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민법사례해결방법론(6)-김형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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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민법사례해결방법론(6)-김형배 교수
  • 법률저널
  • 승인 2007.08.24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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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글 싣는 순서>

 

1. 기본사고·방법
 
Ⅰ. 사례해법의 기본사고
  Ⅱ. 청구권구성을 위한 해결방법과 순서
2. 청구권사례 해결방법의 구체적 내용
  Ⅰ.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파악
  Ⅱ. 당사자들의 사실적 요구의 확인
  Ⅲ. 청구권규범의 탐색
  Ⅳ. 청구권의 경합과 그 검토
  Ⅴ. 청구권규범의 구성요건과 사안의 포섭
  Ⅵ. 부인권 및 항변권과 사안의 포섭
  Ⅶ. 청구권규범의 효과와 확정
3. 물권·형성권 사례의 해결방법
  Ⅰ. 물권적 권리상태에 관한 문제
  Ⅱ. 형성권행사에 관한 문제
4. 답안작성의 요령
  Ⅰ. 논술방법
  Ⅱ. 법률조문의 기입

 

Ⅴ. 請求權規範의 構成要件과 事案의 包攝

당사자가 주장하는 법률효과(예컨대, 손해배상청구, 목적물의 반환청구 등)를 근거짓는 청구권규범이 발견되면, 그 규범의 구성요건들이 주어진 사안에 의해서 충족되는가를 검토하여야 한다. 법률에 규정된 구성요건들이 모두 갖추어진 경우에 그 청구권규범의 효과가 발생한다. 즉 그 규범은 그 사안에 해당하는 것이 고, 그 사안에 적용되는 것이다(예컨대, 제756조의 요건이 갖추어지면 피해자는 사용자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권(효과)을 가진다. 이와는 달리 피해자가 가해자인 피용자에 대해서 손해배상청구권(효과)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은 피용자의 가해행위가 제750조의 요건을 갖춘 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법률적용의 1차적 단계는 청구권규범의 추상적 구성요건을 검토하는 데 있다. 즉 구성요건은 개념요소들(예컨대, 제750조: 고의·과실, 위법성, 손해, 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 등)로 분석되어야 한다. 2차적 단계는 사안을 청구권규범의 구성요건요소에 맞추어 넣는 포섭의 작업이다. 즉 구체적 사안 속의 사실들이 추상적 법규범의 요건요소에 해당되는지를 검토·확인하는 것이다.


(1)  구성요건의 종합적 이해  청구권규범의 구성요건들은 법률에 의하여 정하여지지만 입법기술상 구성요건과 법률효과의 내용이 언제나 명료하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청구권규범의 탐색은 해당 규정을 찾아냈다고 해서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니라, 이 규정과 이에 관련된 定義規定(예: 제98조, 제99조, 제100조, 제141조 등)·補充規定(예: 제527조 이하의 규정들은 각종의 계약에 대한 보충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對抗規定(예: 제213조의 청구권규범에 대하여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1항은 대항규정이다. 또한 점유할 권리는 일단 대항력을 가지므로 이 점유할 권리를 정한 규정은 대항규정이라고 볼 수 있다)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한다.


특히 초학자들에게는 청구권규범과 보충규범 또는 대항규범을 체계적으로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즉, 보충규범 또는 대항규범을 청구권규범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청구권규범의 포섭작업에 앞서서 보충규범의 충족 여부를 먼저 검토하는 경우가 없지 않다. 예를 들면 이삿짐센터업주(운송업자)의 보조자들이 이삿짐을 옮기던 중에 이삿짐주인(운송계약의 위임인: 집주인인 임대인과의 관계에서는 임차인)과 집주인(임대인)의 물건들을 파손하였다고 하자. 이 경우에 운송업자가 집주인에게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는 규범을 제750조로 이해하고, 보조자의 과실을 운송업자에게 귀속시키기 위하여 제391조를 원용하는 것은 잘못된 구성이다. 제391조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적용될 수 없으며 채권관계가 있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제756조에 의하여 집주인은 운송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삿짐주인은 운송업자와의 사이에 계약관계(운송계약을 위임계약으로 볼 경우: 제680조 참조)가 있으므로, 운송업자의 불완전이행으로 인한 채무불이행책임을 물을 수 있고 운송인의 이행보조자의 과실있는 행위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에는 제391조를 원용하여 운송업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구성요건요소의 검토순서  청구권규범의 구성요건요소들을 검토하는 데 있어서는 규범논리와 체계상의 배려에서 특정의 법적 문제를 우선적으로 취급해야 할 경우가 있다. 예컨대,  (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제750조)에 있어서 행위자의 외적 행위의 측면이 내적 측면에 앞서서 검토되어야 한다. 제750조에 의하면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 순서로 요건요소가 열거되어 있으나, 가해자의 행위로 인한 법익침해 내지는 손해의 발생이 먼저 검토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 위법성 및 과책이 검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규범논리상 위법성(의무위반)과 과책(비난가능성)은 ‘행위’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위법성과 과책은 평가의 대상인 가해자의 행위 내지 행위에 의한 법익침해가 없으면 처음부터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ⅱ) 부당이득(제741조)에 있어서도 법률상 원인의 부존재를 검토하기에 앞서 먼저 재산의 이전 내지 증가가 밝혀져야 한다.  (ⅲ) 후발적 불능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있어서도 불능에 대한 채무자의 과책 문제를 먼저 검토하는 것은 옳지 않다. 왜냐하면 급부불능이 발생되기 전에 채무자가 이행지체에 빠져 있을 때에는 채무자는 급부불능이 채무자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발생한 것이 아닌 경우에도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제392조). 이 경우에는 급부지체에 대한 채무자의 귀책사유를 검토하는 것으로 족하다. 다시 말하면 급부불능 자체에 대한 채무자의 귀책사유는 문제되지 않는다(김형배, 채권총론, 184면 이하 참조).

