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4.27 10: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고양이 목의 방울소리

 

매일 아침 출근길에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난다. 부부지간인지 아니면 부자지간인지 알 수 없지만 이 두 마리는 항시 붙어 다닌다. 다정하기 이를 데 없다. 출근길 아파트 주차장에서 어김없이 만나는 갈색고양이 두 마리는 사람을 보고서도 전혀 놀라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멀뚱히 지나가는 사람이나 차를 바라보다가 자기들 옆을 지나가면 슬슬 피할 뿐이다.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무연고 고양이들은 더 이상 먹이를 찾아 동분서주하지 않는다. 쥐를 찾기 힘들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주민들이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통만 잘 뒤지면 먹는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예전처럼 발톱을 곧추세울 필요가 없다. 먹이를 노리는 짐승은 모두 발톱을 감추고 있다. 호랑이ㆍ사자ㆍ표범ㆍ고양이 등 육식동물은 움직이는 먹이를 찾아 발톱을 감추고 걸음의 소리와 속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먹이를 노리지 않는 초식동물인 노루ㆍ사슴ㆍ토끼 등은 결코 발톱을 감추는 법이 없다. 사람도 원래는 발톱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으면서 인위적으로 발톱을 감추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후부터 인간도 육식동물처럼 공격성이 가미된 것은 아닐까?

 
인간의 진정한 발톱은 어쩌면 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말로써 말 많으니 말 말을까 하노라 하는 옛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음을 본다.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21일 의료법 개정 및 의사들의 권익 신장을 위한 정치권 로비활동을 위해 매달 국회의원 3명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줬다거나 정형근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1,000만원의 현금을 건네주었다는 발언이 일파만파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 스스로 내가 부정한 짓을 했다는 고백이다. 그러한 고백이 참회에서 우러나오는 양심의 고백이 아니고 어리석게도 자신의 잘못된 꼬리를 감추기 위해 내놓은 본체였으니 그러한 고백을 무어라고 평해야 할까? 인간 어리석음의 극치를 본다. 한 마디로 날 잡아 자시지요 라는 바보 같은 행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의 한 토막이 생각난다. 고양이에게 항시 잡혀 먹히기만 하는 생쥐들이 모여 고양이로부터의 살육을 피할 유일한 방법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거는 것이라는 결론을 도출해내는 회의장면 말이다.

 

그렇지만 그 결론을 실천할 방법이 없다. 어찌 생쥐가 감히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랴? 이를 시도하는 순간 고양이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인 것을..... 인간사를 들여다보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매는 것은 결코 생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기다리다 보면 고양이가 제 스스로 제 목에 방울을 매다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고양이야 방울소리가 듣기 좋고 그 방울 맨 모습이 보기 좋아 제 목에 방울을 다는 것이겠지만 그게 결국 제 죽을 일이 되고 마는 어리석음을 자초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장동익 대한의사협회장의 위 고백이 제 스스로 제 목에 형틀을 맨 꼴이니 아이러니하다. 개인 비리를 감추기 위해 과장하여 설명한 것이라고 하지만 어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나랴? 공개석상에서 하지도 않은 사람들의 상대방 이름까지 구체적으로 거명해 가며 구체적으로 얼마의 돈이 어떻게 건네 갔다는 사실관계를 밝힐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의사들의 집단정치로비의 실상이 어느 정도는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로비를 위해 구성되었다는 대한의사협회 내의 비공식 기구인 의정회의 활동 내용이 밝혀질 개연성이 높아졌다. 영수증이 첨부되지 않은 수 억 원의 돈이 매년 지출되고, 그것이 의사협회 내부에서는 공공연히 정치인들 및 관련 공무원들의 접대 및 향응 또는 정치 후원금 명목으로 지출되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오히려 의사들은 그러한 활동을 하라며 매년 상당액수의 회비 및 특별회비 등을 갹출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전국적인 의사의 수가 많다 보니 십시일반으로 걷는 그러한 돈의 총량은 어마어마한 규모가 되고, 이를 공공연히 정치 로비자금으로 사용하고 이를 당연한 것인 양 의사협회의 각종 회의에서 보고가 이루어지고 이에 대하여 박수로 환호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한 활동을 잘 하는 임원들이 유능한 임원이라는 평가를 받아온 것 또한 사실이다. 검찰이 속전속결의 자세로 대한의사협회와 관련 임원들의 사무실 및 집을 수색하고 증거자료를 압수해 갔다고 하니 조만간 무언가 부정의 실체가 밝혀지리라 본다. 예전에 어떤 정치인의 떡고물 이야기가 세간에 회자되었던 적이 있다. 떡을 만지다 보니 자연히 떡고물이 떨어지더라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영양가와 맛은 떡보다는 떡고물에 더 많다. 떡이야 본체이지만 그것은 쓰일 데에 쓰이는 것일 뿐이나 떡고물은 고스란히 만지는 사람에게 남아 호주머니를 넉넉하게 해주니 말이다. 영수증 없는 돈을 수 억 원씩 처리하다 보면 어찌 떡고물이 넘쳐나는 일이 없겠는가? 엊그제 언론노조에서도 수 억 원의 조합비가 횡령되었다며 전임 노조 집행부를 형사고소하여 수사 중에 있다. 모두가 떡고물을 챙긴 죄목이다. 대한의사협회의 집행부도 이에서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한다며 의사들의 책임과 의무가 가중되는 듯한 내용의 의료법 개정을 저지하기 위해 병원을 단체 휴업하면서까지 정부종합청사 앞에 모인 수 만 명에 이르는 의사들의 외침이 왠지 외소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구호를 믿는 자는 허망하다. 4ㆍ25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참패로 결론이 났다. 강력한 두 대선주자 이명박과 박근혜의 지지표를 모으면 전국적으로 70%가 넘게 나와 한나라당이라는 방울만 목에 걸면 당선할 것으로 믿었던 것이 의외의 결과로 나온 것이다. 선거 임박하여 터져 나온 한나라당의 헌금공천 파문, 상대후보사퇴매수를 위한 금품수수, 강재섭 대표지역구의 주민금품수수에 따른 과태료 대납 등의 악재가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은 것이라는 것이 일부 정치 평론가들의 지적이다. 모두가 스스로 고양이라 생각하며 살아온 까닭이다. 이 세상이 점차 생쥐가 고양이의 유일한 먹이가 되기를 거부하고 있음을 모르고 있어서이다. 오죽하면 스스로 자멸해 버린 거대한 초식동물이라는 비판이 한나라당 내부에서부터 터져 나오겠는가? 생래적으로 남의 생명을 앗아가도록 태어난 육식동물이라면 계속하여 발톱을 감춰라. 발톱을 감출 때에만 힘이 있음을 명심하라.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