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학계 학력문제에서 자유로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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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학계 학력문제에서 자유로울까
  • 법률저널
  • 승인 2007.08.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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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학위로 대학 교수와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까지 됐던 신정아씨 파문이 터진 뒤 방송계 스타 영어강사, 인기 만화가, 유명 인테리어디자이너 겸 교수, 그리고 공연계 실력자인 대학교수, 연극배우,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 등 연예계에 이르기까지 학력을 속이거나 부풀린 사례가 하루가 멀다하고 들러나고 있다. 양파껍질 까지듯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가짜들이 드러날지 모를 일이다. 최근 학위 사칭 사례가 문화예술계와 전문직 분야에서 나름대로 실력과 능력으로 입지를 굳힌 사람 중에 불거지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의 '간판' 중시가 얼마나 심한지를 말해준다. 그런 사람들에겐 능력만으론 통하지 않는 이 사회에서 버텨낼 통과증명서가 절실했다는 얘기다.

이제는 종교계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신도 25만여 명을 자랑하는 대규모 도시사찰 능인선원 원장 지광(智光) 스님의 허위학력 고백은 '가짜 인생'과 다르지 않다. 누구보다도 정직해야 할 종교계의 지도자가 양식을 속이고 세태(世態)적인 시류에 동승한 것에 씁쓸함과 배신감은 더욱 컸기 때문이다. 개신교계도 학력 위조를 넘어 학위의 '질'(質)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와 경고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학교나 학원수준의 단체에서 받은 학위를 정상적인 학위로 포장하는 '학력세탁'이 교회 목회자들 사이에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자성과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력세탁이 사실상 더 큰 문제로 보인다. 국회 교육위원회 유기홍 의원의 의뢰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미국 박사학위 취득자의 6.6%가 학위 질을 확인하기 힘든 '비인증 대학'에서 학위를 딴 것으로 조사됐다. 박사학위를 파는 유령 대학에서 논문도 제대로 써보지 않고 학위를 받은 셈이다. 주요 사립대에도 미인가 해외 대학의 졸업장을 갖고 석ㆍ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학력세탁 사례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학위 검증 시스템이 매우 부실하다는 방증이다. 외국 박사학위 취득자는 법에 따라 귀국 후 6개월 안에 학술진흥재단에 신고해야 하지만, 의무가 아니다. 게다가 담당 인원도 매우 적어 신고 논문을 모두 검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그렇다면 법학계는 어떨까. 끼와 창의력, 그리고 노력으로 승부를 거는 문화예술계, 그래서 학벌이나 학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아니 자유로워야 하는 그곳에서마저 간판에 매달려야만 하는 사회에서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법학계는 학력세탁 문제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법학계의 박사학위도 대부분 해외 대학의 학위다. 제대로 검증되었을 리 만무하다. 우리 법학계도 미국의 경우처럼 논문 지도교수에게 직접 연락을 취해 학위 취득 과정을 확인하고 대학 도서관을 통해 학위 논문 유무를 확인한 다음 마지막으로 출신 대학에 학적 조회를 의뢰하는 시스템으로 재검증에 나선다면 과연 제2의 신정아가 없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현재 법학교수의 교육능력에 대한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강의 만족도는 턱없이 낮다. 교육이 부실하고 진짜 실력없는 교수들도 많다는 것은 법대생들에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특히 2009년 3월 로스쿨 개원을 앞두고 현재 법학교수의 로스쿨 교육능력에 대한 우려는 적지 않다. 부실한 교육기관에 입학한 선량한 교육소비자만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교수의 연구 평가뿐만 아니라 교육 평가도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또한 최근 로스쿨 도입에 대비해 특별채용 하는 교수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엄격한 검증 시스템의 잣대를 대야 한다. 깊이 있는 교육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당초 로스쿨 도입 취지인 양질의 법률서비스 제공과 국제경쟁력을 갖춘 법조인 양성이 어렵고 결국 부실 법조인을 양산으로 이어져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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