 

(3)  규범으로의 사안의 포섭  청구권규범의 구성요건요소들이 확정되면 그 다음 단계로서 사안을 개개의 구성요건요소 속에 포섭시키는 작업이 행하여진다. 포섭이라 함은 추상적 법규범 내에 제시되어 있는 구성요건요소에 맞추어 그에 해당하는 사실들이 존재하는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a)  해석을 통한 포섭  포섭은 일차적으로 구성요건 전체에 대하여 총괄적으로 행하여지는 것이 아니라, 구성요건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의 요소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행하여진다. 그런데 이러한 구성요건요소들은 법개념들이기 때문에 그 법적 의미내용을 먼저 확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컨대, 제750조의 불법행위의 구성요건요소로는 고의·과실·위법성·손해·인과관계들이 있는데, 그 법적 의미내용이 먼저 확정되지 않고서는 사안 내에 존재하는 요건사실들을 확인할 수 없다. 요건요소들은 법률 내에 규정되어 있는 정의규정에 의하여 그 내용이 확인될 수도 있으나 주로 해석을 통하여 확정된다. 또한 법률규정의 문언에 의하면 언뜻 그 내용이 명백한 것 같으나, 어느 구체적 사실이 법문의 요건요소의 내용에 해당하는 것인가는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있다. 이때에도 해석을 통하여 그 내용을 확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법률의 해석은 법률의 규정이 정하고 있는 규범적 의미내용(normativer Sinngehalt), 즉 법률의 취지(ratio legis)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을 의미한다(곽윤직, 민법총칙, 39면 이하; 이영준, 한국민법론[총칙편], 25면 이하 참조). 예컨대, 제5조는 미성년자가 법률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를 할 때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권리만을 얻거나 의무만을 면하는 행위 속에 저당권이 설정된 부동산을 증여받는 것이 포함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왜냐하면 부동산소유권을 증여에 의하여 취득하는 것은 권리를 얻는 것이지만, 저당권설정자의 지위를 승계하는 것은 부담(의무)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통설(해석적 견해)에 의하면, 부담있는 부동산은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단독으로 취득행위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b)  제750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와 포섭의 실례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사안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자전차를 타고 가던 A가 조망이 좋지 않은 길 위에서 신호등이 바뀐 것을 미처 보지 못하여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B와 충돌하게 되었다. B는 강에서 낚은 잉어를 가지고 귀가하는 중이었다. 이 사고로 B는 잉어를 땅에 떨어뜨리게 되었고, 뒤이어 오던 자동차에 치어 그 잉어는 가치를 잃었다. B는 A에 대하여 손해배상(2만원)을 요구한다. 이에 대하여 A는 자기에게 잘못이 없다고 주장한다. A는 교통혼잡으로 인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고, 자기의 모든 주의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교통신호를 보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만약 자신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 하더라도 자기 자신이 낚시를 잘 하기 때문에 직접 잉어를 잡아 줄 것이며 금전으로는 배상하지 않겠다고 한다(Zippelius, Juristische Methodenlehre, 7. Aufl., 1999, S.31; 김형배 역, 법학방법론, 삼영사, 1990, 52면 참조).


위의 경우 B는 A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배상을 금전으로 요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문제된다. 이것이 바로 법적 해결을 요구하는 구체적 사안이다. 따라서 이 사안에서는 A에 대한 B의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과 내용(금전채권)을 밝히는 것이 주된 과제이다.


