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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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6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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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인적자원부와 일부 대학의 대학입시갈등

 

교육의 본질은 얼마나 훌륭한 인재를 많이 양성해 내는가에 있다. 기역 니은을 알지 못하는 코흘리개 아이를 가르쳐 나중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훌륭한 일을 해내는 인재를 키워내는 일, 그게 교육이 궁극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요즘 인적자원부와 서울대를 비롯한 많은 대학 사이에 2008년도 대학신입생 선발과 관련하여 신입생 선발제도를 둘러싼 갈등이 한참 증폭되고 있다. 소위 상위급 대학은 학생 실력의 변별력이 떨어진 내신 등급을 몇 등급을 하나로 보아 동일 점수를 주겠다는 것이고, 인적자원부는 오히려 등급을 엄격히 하고 그 점수 반영비율도 입학생이 취득해야 할 총점수의 50%까지 높이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말해 인적자원부는 잠재적 성장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겠다는 것이고, 자칭 상위급 대학이라는 곳은 현재의 수능 성적 우수자를 뽑겠다는 것이다. 몇 몇 대학에서 조사한 내신 등급과 대학에서의 취득 성적 비교보고서에 의하면 수능은 낮지만 내신이 높은 지방 고교 출신의 학생들이 1,2 학년 때까지는 내신 성적이 낮지만 수능 점수가 높았던 수도권 지역 출신 고교졸업자보다 대학교 성적이 낮지만, 3,4 학년이 되면 오히려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즉 입학 당시 수능 점수가 낮더라도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있는 지방 고교 출신의 입학생이 대학에 입학하여 동일한 교육 여건 속에서 공부를 하게 되니 1,2학년 때까지는 수능 점수와의 격차를 극복하지 못하지만, 3,4학년이 되면 그 격차를 뛰어넘어 성적이 추월하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부 대학에서 주장하는 새로운 입학생 선출방식은 위와 같은 가능성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우수학생을 선발할 수 있는 권한을 학교에 일임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우수학생의 판단기준을 내신이 아닌 수능점수에 두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주장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렇게 주장하는 대학들이 지금 모두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학생들이 미국이나 중국 등 외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나고 있지만, 대부분의 우수한 고교 졸업생들은 국내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런 제도를 취하든, 저런 제도를 취하든, 결국 전체 자원은 그 방식에 맞춰 국내대학으로 입학한다는 것이다. 고교 졸업 우수학생들이 하늘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땅속으로 꺼지는 것도 아니고, 서울대를 비롯하여 거의 서열화되어 버린 상위급 대학부터 차례대로 이삭 주워 먹듯 수능 성적 순서에 따라 앞선 상위대학에서 떨어진 수험생들을 입학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면, 우수학생을 뽑기 위해 현행 입시제도를 바꾸어 내신등급의 성적 격차를 줄여 1등급이든 5등급이든 같은 점수를 주고, 수능성적이나 논술점수가 높은 학생을 뽑겠다는 대학들의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결국 수능고사의 결과 높은 점수대에 위치한 학생들이 소위 대학에서 주장하는 우수고교졸업생이라면 그들은 거의 모두 서열화된 몇 몇 상위 대학에 순차적으로 입학하고 있어 지금이나 그들이 요구하는 제도변경 이후나 본질적으로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입학철에 보면 한 학생이 여러 대학에 동시합격을 하고 상위대학부터 차례대로 빠져나가면 그 다음쯤 되는 대학에서 예비합격생들을 순차적으로 보충하고 있는 현행 제도를 보면 이러한 것은 분명해진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꿀 때 차이가 있게 된다면 그것은 단지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지방 일부 몇몇 잠재적 성장가능성을 가진 고교졸업생들이 소위 상위대학에 입학할 기회가 아예 박탈되는 점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지방에서 교육 조건의 열악화로 대학입학시험 당시 수능점수가 조금 낮더라도 입학 후 같은 조건에서 공부를 한다면 내신 등급 우수자가 수능 점수 우수자보다 학업성취도가 높다는 것을 대학교수인 입장에서 가르쳐본 결과에 의해 확신한다. 수능 성적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자연을 벗 삼아 사색하고 독서하며 자율적으로 노력해 또래 집단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는 자는 다른 또래 집단에 편입되어 함께 경쟁을 시키면 또 다시 동일한 공부 방법을 취하기 때문에 그 또래 집단을 떠날 때쯤 되면 우수한 성적을 얻는 것은 자명하다.


따라서 소위 명문대학이라고 자칭하는 일부 대학에서 할 일은 둔재를 뽑아서라도 천재를 만들어보겠다는 교육 열의와 교수들의 헌신적인 가르침이다. 오죽하면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이 생겨났겠는가? 공자왈 맹자왈을 3년만 귀청 떨어지게 들으면 사람 같지 않은 서당개조차 풍월을 읊을 정도가 된다면, 같은 조건에서 열심히 공부를 가르치고, 연구하도록 하면 어느 누구라도 우수한 학생으로 변화되지 않겠는가? 그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공부할 수 있도록 여건만 마련해 준다면 무엇인들 못하겠는가 말이다. 그런데도 대학 총장이나 입학처장들이 모이면, 우리는 어떠한 방식으로 어떻게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고, 오직 수능 성적 우수 학생들만을 뽑겠다는 말만을 반복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나는 그러한 말을 계속해서 듣고 있으면 소름이 끼칠 만큼 절망스러워진다. 이미 현대자본주의사회는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단계에 이르렀다. 신분이 운명을 좌우하던 왕조시대가 끝나고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되는 그 짧은 역사의 변환기에 신분 상승이 가능할 수 있었을 뿐이다. 땀 흘려 노력하여 일확천금의 거부가 되었던 수많은 재벌들의 숨은 비화를 보면서 느낀 소감이다. 또 많은 이들이 소 팔고, 논 팔아 대학교육을 받았고, 그로 인해 어느 정도 보편적 인간으로서의 평등성을 유지할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국민소득 2만불시대가 되면서 다시 사회는 자본주의체제의 공고화가 이루어져가고 있고, 빈익빈 부익부의 악순환이 연결되면서 교육과 문화와 부의 대물림이 이루어지게 되자 다시 사회는 고착되어 가고 있다.


천재를 뽑아 둔재로 만든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현행 대학들은 둔재를 뽑아 천재를 만들겠다는 대국민선언을 발표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도 우수학생을 뽑고 있으니, 너무 지나치게 우수학생, 우수학생 하고 떠들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한 주장 속에는 우리 대학만이라는 아주 비열한 이기주의가 숨어있음을 부끄러워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학생 선발권은 대학에 돌려주어야 한다. 예비고사 시대를 살았던 필자로서는 좋은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재수, 삼수를 한 친구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물론 대학도 재수, 삼수를 거듭한 친구들도 많이 안다. 당시 입시에 매달려 3,4년이나 되는 긴 재수기간을 통해 다른 친구들보다 늦게 사회생활을 하는 폐단은 대단한 사회문제였다.


고교를 졸업한 모든 학생은 다 우수하다. 대학들이여, 제발 그들을 거세하려고 하지 말고 그들을 아무나 뽑아 천재로 키워내라. 그게 대학들이 할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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