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제 항공모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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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이제 항공모함이 필요하다
  • 법률저널
  • 승인 2007.08.2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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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아시아 국가들이 앞 다투어 항공모함을 건조하고 있다. 21세기가 다시 바다, 해양의 시대가 될 모양이다. 향신료를 구해야 했던 중세유럽인들은 중동국가들에 의해 막힌 육로를 대신하여 인도와 중국을 향해 항해에 나섰다. 그들의 해양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그 해양지배력은 해군의 위력으로 상승되었고, 그들은 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다. 신대륙을 발견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그랬고, 영국이 그랬다. 적은 힘이었을망정 신라의 장보고가 그랬고, 거북선의 이순신이 그랬다. 진주만을 급습했던 일본은 해군력에서 졌기 때문에 미국에게 졌다. 항공모함은 움직이는 국가이자 군사력이다. 미국은 무려 12척이나 되는 항공모함들로 세계 곳곳의 요지에서 적국의 숨통을 조이고 있고, 해상을 봉쇄하고 있다. 쿠바의 미사일위기를 극복할 때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태를 해결할 때나, 이라크를 침공할 때나 모두 거기에는 항공모함이 있었고, 영국이 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전쟁을 수행할 때도 역시 항공모함이 있었다. 항공모함이 있는 곳에는 전쟁의 승리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항공모함은 워낙 대형선박인 데다 각종 첨단무기를 장착하여야 하기 때문에 건조하는데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한번 건조한 후에도 유지비가 어마어마하니 가난한 나라는 아예 언감생심이다. 중국은 2016년까지 3만톤급 이상의 대형항공모함 세 척을 건조할 계획이고, 러시아는 20년 내 5만톤급 항모 7척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일본도 2015년까지 4만톤급 항모 2척을 진수할 계획이고, 우리 한국도 이미 헬기 7대를 적재할 수 있는 대형수송함(LPH) 독도함을 지난 7월 취역시켰고, 앞으로도 같은 규모의 수송함을 서 너 척 더 보유할 계획이다.


동남아 유일의 항공모함 보유국인 태국은 한 번도 외세에 나라를 빼앗긴 적이 없다. 현재 항공모함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인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브라질, 러시아, 태국, 스페인 등 9개국에 불과하다. 세계가 보유하고 있는 총 항공모함 수는 26척에 불과하고, 미국이 그 중 12척을 보유하고 있다. 발칸반도에서 힘을 자랑하고 있는 러시아도 겨우 한 척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항공모함이 있는 곳에는 전쟁의 승리가 있다. 우리에게도 이제 항공모함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아니 항공모함 같이 모든 무기를 탑재하고, 국가를 이동해 힘을 발휘할 수 있는 항공모함 같은 지도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만이 필요한 것이 아니고, 시스템이,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나라당의 대통령예비후보 경선이 마무리되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후보자로 확정되었다. 그의 일성이 “여의도 정치는 후진국정치”라는 것이었고, 한나라당의 보수성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실용과 중도를 표방한 그의 시각은 정확하다고 본다. 논자가 수없이 주장해 왔지만, 보수와 진보의 말싸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며칠 전 부산에 출장갈 일이 있어 케이티엑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오가는 여섯 시간 동안 나는 김훈의 “남한산성”을 읽을 수 있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청의 침공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말들, 그 말들의 슬픔과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김상헌과 최명길의 말이 심장을 찔렀다. 모두가 조선을 위한다고, 오랑캐라고 멸시해왔던 여진의 말발굽 아래 짓밟히는 산하를 보며, 남한산성으로 도망을 갈 수밖에 없었던 조선의 왕은 얼마나 비참할 수밖에 없었겠는가? 거기에는 청의 기병이 항공모함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남한산성에 갇혀 백성을 굶기고, 헐벗게 하고, 죽어가게 만든 왕이 무슨 왕이고 임금인가? 거기에 빌붙어 말의 성찬을 펼치는 대신들이 무슨 얼어 죽을 지배층인가 말이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戰이 있어야 和가 있다고 주장하는 김상헌의 말이 옳다. 전이 있을 때 적이 우리를 두려워하고 화를 청해올 것이어서 화를 위해서도 전이 필요하다는 김상헌의 말이 천백번 맞다. 아니 전이 끝난 곳에 이미 백기투항만 있을 뿐 화가 있을 수 없다는 최명길의 말도 옳다. 아직 여력이 있다고 보일 때 화가 가능한 것이지, 전에서 철저히 패배한 후에 화란 존재할 수 없다는 최명길의 말 또한 그르지 않다. 전을 위해 화를 주장하고, 화를 위해 전을 해야 한다는 두 사람의 말이 모두 맞다. 그러니 왕인들 어찌 우왕좌왕하지 않을 수 있으랴?


어쩌면 나는 생애 처음으로 이번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게 투표할지도 모르겠다. 1972년 최초의 투표를 시작한 이래 삼십여년 동안 한 번도 찍어본 적이 없는 공화당, 민정당, 민자당, 한나라당에 말이다. 내 이십대를 지배해온 독재와 억압, 더 큰 부정과 부패의 끝에는 항시 그들이 있었다. 그리고 반통일과 특권층을 위한 정책에 몰입하는 듯한 그들의 행위가 있었기에 그 가치에 동조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명박 후보는 가난한 자 앞에서 걸음을 멈춰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병든 자 앞에서 눈물을 흘려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왜냐면 그가 그런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선험의 인식만으로는 결코 경험을 대신할 수 없다. 경험하지 못한 자는 당신을 이해한다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알지 못하는 것을 어찌 느낄 수 있겠는가? 먼 딴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하지만 현재의 한나라당 정강정책이나 짙은 보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나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다. 인간 이명박에게 투표할 것인가, 아니면 지지할 수 없는 한나라당의 정강정책 앞에 그를 포기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말이다.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가 주장되던 날, 등소평의 백묘흑묘론이 주장되던 날, 이미 이념의 무가치성은 증명되었다. 아직도 냉전의 카테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자들이 넘쳐나는 한국의 21세기초는 여전히 죽어있는 사회이다. 실학의 가치를 맹공했던 구한말 유교의 후안무치가 판을 치고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어쩌랴, 21세기의 시대정신은 항공모함처럼 거대하고 도도하게 역사를 향해 전진하고 있음을. 여의도 정치를 확 바꾸겠다는 이명박의 실험이 성공하는 날, 나는 아무런 부담 없이 그에게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내부 개혁작업이 순탄할지 걱정이 앞선다. 항공모함에 구멍을 하나 뚫겠다고 발버둥치는 쥐새끼들이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어찌 쥐새끼 몇 마리의 준동에 항공모함이 침수하겠는가?


한국이야말로 항공모함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대한민국호라는 거대한 항공모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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