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에서 주주의 지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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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자에서 주주의 지위로
  • 이상연
  • 승인 2007.08.03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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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 dyream@chol.com

              
이번 회도 지난 회와 마찬가지로 국내의 한 유명 문구회사가 IMF때 부도가 발생하여 결국 화의절차에 빠지게 된 사건의 연속된 내용이다.

 

사건의 법률적 구조는 이렇다. 즉, A문구회사는 증권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여 자금을 차입하는 주채무자였고, B금융기관은 이 회사채가 증권시장에서 매출이 잘되고 회사채 발행금리가 낮게 형성될 수 있도록 회사채에 대한 지급보증채무를 부담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그리고, B금융기관은 만약 실제로 대지급사태가 발생할 경우 A문구회사에 대한 구상채권의 확실한 담보를 위해 A문구회사의 대표이사 “갑”을 구상보증인으로 세우도록 요구하여 이를 관철시켰다.

 

이러한 법률적인 구조는 채권자, 주채무자, 보증인, 구상보증인으로 이루어지는 통상적인 보증관련 사건의 전형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나의 의뢰인은 보증채무자인 B금융기관이었는데, 이미 부도가 발생하여 무자력자가 된 주채무자 A를 대신하여 채권자들에게 대지급한 이후, 이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아직은 어느 정도의 재산을 자신의 명의로 가지고 있는 구상보증인인 대표이사 “갑”에 대하여 구상보증채무 이행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주채무자인 A문구회사가 지금은 폐지된 화의법상의 화의절차(과거의 화의법은 회사정리법, 파산법과 함께 2006. 4. 1.부터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로 통폐합되었음)에 들어가게 되어 주채무 자체가 감축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주채무의 감축으로 구상보증인의 구상보증채무도 부종성에 의해 감축되어 B금융기관에게 피해가 발생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었다.

 

그러나, 비록 법원에 의한 화의결정이 있더라도 B금융기관은 화의법 제61조 및 파산법 제298조에 규정한 보증채무의 부종성 원칙 예외조항에 의해 A문구회사의 구상보증인인 대표이사 “갑”에 대하여 감축 없는 본래의 구상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었다(화의법 제61조 제2항: 강제화의는 파산채권자가 파산자의 보증인에 대하여 가지는 권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보증채무의 부종성 원칙의 예외인 위 화의법 조항에 대하여는 이미 이전에 헌법재판소에서 기업회생이라는 목적달성을 위해 부종성의 예외가 불가피하다는 합헌결정이 있었기 때문에, B금융기관의 입장에서 위 소송과 관련하여 문제될 것이 별로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A문구회사가 주채무 및 B금융기관에 대한 구상채무 를 주식으로 출자전환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화의조건 변경계획안을 법원에 신청하여, 이것이 법원에서 인가됨에 따라 문제가 복잡하게 되었다.

 

출자전환방식에 의한 채무 재조정에 의해, A문구회사는 자신이 부담하고 있는 주채무나 구상채무의 금액을 1주당 일정금액(보통은 액면기준으로 함)을 기준으로 계산하여 산출되는 주식을 채권자(구상채권자인 B금융기관을 포함함)들에게 발행해 주었는 바, 이로 인해 A문구회사의 기존 채권자들이 채권자의 지위에서 주주의 자격으로 그 지위가 전환되었기 때문이었다.

 

주주의 지위가 된 B금융기관은 당초에는 구상채무자였던 A문구회사에 대하여 이제 더 이상 구상채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게 되었고, 단지 A문구회사가 지급해 주는 배당금을 수령하거나 주주의 지위에서 경영에 참가하는 것에 만족하여야 했다.

 

또한, 출자전환 과정에서 A문구회사가 B금융기관에 발행하여 준 주식은 A문구회사가 이미 부도난 지 오래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거의 유명무실한 것으로서, 이러한 주식을 발행 받은 B금융기관에게 손해가 발생한다는 점은 명백하였다.

 

실제로, B금융기관은 위 주식의 시장가치가 출자전환의 기준가액인 액면가에 미달하여 액면가와 시장가의 차이만큼 손해를 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 액면가액 마저도 기존의 구상상채권액에 매우 미달하여 당초의 구상채권액과 위 액면가액의 차액만큼에 대하여도 손해를 안게 되었다.
              
이제 위 소송에서 가장 큰 쟁점은, 기존채무가 주식으로 출자전환하여 위와 같은 손해를 안게 된 B금융기관이 주채무자인 A문구회사에 대하여는 새로 확정된 화의조건의 구속을 받아 위 손해액의 보전을 청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구상보증인인 대표이사 “갑"에 대하여는 여전히 위 손해액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지로 귀결되었다.

 

즉, 위와 같은 출자전환이 있는 경우에도 앞에서 본 화의법 제61조에 규정된 “보증채무의 부종성의 예외”가 여전히 적용되어 B금융기관이 구상보증인인 대표이사 “갑”에 대하여 위 손해액이 포함된 당초의 구상보증금액 전부를 이행 청구할 수 있는 지가 쟁점이 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회사정리절차나 화의절차에서 신주를 발행하는 방식의 출자전환에 의하여 기존채무(구상채무 포함)의 변제에 갈음하기로 한 경우에는 기존채무가 종국적인 만족을 얻게 되는 것으로 보아(일종의 대물변제), 기존채무(구상채무 포함)와 그에 대한 보증채무가 동시에 소멸하는 것으로 보고 있으므로(대법원2001다64035판결), 출자전환의 경우에는 보증채무의 부종성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고 그 예외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위 소송에서 B금융기관은 구상보증인인 “갑”에 대하여 “부종성의 예외”를 주장하며 구상보증채무 전액의 이행을 청구할 수는 없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출자전환의 경우에도 기존채무가 종국적인 만족을 얻게 되는 것은 출자전환에 의한 신주발행의 효력발생일(납입일 익일)당시의 신주의 시가상당액만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견해로 해석되었는 바, 이 사건에서도 A문구회사의 신주발행 당시의 시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였고, 따라서 구상보증인 “갑”대표이사의 구상보증채무는 실질적으로는 여전히 소멸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었다.

 

결국, B금융기관은 비록 구상보증채무에 부종성이 적용된다 하여도 기존 구상채무액 대부분을 구상보증인인 “갑”대표이사에게 주장할 수 있었고, 피고인 “갑”대표이사는 특별한 항변을 내세우지 못하고 패소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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