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가정의 회복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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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정의 회복을 위하여
  • 한상영
  • 승인 2007.06.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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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 경제 이야기>

 

한상영 변호사 법무법인 백석 dyream@chol.com

            
가정의 달인 5월을 보내면서 경제와는 무관한 가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변호사로서 일하는 동안 가장 곤혹스런 사건은 이혼사건이 아닌가 싶다. 보통의 민사 사건의 경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만을 해결하는데 주력하기만 하면 비록 원, 피고의 감정의 대립이 있다고 해도 변호사에게 큰 문제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러나, 이혼사건의 경우에는 부부간의 감정의 골이 너무 깊어서 이를 다루는 변호사로서는 여간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두 부부간의 시시콜콜한 과거 살아온 사생활들을 조사해야 하고,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이제는 상대방 배우자를 향하여 소송대리인으로서 공격의 화살을 쏘아야 하는 악역을 수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변호사가 객관성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이혼사건의 경우에는 당사자 본인이 변호사에게 이야기한 내용을 변호사가 거의 그대로 반복 정리하는 측면이 매우 많고, 변호사가 특별히 법적 쟁점을 주장할 부분이 그렇게 많지는 않아, 변호사의 역할에 대하여 약간의 회의감도 느껴지는 것이다. 물론 악역의 수행대가로서 수임료를 받기는 하지만 말이다. 
 
최근에 세 가정의 이혼문제를 상담하면서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 없었다. 첫째 가정은 당사자가 이미 이혼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나에게 상담이 들어왔는데, 당사자는 고령의 노인으로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사람이었다. 두번째 가정은 당사자가 이제 막 40대를 시작하는 남자로서 부인과 어린 두 딸을 두고 있는 상태에서 부인이 이혼소송을 제기하여 피고의 입장이 되어 나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세 번째 가정은 아직은 이혼소송이 제기되기 전의 단계로서 조정절차가 진행 중에 있는 경우였다.

 

위 당사자들을 상담하면서 사람의 “감정”이라는 것이 정말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가정의 당사자는 이미 부부사이에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심한 감정의 대립을 거친 단계에 있었고, 이혼을 통하여 재산을 분할하는 것만이 마지막 목적이 된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채무자가 파산하면 채권자들이 남은 재산을 분배받는 것이 목적인 것처럼 이혼소송 중인 가정의 경우도 이와 다를 바 없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었다. 나에게 상담 온 당사자는 자신의 명의로는 아무런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이 없었고, 부인으로부터 집에서 쫓겨난 상태에서 고령의 나이에 노후생활이 염려되어 상대방 배우자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필요가 절실했는데, 나는 도와 달라는 당사자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송을 대리하기로 결정하였다.

 

두 번째 가정은 부인이 남편과 시댁에 대한 심한 반발심으로 남편을 상대로 원고로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나에게 소송을 의뢰하러 온 남편은 아직은 부인에 대한 애틋한 마음과 두 딸을 걱정하는 마음이 남아 있는 것 같아, 나는 그에게 이혼하지 말도록 장시간 설득하였다.

 

이미 부인으로부터 변호사를 통하여 이혼 소장이 송달된 상태에서, 내가 피고측 대리인으로서 수임을 하면 이 가정은 이혼이 기정사실화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 결국은 소송을 수임하지 않기로 결정을 하고, 대신 당사자인 남편에게 가정의 회복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도움을 주겠노라고 이야기 하였다.

 

부인이 아직은 이혼 소송의 소취하를 하지 않고 있고, 여전히 남편에 대한 증오심이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남편은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재판절차가 진행중인 와중에 변론기일 연기신청을 하여 부인과 화해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하여 끝까지 노력중에 있다. 다행히 재판장이 부부에 대하여 가사조사관을 통한 가사조사명령을 내려 지금은 변론기일이 잠정적으로나마 미정인 상태가 되었다. 

 

남편은 현재 나를 통해 전문적인 가정회복상담소를 소개받아 남편으로서 그리고 가장으로서 그동안 자신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살펴 볼 기회를 가지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많이 늦기는 하였지만 지금은 부인의 입장에서 서서, 왜 부인이 자신을 향하여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밖에 없었을까 라는 시각에서 바라 볼 여유를 가지게 되었고, 정말 남의 편인 남편이 아니라 부인편이 되기 위하여 본가로부터의 정서적인 독립심을 가지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중이다. 부인이 이러한 남편의 진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이혼소송을 취하하고 소중한 가정을 회복할 날이 오기를 나는 학수고대하고 있다.

 

세 번째 가정도 상황은 비슷하였지만 부부 사이가 두 번째 가정보다는 덜 악화된 상태인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양보하고 서로 상대방의 상처 입은 감정을 잘 어루만져 주기만 하면 이 가정은 잘 회복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 아내와 연합하여 한 가정을 이루는 것이 태초 이래의 질서이고, 인간 본성의 근원이자 출발점이 아닌가. 이렇게 소중한 가정을 지키고 회복하는 길에 무슨 대단한 원리가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단지 내쪽에서 먼저 조금 더 양보하고 상대방의 감정이 상했을 때 이를 측은히 여기는 마음만 있으면 가정은 항상 행복해 질 수 있으리라.

 

첫째 가정도 지금은 비록 노후생활 보장을 위해 재산분할 목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했지만, 머지않은 남은 여생에 서로 화해하고 용서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 가정도 서로 내가 옳다고 앞세우지 않고 먼저 상대를 용서하여 가정이 다시 회복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독자 여러분 중에 혹시 아직 결혼하지 않은 분이 있다면 시간이 없더라도 꼭 결혼예비에 관한 좋은 안내 책들을 읽기를 바란다. 살면서 부부간에 문제가 없을 수는 없는데, 결혼에 관한 사전준비가 없는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행착오들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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