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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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7.1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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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어둠은 참으로 선한 것 

 

내가 관련하고 있는 학회에서 주최한 한ㆍ몽 학술대회 참석차 몽골 방문길에 고비사막에 들리게 되었다. 게르라고 불리는 유목민들의 텐트에 유하면서 맞게 된 밤하늘은 금성이 가장 먼저 홀로 선명한 별빛을 발하더니 뒤이어 북두칠성이 빛을 발하고, 헤라클레스자리, 독수리자리, 백조자리, 전갈자리가 보이고, 새벽 두 시경이 되자 은하수로 가득한 별세상이 펼쳐졌다. 학창시절 지리산 뱀사골에서 야영하며 바라보았던 별빛 이상으로 고비사막의 별빛은 찬란하였다. 거기에는 인간의 탐욕도 없었고, 세상근심걱정도 없었다. 태양 하나 사라진 자리에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별들이 각기 제자리에서 제 빛으로 스스로 빛나고 있었을 뿐이었다. 태양빛 없이 인간이 살아갈 수 없지만, 태양빛 하나 사라지니 헤아릴 수 없는 별들의 세상이 펼쳐지는 걸 보면서 감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비사막에서 밤새 생각한 것은 어둠은 악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문명에 익숙한 인간들은 어둠을 악한 것으로 묘사하고, 빛을 선한 것으로 묘사하고는 한다. 그렇지만 고비사막에서, 문명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생각해보니 어둠이야말로 선한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빛이 비춰지는 곳은 추악한 것으로 가득 차 있다. 눈을 돌리는 곳마다 더럽고 냄새나는 것들로 넘쳐난다. 그렇지만 어둠은 모든 것을 하나로 만들고 감싼다. 모두를 쉬게 만들고 정작 탐욕으로부터 사람을 자유롭게 만든다. 어둡지 않고서야 어찌 밤하늘의 별빛이 저렇게 빛날 수 있겠는가? 어둠이 악하다는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난 것이 이번 여행의 큰 수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며칠 동안 국내 뉴스를 접하지 않다가 돌아오는 기내에서 받아든 국내신문에는 아니나 다를까 시꺼먼 진흙탕 싸움이 소개되고 있었다. 오죽하면 친일파로 알려진 공주 갑부 김갑순이 즐겨 말했다는 “민나도로보데쓰”라는 오래전 연속극 유행어까지 언급이 되었을까? 모두가 도둑놈이라는 저 일본말은 5공 초기 시절 장영자ㆍ이철희 부부의 희대의 어음사기사건과 관련하여 인구에 회자된 유행어였다. 모두가 도둑놈이라니... 저 말을 듣고 화를 낼 만도 한데, 모두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우리들 모습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한탄어를 유행시키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몽골에서 만난 한국식당 주인아저씨는 몽골인들이 한국을 선망의 나라로 생각하고, 어떻게든 한국으로 진출하려고 한다고 했다. 몽골에서 만난 몽골 법무부 관계자도 몽골 근로자들이 한국에 진출하도록 허락해 준 한국정부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몽고의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몇 시간 비행기를 타고 간 남고비, 고비사막 띄엄띄엄 세워져 있는 한 두 채의 유목민 게르, 거기에 거주하는 유목민들은 방목하는 양떼나 소떼를 위해 푸른 초원을 찾아 일 년에 두어 차례 게르를 이동시킨다고 한다. 오직 양떼의 먹이를 찾아 인간이 거주지를 옮기는 그곳에는 환경에 대한 순응이 있었다. 사막의 낮은 뜨겁지만 밤은 한여름인데도 추위를 느낄 만큼 서늘했다. 겨울의 추위는 살을 에이는 듯 극심하다고 한다. 먹이가 부족한 양떼들이 굶어죽기조차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열악한 조건 속에서도 그들은 급할 게 아무 것도 없는 듯했다. 게르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해가 뜨면 양떼를 풀어놓고, 그들이 하루 종일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한 다음 해질녘이면 다시 축사로 끌고 온다고 한다. 열한 살 먹었다는 여자아이가 방학 동안 그 일을 맡아서 한다고 했다. 함께 사진을 찍은 그 아이는 사진을 보내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여행 가이드를 통해 틀림없이 보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여행 가이드는 꼭 전해줘야 한다는 내 말에 대해 그 곳을 종종 들린다며 그때 전해 주겠다고 했다.


우리가 접하는 뉴스는 모두 서로가 서로를 모함하고, 죽이고, 뺏는 것으로 도배하고 있는 듯하다. 고비사막에서 누렸던 그 밤하늘의 평화는 문명사회에는 없는 듯하다. 문명은 미개척지에 대하여 야만이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 곳, 하루 종일 하는 일이라는 게 고작 양을 치고, 해지기를 기다려 양떼를 우리로 몰아넣은 일, 그 일만이 전부인 양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맞춰 그 일을 하면서 지내는 그들을 문화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불쌍한 사람들인 양 이야기한다. 어찌 보면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문명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인가? 마음의 평화를 누리는 것 아닐까? 그런데 왜 문명인들은 서로를 불신하고 서로를 죽이기 위해 발버둥을 치고 있는 것일까? 이라크 전쟁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미국인들이 62%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처음 이라크를 침공할 때 그렇게 열렬히 지지했던 미국인들, 3900여명의 미국인들이 죄 없이 죽어나간 무역센터빌딩 폭파사건에 흥분한 그들은 맹목적으로 이라크침공을 정당시했지만, 이라크 어디에서도 테러리스트들을 직접 지원했거나 대량살상무기제조의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고, 민간단체의 집계에 의하면 6만 7천여 명의 이라크 민간인들이 죽었고, 미국 병사만도 3,600여명이 전사했다고 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죽은 병사까지 합치면 4,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여전히 이스라엘과 중동 지역에서는 자살폭탄테러가 끊이지 않고, 며칠 전만 해도 파키스탄에서는 이슬람주의를 주장하는 인질범들에 대한 진압작전으로 수십 명이 죽어나갔다. 과거의 문명은 무지몽매함을 일깨우는 선각자 기능을 하였지만, 현대의 문명은 자기 영역 넓히기에 혈안이 되어 서로를 죽이고 파괴하는데 앞장을 서고 있다.


국토는 남한 면적의 열일곱 배나 되면서도 인구는 불과 270만 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 몽골에서 개인 소유의 토지는 불과 1%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국토의 99%가 국유인 나라에서, 몽골인들은 네 땅, 내 땅 구분 없이 양떼를 놓아먹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점차 개인 소유의 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나무판자로 소유의 경계를 세우고 있는 모습이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면서 어쩌면 평화를 버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


내 것이 아닌 것은 다 남의 것인 세상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참으로 힘들다. 내 것이 적은 세상, 남의 것이 많은 세상에서는 다툼이 많을 수밖에 없다. 내 것을 만들기 위해 문명사회는 끊임없이 쌈박질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예비후보들의 치열한 검증공방을 보면서 한 마디 하고 싶은 말은, 바로 이 말, “앞으로도 계속해서 잘 싸우세요”이다. 열심히 싸워보세요. 죽기밖에 더 하겠어요? 범여권의 고만고만한 출마희망자들에게도 한 마디 안 하면 서운해 할지 몰라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요 말, “도토리 키 잘 재세요”. 윽 나에게 화살 날아온다 - 너나 잘 하세요... 맞다, 나나 잘 할 일이지 누구 탓을 하랴. 문명이라는 탈은 밤하늘의 별빛을 가린다. 어디 한 번 커튼을 걷어 볼까나, 뭐가 보이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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