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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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4.20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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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시간의 검색을 누가 피하랴?

 

우리는 거의 매일 인터넷 검색창을 두드린다. 검색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되었다. 지금 세상은 온통 조승희라는 한국계 미 유학생을 검색하느라 여념이 없을 것이다. 버지니아 공대생이었던 그, 총기로 무장한 채 무차별 사격으로 서른 세 명의 무고한 생명을 앗아간 매스 머더인 그를 세계는 경악과 충격 속에서 검색하고 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의 서울 생활, 부모를 따라 이민 간 그가 외톨이로 지낸 사실, 누구를 스토킹했는지, 정신과치료를 받으라고 학교당국으로부터 권유받은 사실, 너 때문에 내가 이런 일을 저지른다라고 남겼다는 메모 및 부자들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왜곡된 그의 심사를 드러낸 그 외의 글들, 몇 달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왔다는 그의 행동과 그 날의 행동 및 그의 가족사 등 그에 관한 모든 사항이 까발려지고 있다. 그의 이름이 검색되면 될수록 한국 교포들은 미국인들의 반작용에 의한 보복을 받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의 잔인하고 상상을 초월한 만행에 넋을 잃고 슬픔 속에서 죄 없이 죽어간 소중한 생명들을 애도하고 그들의 가족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모두들 검색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검색해야 한다고 야단이다. 그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내세웠다가 한 방에 날아갈지도 모를 결정적 비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자신은 이미 검증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녀 역시 시간의 검색 앞에서는 무력하다. 그를 추종하는 많은 지지세력이 있지만, 그녀는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언제나 연장되어온 시간의 검색의 대상일 뿐이다.


검색을 피해 갈 사람이 있을까? 특히 시간의 검색을...... 신문 한 귀퉁이에 조명록 북 총정치국장 위독설이라는 기사가 실려 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최측근으로 올해 79세인 그, 북한혁명 2세대로 북한 내 서열 3위권에 들어가는 그, 실질적으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으로 북한군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던 그가 만성신부전증으로 신장 두 개를 모두 이식수술받고 생명을 연장해 왔으나 위독하다는 것이다. 천년만년 살 것 같은 인생이지만 여전히 시간의 검색 앞에서 인생 팔십은 길다.  조승희의 무차별 살상으로 운명을 달리해 간 수많은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생명의 소중함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들 역시 그 순간 그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우주의 순환법칙 속에서 시간의 검색에서 견디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시간의 검색을 피하지 못한다는 것이 그게 인간의 운명 아니겠는가?


획기적인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청장으로 당선되었다가 위계공무집행방해 및 공문서위조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사퇴한 한나라당 소속 이훈구 전 구청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이 바로 그것이다. 공직선거에서 당선된 자가 불법행위, 예를 들어 이훈구 전 구청장처럼 개인비리(학력을 높이기 위해 학원 강사를 매수하여 고등학교 학력 인정의 검정고시를 치르게 하여 합격하여 대학교에 입학한 부정행위)나 부정선거운동 등으로 당선무효가 될 경우 다시 재선거 또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 투입된 비용을 반환하라는 것이다. 본인은 이러한 주장을 오래전부터 해왔다. 왜 후보자의 불법행위로 선거가 무효가 될 경우 그 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지급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기에 본인은 오래전부터 그런 재선거나 보궐선거 등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하여는 구상권을 행사하여 불법행위를 직접 저지른 그 당사자 및 공천한 정당에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연대해서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었는데, 서울 양천구청장선기비용환수운동본부와 양천구민 200여명이 이훈구 전 구청장과 한나라당을 상대로 1억 4천만원의 손해배상청구를 상징적으로 하게 되었다니 이 역시 시간의 검색을 피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모든 정당이 자당의 후보를 책임지고 공천할 수 있도록 위와 같은 시민권의 행사는 앞으로도 계속 되어져야 할 것이다. 그게 우리가 시간의 검색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도덕적 규율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법원의 통계에 따르면 결혼한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통계는 45세 이상의 부부의 이혼율이 계속 증가추세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15년 내지 20년 이상 살았을 중장년층 및 노년층의 이혼율이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는 사실은 부부로 살아온 그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갈등을 견디어 왔으며, 그러한 갈등의 결과가 역시 시간의 검색 앞에 이혼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여진다.


또 다른 통계이지만 결혼 전 교제기간이 긴 사람들의 결혼은 불화가 발생하더라도 이를 극복하는 힘이 어느 정도 있지만 교제기간이 짧은 사람들은 파탄에 이르는 확률이 높고 초등학교 시절의 동창생이 졸업 후 사회에서 사귄 친구들보다 더 정이 가는 것 역시 시간의 검색을 무사히 거쳐 왔기 때문이다.


시간의 검색은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가장 길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어쩌면 부부 사이에서 가장 길다고 할 수 있다. 까닭에 부모와 자식, 부부 사이가 원만하고 화목한 사람이야말로 시간의 검색에서 가장 인격적이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시간의 검색에서 합격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 요즘 세상에서 무한대로 이어지는 시간의 검색을 값지고 귀하게 여기는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눈앞의 날림공사만 피해가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 엔터키를 치거나 델리트키를 누르면 모든 것이 입력되거나 사라져버린다고 굳게 믿는 이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느리게 영속되어지는 시간의 검색을 무시해버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12시간짜리가 아니라 24시간짜리, 하루에 짧은 바늘이 한 바퀴만 도는 시계를 만들어 차고 다녀보면 어떨까? 시간의 검색을 받아들이겠다는 겸손한 마음으로 말이다.


죽인 자와 죽은 자 모두의 영혼을 위해 묵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 슬프디 슬픈 시간의 검색의 희생양들이기에 마음이 몹시 아프다. 아마 신도 울고 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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