박이 굴러가고 있는데, 도토리 생각들이 여전히 범람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을 선거인 명부에 무단등재했던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경선후보측의 행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이 늘상 내게 하시던 말씀이다. 정말이지 도둑질은 손발이 맞아야 한다. 손발이 맞지 않으면 곧바로 들키기 때문이다. 선한 일이야 들키면 칭찬을 받지만 도둑질은 들키면 소위 가막소를 가야하기 때문이다. 감옥을 가막소라고 말씀하시던 어머니께서 막내인 나를 앉혀 놓고서는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다행히 더러 나쁜 짓을 하기도 하였지만 남의 물건은 다섯 살 때 아버지 호주머니에서 10원짜리 동전 훔쳐 사탕 사 먹은 것 말고는 없으니 다른 공범(?)과 손발 맞출 일도 없었지만, 하여튼 도둑질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 뭐 요즘 시중을 강타하고 있는 나문희 주연의 “권순분여사납치사건”처럼 손발이 맞지 않는 납치범들의 포복졸도할 영화 이야기도 있지만, 어떻게 대통령 이름을 무단으로 선거인 명부에 올릴 수 있는지, 이건 틀림없이 바보다. 도둑질이 얼마나 머리가 영리해야 하는 직업인지 모르니 어찌 바보가 아니겠는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도 어설프게 추진한 부시 대통령과 면담계획을 떠벌렸다가 미국무부의 정식 부정 발언 앞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대한 호박이 굴러가고 있는 역사의 현장에서 도토리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들에게 한 마디 해야쓰거따. 도토리묵 묵고 잡은겨, 호박죽 묵고 잡은겨? 오잉, 대통령이 묵고 잡다고? 그럼 잘혀봐, 알아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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