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정진호 법무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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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진호 법무부 차관
  • 법률저널
  • 승인 2007.05.18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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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타결로 본 우리 법률시장의 개방

 

2007년 4월 2일 드디어 한미FTA가 타결되었다. 한미FTA는 상품, 투자, 서비스, 지적재산권, 정부조달, 노동, 환경 등 무역 관련 제반 분야를 망라하는 포괄적 FTA이며, 한·미 양국의 경제규모 합계가 EU, NAFTA에 다음가는 세계 3위에 해당하는 만큼 전세계적 FTA 체결 경쟁에서 우리가 매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수출기업들에게 세계 최대인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제고의 혜택을 주고, 우리 경제 시스템 전반에 대하여도 선진화를 지향하는 촉매가 될 것이며, 대외신인도 제고를 통한 외국인 투자유치 증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미FTA 타결을 통해 단계적 개방 원칙이 확정된 우리 법조도 이제 개방 확대로 나아가는 항로가 결정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여기서 과거 법률시장 개방 논의 경과를 돌이켜보고, 한미FTA 협상 결과를 확인하는 한편, 나아가 우리 법조계, 특히 변호사업계에 대하여 당부하고 싶은 점을 짚어보고자 한다.먼저 법률서비스 개방에 관한 세계적 논의를 그 핵심적 본질을 해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과감히 단순화시켜보면, 우선 어느 나라가 자국의 법률시장을 「개방」하였는지는 ‘외국법자문사’ 제도 도입이, 「전면 개방」하였는지는 대체로 외국 로펌에게 자국 변호사와의 동업·고용을 통하여 국내법사무 시장의 접근을 보장하는지가 각각 기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세계적 차원의 본격적인 서비스 개방 확대, 즉 서비스 교역 자유화(liberalization) 논의는 우루과이라운드(UR) 시절부터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이 최초로 자국 내 법률시장을 개방하게 된 계기가 바로 UR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UR단계에서는 법률서비스를 개방하지 않았다. 다만 이와는 별도로 OECD 가입 논의에 응하여 1997년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도 사법시험에 응시해 국내 변호사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국적요건을 삭제하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외국법자문사(FLC; Foreign Legal Consultant)를 제도적으로 도입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흡한 것이었다.

 

우리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사실상 도하개발아젠다(DDA; Doha Development Agenda) 협상에서 개시되었다. 여기서 법률시장 개방 분야는 농업, 비농산품 시장접근, 규범 등의 다양한 협상의제들과 함께 전 분야 일괄타결(single undertaking) 방식으로 진행되는 다자간 서비스 협상의 일부로 논의되어 왔다.

 

DDA 서비스협상에서 우리나라는 미국, EU, 호주, 캐나다 등 11개국으로부터 법률시장 개방에 대한 ‘개방요구’(Request)를 받고, 2003년 3월 기업 등 법률서비스 소비자와 대한변협 등 공급자 의견을 수렴한 양허안(Initial Offer)을 작성하여 WTO에 제출하였다.

 

우리 DDA양허안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한적 면허방식(Limited Licensing Approach)에 입각하여 외국 변호사가 우리나라의 국내 변호사자격 등을 별도로 취득하지 않고도 국내에서 자격취득국법과 국제법에 관한 자문(consultancy)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외국법자문사 제도를 도입함을 골격으로 하였다. 또한 외국 로펌의 국내 지사(representative offices) 설립을 허용하지만, 외국 로펌의 국내 변호사의 고용 및 국내 변호사와의 동업은 금지하는 것, 즉 이른바 1단계 수준의 개방안이었다.

 

이에 대하여 미국, 호주, EU 등은 진전된 조치이기는 하지만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리면서 더 높은 수준으로 개방을 확대해 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본래 전체 DDA협상 시한은 2005년 1월 1일까지였으나, 2003년 9월 칸쿤 각료회의의 결렬, 2006년 7월 주요 무역국들간 농업 등 핵심이슈에 대한 미합의로 인한 사무총장의 중단 선언 등 반복되는 협상의 정체로 당초 기대와는 달리 그 진행에 있어 심각한 난항을 겪어온 것이 사실이다.

 

물론 올해 1월 다보스포럼의 선진국 간 합의를 계기로 전체 협상이 재개되면서 DDA가 다자협상의 위상을 확보하는 계기가 다시 마련되기는 하였다. 그렇지만, DDA 협상의 지연은 교역 선진국들로 하여금 다자간 교역 자유화주의의 보완책 또는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서 지역주의 추구로 눈을 돌리게 하였고, 결국 전세계적으로 포괄적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작년 2월 한미 FTA 협상이 개시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칠레·싱가포르에 이어 스위스 등 유럽 4개 강소국들로 구성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European Free Trade Association)과 FTA를 체결 협상을 마친 상태였고, 이러한 기존 FTA에서 법률서비스 개방 분야에 관하여는 DDA 양허안 내용을 원칙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한미FTA 협상 개시를 맞이할 무렵에는 이미 국내외적으로 전방위적인 즉시 전면 개방 압력 아래 놓여져 있었다. 대외적으로 미국은 DDA 협상 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건의 상신 등을 통해 이제는 우리도 교역규모가 세계적 수준인 만큼 이를 반영하여 법률시장도 즉시 전면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해 오고 있었다.

