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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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 승인 2007.08.10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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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자유묘(自由猫)를 위한 헌가


아주 간혹 눈물이 핑 돌 때가 있다. 감정이 메마른 채 쫓기듯 하루하루 살아가다 아주 문득 가슴 찡한 감동을 맛볼 때가 있다. 그런 작은 감정의 파고를 겪는 날은 참으로 행복해진다. 폭우가 쏟아지는 아침 출근길 내 자동차로 향하던 순간, 내 자동차 밑에 억수로 쏟아지는 비를 피해 고양이 두 마리가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파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주인 없는 고양이 두 마리, 언제나 단짝이 되어 붙어 다니는데, 자동차 아래에서 비를 피하고 서 있는 모습에 자동차를 타려던 나로서는 멈칫 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차를 타면 내가 시동을 걸기도 전에 다른 곳으로 비 피할 곳을 찾아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에 그 고양이의 고달픔에 마음이 짠해왔기 때문이었다.


그 고양이들이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아파트 주변을 돌아다니면, 주민들이 저기 봐라, 저 도둑고양이 하는 소리를 종종 들을 때가 있다. 오래 전, 주인 없는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호칭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그 고양이를 도둑고양이라고 불러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나는 그 고양이들을 자유묘(自由猫)라고 부르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작명을 해 준 것이다. 주인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라는 뜻이다. 사람 중에서도 어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자유인이 있듯이 고양이 중에서도 주인 없이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가 있을 것인데, 그러한 고양이를 자유묘라고 명명한 것이다.


내가 차를 옮기면, 차 지붕을 안식처로 삼아 비를 피하던 자유묘는 또 다른 안식처를 찾아 자리를 옮겨야 한다,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어쩌면 우리 인생도 남이 자신의 정당한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고통을 받아야 하며, 생사의 기로에 서야 할 때가 얼마나 많겠는가?


이번 주에는 가짜와 진짜가 뒤엉킨 일들이 참으로 많았다. 샌프란시스코의 배리 본즈 선수가 1986년 프로 데뷔 후 21년만에 756개째의 홈런을 쳐 미국 프로 야구 신기록을 세웠다. 행크 아론이 1976년에 세운 755개 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현재 세계 최고의 홈런 기록은 일본프로야구에서 왕정치 선수가 세운 868개의 홈런이다. 그렇지만 20년의 세월이 넘도록 현역 프로야구선수생활을 하면서 세계적 투수들이 즐비한 미프로야구계에서 756개째 홈런 신기록을 세우는 일이 어찌 가벼운 일이겠는가? 진정한 실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으리라 믿는다. 실력을 가진 자가 승리하는 경우에는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배리 본즈가 앞으로 치는 하나하나의 홈런은 또 다시 신기록이 될 것이다. 최고가 세우는 또 다른 기록들은 하나하나가 신기록이 된다는 사실도 자못 신기하다.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을 8월 28일부터 이박삼일간에 걸쳐 평양에서 갖기로 했다는 보도이다. 위 보도가 나오는 순간, 여야 정치인들은 찬성과 우려를 동시에 나타냈지만, 그 속에서 남북경협사업을 수행해온 현대그룹 주식은 43포인트의 상종가를 쳤다. 남북정상회담발표로 정치인들은 실속 없이 누가 더 이로울 것인가, 이번 대선정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등에 대하여 채 판단도 하지 못 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사이 현대그룹 주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실속을 차린 것이다. 그게 본질이다. 현대주식을 산 사람들은 하루만에 엄청난 이익을 챙겼다. 또 얼마 후면 현대그룹 주식의 주가는 하한가로 돌아설지도 모른다. 그 사이에 이익을 챙긴 자와 손해를 본 자는 극명하게 구분될 것이다. 하지만 7년만에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한반도비핵화문제, 남북간 평화문제, 군사적 협력문제, 경제협력문제 등이 주요의제가 될 것이라고 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다 해결될 수는 없겠지만, 이제 남북정상간의 두 번째 만남이니 조금 실속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한도 핵문제를 포기하고(언젠가 남북이 통일되면 통일국가로서 핵을 보유하는 강대국이 되기를 바라지만) 남북간 휴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꾸고, 북미간에, 북일간에 정상적인 국교수교가 이루어질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정상회담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과감히 변화시킨 것처럼, 북한도 실리적인 경제정책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남북경제협력이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그래서 예측가능한 경제체제로 변화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심형래 감독이 만든 이무기영화, D-War가 관객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개봉 첫 주에 295만의 관객을 동원해 한국 최대 관객동원신록을 세웠던 괴물의 개봉 첫 주 264만의 관객 동원기록을 갱신했다는 것이다. 그가 예전에 감독한 용가리가 참패한 후, 많은 사람들이 그를 조롱하였기에, 그가 살아온 고난의 삶을 알기에 그의 디워의 성공을 축하하지 않을 수 없다. 개그맨의 삶은 개그가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이들은 개그맨의 삶이 개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개그맨이 아닌 자들의 삶이 진짜 개그일지도 모른다. 직업이 개그인 개그맨은, 직업을 벗어나면 자신의 삶을 살지만, 개그가 직업이 아닌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개그맨처럼 살아갈 때가 오히려 많은 게 우리 인생 아니겠는가? 세계최장신인 중국 출신의 미국프로농구선수 야오밍(2M26)이 1M90의 키 큰 신부 예리와 결혼하게 되어 부부의 키를 합하여 4M16이라는 세계신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섹스비디오사건으로 본의 아니게 연예계를 떠나야 했던 탤런트 오현경 씨가 10년만에 컴백기자회견에서 내뱉은 말이 용기라는 단어였다. 사람들의 손가락질과 질시를 이겨낼 수 있는 용기, 그것만이 컴백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는 그녀의 말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섹스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섹스는 부끄러울 것도 없고 손가락질할 일도 아니다. 그게 공개가 되었든 공개가 되지 않았든 말이다. 누구나 다 알고 다 하고 있는 일반사인데도 공개되었다는 것 때문에 야단들인 인생, 그게 개그맨 심형래씨가 했던 개그보다 더 개그 아니겠는가?


오늘 나는 자유묘가 살아가야 할 삶을 하루 더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그 속에서 우리는는 또 어떠한 작은 감동을 맛보며 살아갈 수 있겠는가? 출근 길 아파트 정원의 풀 한 포기를, 매미의 노래소리를, 동료직원의 밝은 미소를, 햇살 한 웅큼만큼의 행복한 미소를 짓게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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