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6.22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비빔밥문화, 참기름 한 방울

 

외국 여행길, 기내식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전주비빔밥이라고 한다. 치킨이나 비프보다 전주비빔밥을 더 찾는 것을 보면 우리 식습관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최근에는 외국인들조차 전주비빔밥을 즐겨 찾는다니 퓨전음식으로 다른 나라에서도 인기를 끌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래전 설렁탕을 주제로 국물문화를 논한 적이 있다. 그때 물 한 바가지 더 부으면 그 양만큼의 설렁탕을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누어 먹을 수 있는 한 울타리사회의 장점과 함께 그 사회에 끼지 못하면 건더기는 고사하고 국물조차 얻어먹을 수 없는 집단 폐쇄사회의 이기심의 폐해를 함께 논했었다. 이러한 설렁탕 문화가 지역이기주의를 확산시키고, 형님 먼저 아우 먼저라는 CF 광고 카피를 히트시킨 밑바탕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와 함께. 요즘 들어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러다 뒷집 개조차 출마하겠다고 짖어대지 않을까 싶어 염려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한나라당의 검증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습 속에서 알지 못했던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또 이에 대처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역시 살아온 행태대로 반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빔밥,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한다. 식은 밥 한 덩어리에 야채 나물 몇 가지 얹어서 고추장 조금 풀어 휘휘 저어 말면 맛있는 짬뽕 음식이 된다. 거기에 참기름 한 방울 떨어뜨리면 그 고소함이야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으랴?  학창시절, 여기 저기 부어터진 양은 도시락에 보리가 반 이상 섞인 점심을 싸서 가방에 넣어 학교에 가면, 등굣길에 도시락은 이미 저절로 비빔밥이 되어 있었던 적이 많았다. 김치 국물이 넘쳐흐르고, 멸치 볶음 간장이 적당히 배어들어가 이미 비빔밥이 되어 버린 도시락을 점심시간 때 두 손으로 마주잡고 다시 한 번 신나게 흔들어대면 진짜 비빔밥이 되고는 했었다.


비빔밥, 반찬준비하기 바쁜 주부들의 일손을 덜어주기도 한다. 적당한 반찬거리가 없을 때 이미 냉장고에 저장되어 있는 먹다 남은 나물이나 버리기 아까운 반찬을 함께 혼합하면 멋진 한 끼 식사가 해결되기도 한다. 한편 혼자 밥 먹기 어중간할 때도 식사를 안 할 수도 없을 경우 할 수 없이 김치 몇 조각에 나물 한 두 가지 얹어 참기름 듬뿍 부어 커다란 대접에 쓱싹 비벼대면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이럴 경우의 비빔밥은 주부들의 처치 곤란 반찬을 마지막으로 처리하는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양 사람들은 이러한 비빔밥의 묘미를 제대로 모른다. 스테이크는 스테이크대로, 샐러드는 샐러드대로, 스프는 스프대로 각기 다른 그릇에 담겨져, 차례대로 한 가지씩 식탁에 차려지고, 이를 순서대로 먹는 그들로서는 모든 반찬을 한데 버무려 비벼먹는 비빔밥의 참맛을 제대로 알 리가 없다. 그렇지만 그들의 그러한 식문화는 그들 삶에서 깨끗한 하나의 분류기준이 되고, 그게 그들 고유의 문화로 발전해 왔다. 한편 우리의 비빔밥 문화는 설렁탕과 마찬가지로 함께 더불어 사는 미덕을 키워왔지만, 네 것 내 것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고, 나물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맛을 음미하는 여유를 앗아가고 말았다. 그러기에 섞이면 서로의 주체성이 함몰되고 모두가 서로 맞물려 무질서하게 소용돌이치는 것 다름 아니다.


엉킨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우선 실의 양쪽 끝을 찾아내야 한다. 그리하여 실의 한쪽 끝에서부터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러다 보면 결국 엉켰던 실타래도 슬슬 풀리게 된다. 그런데 정치판 돌아가는 것을 보면 완전 설렁탕에 비빔밥이니 도무지 이를 풀어 헤칠 수가 없다. 모두가 진흙탕에서 나뒹굴고 있으니 도무지 누가 누구를 탓할 수 없는 상황까지 오고 말았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예비후보의 대운하 공약과 관련하여 대운하 보고서가 9쪽이 맞는지 37쪽이 맞는지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정치 공방이 치열하고, 같은 한나라당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를 쳐다보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거리다. 우리나라 언론들 여전히 제 버릇 개 못 주고 종전 행태대로 본질은 어디 가고 주변만 가지고 변죽을 떨고 있으니 가관이다. 이야기의 순서는 이렇다. 이게 제대로 된 실타래다. 이명박씨가 자기가 대통령이 된다면 대운하를 건설하여 물류비용을 대폭적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다. 이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이 그러한 공약은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건설교통부가 그러한 대운하 건설 계획이 타당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내었다. 그랬다면 제정신이 있는 언론이라면 그러한 대운하 건설 계획이 과연 타당할 것인지 여부를 심층 분석하여,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실현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등에 대하여 국민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러한 일을 하는 것이 소위 언론이라는 작자들이 해야 할 일인데도 자체적으로 이에 대한 분석을 하려고 하지 않고, 청와대와 건설교통부, 여야 정치권에 대한 쓸 데 없는, 이럴 때 쓰는 말로 씨잘 데기 없는 이야기들로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키고 분란만을 조성하고 있으니, 도대체 이런 일을 언론이 해야 할 일인가 말이다. 이럴 때 꼭 썼으면 싶은 말이 저런 돌대가리들 같은 이라고 이지만 어찌 차마 그 말을 여기에서 쓸 수 있으랴?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우리나라 메이저 언론이야 말로 맹물 같은 설렁탕이요 쉰내나는 비빔밥이 아닌가 싶어 아쉬울 때가 많다. 아주 쉬운 거다. 대운하 건설 계획을 구체적으로 파고 들어가서 어느 지역에서 식수난 및 물난리를 겪게 될 것이고, 어느 부분에서 수로가 끊기게 되어 공사를 해야 하는데 건설비가 얼마 정도가 들 것이고 이로 인한 환경파괴가 어느 정도 우려되어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로 인한 물류 코스트가 얼마가 절감될 수 있고, 일자리 창출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 등 이점이 무엇인지를 밝혀 양자를 비교함으로써 국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주고 판단할 자료를 제공해 줌으로써 그 대운하 공약의 진실성과 허구성을 밝히면 되는 것이다. 그런 일 하라고 언론의 자유를 주었더니 언론기관이 하는 일이라는 게 매양 누구네 집 밥그릇이 몇 개고, 누구네 집 숟가락이 몇 개인지에 대해서만 왈가왈부하고 있으니 속 터질 일이 아니냐 말이다.  


비빔밥의 백미는 한 방울의 참기름이다. 잡탕인 음식에 고소한 맛을 내게 하는 결정체이다. 제발 정치하는 사람들, 진흙탕에서 뒹굴지 말고 언덕으로 싸게 싸게 퍼뜩 올라와뿌시오. 개그맨이라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을 뿐이다. 한 방울의 참기름,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