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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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 금태섭
  • 승인 2007.08.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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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변호사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제 우리도 로스쿨을 갖게 된 것이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다음 달에 총 입학정원 및 인가기준이 정해지고 내년 10월 최종 인가를 거쳐 2009년 3월에는 로스쿨이 개원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십년 동안 유지되던 사법시험을 폐기하고 전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게 되는 만큼 법 통과 이후에도 로스쿨 제도를 둘러싼 격론은 그치지 않고 있다.


특히 로스쿨 총 정원 문제에 대해서는 변호사 수가 늘어나면 수입에 타격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실무가들과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고 거액을 투자한 대학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물론 적정한 변호사 수를 정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문제이다. 단순히 변호사의 수입이나 대학에 대한 배려를 넘어서 국민들이 받는 법률 서비스의 질, 나아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인적 자원의 배분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스쿨의 개원이 목전에 다가온 지금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과연 로스쿨에 들어오는 학생들에게 어떠한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로스쿨이 처음 만들어지고 가장 발달한 미국의 경우 재학생에게 이론과 실무를 적절히 배합한 고급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수진의 상당수가 실무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세미나나 학회 등을 통하여 실무의 변화를 신속하게 교육에 반영하고, 또 역으로 새로운 이론을 현실 법정에 제공하기도 한다.


필자가 다녔던 로스쿨의 국제법 교수는 행정부에서 국제조약 관련 업무를 담당했었고 형법 교수는 연방 검사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었다. 미국과 구 소련 사이의 탄도요격미사일 협정을 사례로 들면서 조약의 효력을 설명하고, 로드니 킹 사건 재판을 예로 들면서 연방과 주의 관계를 가르치는 것을 보면서 왜 미국의 로스쿨이 자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즉시 현장에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우리나라에서의 로스쿨 논의도 우수한 교육시스템을 갖추는 방법론에 집중되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실무에서의 경험을 이론과 접목하여 학생들에게 생생하게 가르칠 수 있는지, 어떤 교수진을 두고 얼마나 다양한 분야의 강좌를 갖추어야 하는지 등등 고민해야 할 중요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까지처럼 가능한 한 많은 대학에 로스쿨 인가를 내주기 위해서 총 정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거나, 혹은 대학별 정원을 낮추어야 한다는 등의 논의에 매몰되는 것은 치열한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실력있는 법률가를 배출해낸다는 애초의 로스쿨 도입 취지와는 거리가 먼, 그야말로 한가한 논의일 뿐이다.


최근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라는 통상법 분야에서 다시 겪기 어려운 큰 일을 치렀다. 많은 공무원들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했고 책에서 배울 수 없는 문제들을 몸으로 겪었다. 이렇게 얻은 지식이 관련 분야에 관심있는 학생들에게 전달된다면 정말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다.


로스쿨을 추진하는 대학들이 이러한 경험을 교실로 옮겨오기 위한 방법에 대해 먼저 고민하기를 바란다면 지나친 욕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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