A는 자전차를 타고 가다가 B와 충돌하여 B의 잉어를 떨어뜨리게 하였고 이로 인해 그 잉어는 가치를 잃게 되었다. B는 A의 침해행위로 인하여 그의 재산(잉어)상의 손해를 입었기 때문에(법익침해) A에 대하여 B가 주장하는 권리는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다. 그런데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성립하려면 제750조에 규정된 요건의 구성요소인 A의 가해행위에 있어서 고의 또는 과실과 위법성, B에 있어서의 손해의 발생, A의 가해행위와 B의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우선 B의 손해(잉어가 가치를 잃음으로 해서 야기된 재산의 감소)가 인정되려면, B가 강에서 잡은 잉어가 B의 소유물인가를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된다. B가 잡은 잉어는 무주물(제252조제2항)이지만 선점(제252조제1항)에 의해서 B가 소유권을 취득한 물건이다. 이에 따라 잉어가 B의 소유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고의·과실, 위법성, 손해, 인과관계의 규범적 의미내용(법적 개념)을 확인한 다음 그와 같은 요건의 구성요소들이 이 사안에서 구체적으로 충족되어 있는가를 검토하여야 한다. 성립요건의 구성부분들을 사안에 비추어 구체적으로 검토하는 방법은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고, 도식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의 성립 여부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삽임).

 

 i)  손해는 법익에 대하여 입은 모든 불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A가 B의 잉어의 가치를 잃게 만들어 B에게 재산(잉어)상의 불이익을 주었으므로 B에게 손해가 발생하였다.


 ii)  법적인 의미로서의 인과관계는 사실적 인과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가해자(채무불이행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피해자에게 배상해야 할 1차손해와 후속손해(손해배상의 범위)를 확정하기 위한 법적 인과관계 또는 책임귀속관계를 말한다. 1차손해는 제750조(채무불이행에 있어서는 제390조)의 요건을 갖춘 행위에 의하여 발생된 손해를 말하고, 후속손해는 1차손해를 기점으로 하여 발생된 손해 중에서 제393조 제1항 또는 제2항에 해당하는 손해를 말한다(제763조 참조). 전자의 인과관계를 책임설정적 인과관계, 후자의 그것을 책임충족적 인과관계라고 한다(김형배, 민법학강의(제6판), 969면 참조). 다수설인 상당인과관계설에 의하면, 원인(가해행위)과 결과(손해발생)의 관계에 있는 사실 사이에 전행사실로부터 일반적으로 후행사실이 초래될 상당한 가능성이 있을 때에 양자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하며, 이러한 인과관계에서 발생된 손해를 통상손해(제393조 제1항)라고 한다. 그러나 원인사실이 가해행위와 상당인과관계에 있지 않은 ‘특별한 사정’에 의하여 발생된 손해라 하더라도 그 사정을 가해자가 예견할 수 있었던 것이면 그 사정에 의한 손해도 가해자가 배상하여야 하며 이를 특별손해(제393조 제2항)라고 한다. 이와 같이 손해배상범위에 관한 제393조의 규정은 객관적 기준에 의한 통상손해(통상손해에 포함되느냐의 여부는 결국 법관에 의하여 결정되며 여기에 바로 제393조 제1항의 제한적 기능이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통상적인 손해가 아니라고 할 때에는 가해자의 손해배상의무가 발생되지 않기 때문이다)와 가해자의 주관적 예견가능성에 의한 특별손해를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절충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통설). A의 가해행위로 인하여 B에게 발생한 손해는 잉어의 멸실이다. B의 손해는 1차손해이다. 다시 말하면 A의 가해행위와 B의 손해 사이에는 책임설정적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손해배상청구의 기초가 되는 규정은 제750조이고, 제393조가 아니다. 사례에서는 후속손해는 문제되지 않는다.


 iii)  위법성은 타인의 법익침해가 있고 이에 대한 위법성조각사유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 인정되는 것이므로(결과불법론), A가 B의 재산인 잉어의 가치를 잃게 만든 것은 B의 소유권침해라는 위법한 침해행위라 할 수 있다. 교통신호준수의무를 위반한 A의 행위를 위법성의 내용으로 파악하는 행위불법론에 의하더라도 위법성의 요건은 마찬가지로 인정된다(김형배 민법학강의(제6판), 1575면 참조).


 iv)  과실은 ─통설에 의하면─ 추상적 경과실을 말하는 것으로서 평균인 또는 직업상 일반인이 기울여야 할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의미하는데, A가 차도를 이용하는 자전차운전자로서 신호등이 바뀐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것은, 설령 신호등이 앞차에 가려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더라도 앞차에 가려 있는 동안 신호등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차도 운전자로서 마땅히 예측했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A에게 과실이 있다고 인정된다.


위의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B의 잉어에 대한 A의 가해행위는 제750조의 구성요건들을 모두 충족하였으므로(요건의 충족) A는 B에 대하여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효과의 발생)(제75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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