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 쟁탈전에 함몰된 '학생 수업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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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쟁탈전에 함몰된 '학생 수업권'
  • 법률저널
  • 승인 2007.08.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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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총정원과 정원 배분을 놓고 대학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가운데 유능한 법대 교수들을 확보하기 위한 신경전도 뜨거워지고 있다. 종전에는 서울의 주요 대학들이 지방대의 교수들을 빼내 갔지만 이제는 주요 대학 간에도 교수를 스카우트 하려는 분위기여서 대학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간 우수인력이 판·검사와 변호사로 빠져나가 학문 후속세대 양성을 게을리한 탓에 법학교수 전체 풀(pool)이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 대학들이 로스쿨 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법대 교수들의 지각 변동은 예견된 일이었다. 일부에서는 내년 3월 인가대상 대학에 대한 예비선정 결과가 나오면 다시 한번 교수들의 대이동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그 먹이사슬의 최정점에는 서울대가 있다. 일등주의에 안주해온 서울대가 로스쿨 교수 특별채용을 타대학에 비해 최근 뒤늦게 공격적으로 나섬으로써 법학교수들의 자리이동이 지방대→수도권대→서울 주요 사립대→연고대→서울대 순으로 도미노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대 법과대학의 내부 심사를 통과한 15명 중 연세대·이화여대·한양대 등 타 대학 법학교수 8명이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해당 대학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됨에도 시급히 유수한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타 대학에서 검증된 교수를 빼오는 것만큼 손쉬운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대라는 우월적인 힘을 이용해 문어발식으로 다른 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를 영입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얄팍한 일등주의가 빚어낸 경우 없는 짓이다.

고려대와 연세대도 다른 법대 교수 영입 작업을 진행하면서 교수의 연쇄 이동에 불을 붙이고 있다. 여기에 빼앗긴 서울의 중상위권 대학들도 다른 대학에서 빼오는 약육강식의 법칙이 상아탑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큰 대학들이 뒤늦게 교수를 충원하는 바람에 지방대들은 애써 뽑은 교수들을 뺏기는 약자의 설움을 톡톡히 겪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방대는 로스쿨 준비를 위해 상반기에 뽑은 교수들이 갑자기 사표를 내고 수도권 대학으로 옮기는 바람에 교수가 부족해 자칫 2학기 학사일정마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된다. 빠진 자리를 채우기에 급급한 마당에 질(質) 높은 강의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법학 교수의 인력풀이 워낙 빈약해 대학 간의 교수 스카우트는 불가피하다. 또한 교수 본인과 각 대학의 사정과 조건에 따라 이에 맞으면 옮겨갈 수도 있다. 문제는 사전에 충분한 예고도 없이 '정해진 수업을 일정대로 받을' 학생의 수업권을 내팽겨치고 도망가듯 가버린다는 점이다. 심지어 개강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학생들의 피해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다른 대학으로 옮겨가기 불과 며칠 전에 사표를 내는 교수들도 있다. 일부 교수는 학생들로부터 '자고 나면 달라질' 정도로 빈번하게 이동하고 있다는 빈축을 사고 있다. 이럴 경우 그 교수한테 강의를 신청했던 학생의 수업권 침해는 심각하다.

임시방편식 운영이나 신구 교수간 마찰, 보수 문제 등으로 교수 이동이 더욱 잦아지면서 학사 운영도 불안정해지고 덩달아 학생들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는데도 해당 교수와 대학은 이에 대한 한마디의 사과나 충분한 해명도 없어 학생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더 좋은 자리를 위해서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가르쳤던 제자의 수업권을 위해서 말미를 두고 가는 것이 명색이 교수라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냐는 것이다. 보따리 풀고 다시 싸기 바쁜 마치 '철새 정치인'처럼 시류와 때에 따라 학교를 바꾸며 새 살림을 차리는 것은 학생의 눈에는 '해도 너무한다'는 느낌밖에 들지 않는다. 교수라는 직책을 얻은 것은 분명 세상의 눈높이로는 사(士)의 대우를 받는 이유를 곱씹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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