 

또한 대내적으로는 선진국 지향을 위한 과감한 서비스 개방이 필요하다는 경제부처들의 강한 요청과 세계적 수준의 원스톱(one-stop) 서비스 편익을 향유하여야 기업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된다는 재계의 건의들이 지속되어 왔다.법무부는 이러한 개방 요구들을 신중히 검토한 끝에 적응기간 확보를 포함한 단계적 개방 계획을 2004년 12월 「대외경제위원회」 대통령보고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이 때 구상된 단계적 개방 시안은 DDA가 일정대로 2005년 말 타결될 것을 전제로 그 이듬해인 2006년 초부터 DDA양허안 수준의 1단계 개방을 개시하고, 2008년 초부터 국내 변호사와 업무 제휴를 허용하며, 2011년 초부터는 동업·고용까지 전면 허용하는 가상의 모델이었다.

 

그런데, 이후 DDA 협상의 정체 및 국제적 법률시장 개방 논의의 추가 반영 등 사정으로 제도적 개방을 잠시 늦춘 사이에 오히려 경제·외교부처 중심으로 정부 내부에서도 빠르고 높은 수준의 법률시장 개방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커져 갔다.한미FTA가 개시되자 미측은 특별 관심대상의 하나로 법률서비스 분야를 지목하면서 별도로 특별 합의서를 채택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는 국내 전문직서비스 개방을 위한 대표적 공략대상으로 이 분야를 지목하여 집중적 공세를 펼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이러한 즉시 전면 개방 요구에 대하여 주요 로펌들은 큰 우려를 나타내면서 대정부건의를 제출하였고,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 등 재야에서는 영미계 로펌의 시장 장악으로 초래될 수 있는 법조 공공성 훼손을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하였다.협상 과정에서 우리 측은 이러한 여론을 골고루 반영하기 위하여 단계적 개방의 불가피성을 꾸준히, 그리고 합리적으로 설득하였고, 그 결과 특별 합의서 채택 대신 일반 유보안 기재로 논의를 정상화시켰으며, 마침내 우리 측 주도로 제안한 단계적 개방안을 관철시켜 성공적으로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거양하게 되었다.

 

한미FTA를 통해 타결된 단계적 개방 원칙은 다음과 같다. 우선 1단계로 한미FTA 협정 발효와 동시에 기존 DDA 양허안 수준의 개방 혜택을 미국 변호사와 미국 로펌에게 부여한다. 다음으로 협정 발효 후 2년 이내에 제2단계 개방으로서 외국 로펌의 국내 분사무소, 즉 ‘외국법자문사무소(FLC Office)’와 국내 로펌 사이에 국내·외 법률사무가 혼재된 사안에 관하여 공동수임·작업 및 수익분배가 가능하도록 하는 특별협력약정(Specific Cooperative Agreement)을 체결하고 이에 따라 위와 같은 공동사무처리를 수행하도록 하는 형태의 업무제휴를 허용한다.그리고 협정 발효 후 5년 이내에 미국 로펌에게 국내 로펌과 조인트 벤처, 즉 합작사업체를 설립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3단계 개방을 실시한다.

 

이러한 합작사업체의 경영지분에 대하여는 관리감독기관이 비율을 제한할 수 있다. 또한 합작사업체는 일정 요건 아래 국내변호사를 구성원 또는 소속 변호사로 고용할 수 있다. 지면 관계상 이러한 단계적 개방 원칙의 이모저모를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1단계 개방의 필요성에 관하여는 별다른 이견이 없고, 오히려 이제는 조기 시행이 후속되는 확대개방 조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본다.또한 미국 로펌이 2단계 수준의 업무제휴를 희망한다면 적어도 우리 법령에 따라 구체적 형태가 정해질 ‘외국법자문사무소’를 미리 국내에 설립해야 하고, 또한 ‘특별협력약정’의 투명성 등에 관한 관리기관의 정당한 감독에 응해야 한다.3단계 개방은 동업·고용을 허용하는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서 국내법 사무 시장의 접근 정도라는 면에서는 거의 선진국 수준에 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 법조계, 특히 로펌 업계의 치밀한 사전 준비와 경쟁력 제고를 위한 각고의 노력이 선행될 것을 요한다. 물론 미측을 꾸준히 설득한 결과 정부가 외국계 지분을 49% 이하로 묶는다는 식의 제한을 둘 수 있는 권한을 유보해 두기는 하였지만, 미국계 로펌의 세계시장 지배력을 고려해 볼 때 국내에서 이러한 안전판에만 기댈 생각을 한다면 지나치게 안이한 판단이 될 것이다.

 

한편, 확대 개방의 수혜 대상을 원칙적으로 미국의 “로펌”으로 정하여 무분별한 개인간 동업·고용을 통한 탈법행위를 예방했고, 법무사, 변리사 등 다른 유사법률직과의 동업 및 고용에 관한 제한도 일반적으로 유보하는 권한을 확보해 두었다. 한편, 단계적 개방의 개시 시점은 우리 측 주장을 관철시켜 협정 발효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러므로 비준 후 발효될 때까지의 기간 역시 준비기간으로 추가된다. 그밖에 법조 공공성 확보 등을 위한 제반요건 등은 당연히 우리의 입법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

 

변호사·법무법인 등에 관한 소관부처로서 법무부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법률시장 개방은 먼 훗날의 일이 아니라 눈앞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다”라고 설명해 왔다. 이제 한미FTA 타결로 법률시장 개방은 현실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 이에 우리 법조계, 특히 변호사업계가 더욱 분발하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가일층 매진하기를 바란다. 법무부 역시 선진관리감독 시스템을 연구하여 이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로펌 등 업계로부터 구체적이고 건전한 지원방안 건의가 제출되면 열린 마음으로 진지하게 검토할 것임을 지면을 빌려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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