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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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 승인 2007.04.1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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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그대의 불만사항은 무엇인가요?


지난해 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소비자불만 건수 중 1위를 차지한 것이 초고속인터넷 관련불만이었다고 한다. 약 31만 건 정도 접수된 불만사항 중 초고속인터넷이 1만 8천여 건으로 1위를 차지하고, 이동전화서비스 관련 불만사항이 1만 7천여 건으로 2위를 차지하였다. 인터넷서비스 업체의 과열경쟁이 빚어낸, 당초 가입시의 조건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가 대부분이었다고 하지만, 그러한 결과가 나오는 데는 불만을 즉시 표출할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및 이동전화의 즉시성이 내재하고 있어서일 것이다. 초고속인터넷이나 이동전화는 사람에게 기다림을 허용하지 않는다. 엔터키나 통화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세계와 연결되고 모든 것은 조작자의 통제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작동자의 의사와 달리 깜박거리고 있는 상황을 이용자들은 참지 못하고, 그 지루함을 견디지 않고 그 즉시 불만을 표출하고야 만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 어떤 사항에 불만을 가져야 할까? 지금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있지만, 국민들이 느껴야 할 가장 커다란 불만사항은 아마도 국회에서 부결된 국민연금법이 아닐까 싶다. 65세 이상의 노령자들의 60%에게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법은 통과시키면서도 모법이라고 할 수 있는 국민연금법을 부결시킨 국회의원들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한심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민연금법이 개정된다면 지금 당장 연금수혜자들에게는 어느 정도의 불이익이 돌아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매일 800억원씩의 적자를 보고 있는 국민연금제도는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불과 몇 초 지연되는 초고속인터넷의 불편을 감수하기 싫어하며 불만을 털어놓는 현대인들은 2047년도에 고갈될 국민연금 기금에 대하여는 무사태평하다 할 정도로 무관심이다. 발등의 불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일 발생하는 800억원의 적자는 매일 매일 우리가 내고 있는 세금에서 보충되어지는 돈이다. 소수의 사람들을 위해 전국민들이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이 빠져나가는데도 이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우리의 또 다른 필요를 위해 쓰여져야 할 돈이 쓰여지지 못함으로 우리가 입게 되는 피해에 무관심이다. 까닭에 어마어마한 적자를 보고 있는 국민연금기금제도를 “더 내고 덜 받는 제도”로 개선할 필요성이 크다. 만일 이를 방치하게 되면 기금이 고갈되어 전국민이 고통을 겪게 될 뿐만 아니라 이는 결국 후손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직무유기일 뿐이다. 현행 제도가 계속 유지되게 되면 후손들이 받게 될 기금을 지금 세대가 앞당겨 갉아먹는 셈이 되어 부당한 결과가 되고 만다. 우리나라처럼 유독 자식을 사랑하고 어려서부터 치맛바람이라고 불릴 정도의 극성을 부리는 부모세대도 없다. 하지만 그 부모들이 어찌된 까닭인지 장차 자식들이 국민연금 고갈로 겪게 될 재앙을 이렇게 무심하게 처리하고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특히 4,50대의 중년층이 심각하게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할 때다. 노무현 대통령의 기초노령연금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언급된 이후 국회의 여야 원내총무들이 모여 국민연금법 4월 임시국회 통과를 위한 협의를 다시 재개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 역시 정파 간의 이해가 엇갈려 제대로 시행될지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의식이 화해하는 데 익숙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조차 든다. 오죽하면 옛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겠는가마는 한꺼번에 모든 것을 쟁취하려고 하는 불안심리가 저변에 깔려있음을 본다. 모든 것이 상식적으로, 순리적으로 향상되어가기보다는 정변에 따른 천지개벽의 시대를 많이 살아온 불안의식이 아무래도 이번에 주어진 기회에 모두를 다 얻지 않으면 장차 못 얻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심리를 일상화시키고, 그로 인해 모든 것을 거는 올인으로 표출되어 양보하고 타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국민성으로 고착화되어 온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실리적이고 현실적이어서 쉽게 포기하기도 하지만 쉽게 타협하는 좋은 점도 있다. 그리고 쓸데없이 명분에 사로잡혀 아등바등하는 기성세대를 가벼이 여기기조차 하는 듯 하여 다행스럽다.


한편 민주노총의 노조위원장이 전경련 회장단을 방문하고, 파업투쟁이 아닌 상생의 노사문화를 정착해보자는 화해제스처를 내보이는 것은 다행이다. 한편으로 북한의 BDA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북한이 핵사찰 수용의사를 밝히고 화해의사를 밝혀왔다는 점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불만지수를 낮춰가는 것이야말로 장래에 대한 우리의 불안의식을 완화할 수 있는 근거들이 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심성이 순화될 수 있는 계기도 될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은 순항중이다. 코스닥이 사상 초유의 1500시대를 열었고, 수출과 경제가 어느 정도 호전되어 가고 있다. 양극화로 인한 빈부격차가 벌어지는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파이가 커지게 되면 분배 역시 향상될 것이다. 앞서의 국민연금법의 재부의 및 이와 관련된 사회복지정책의 확대실시를 통해 한 걸음 한 걸음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미 대구시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하였고, 여수시는 2012년 여수국제박람회 유치를 위한 실사단 방문을 받아 한창 실사 중이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과의 FTA협정이 합의되었고 세부사항 조율 후 국회의 비준을 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세계 속의 한국으로 뻗어나가고 있고, 그것은 세계경제 11위 국가로서의 위상을 더 높여갈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시각은 초고속인터넷의 몇 초의 지체에 즉시 불만을 표출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몇 십 년, 몇 백 년 후의 한국을 생각하는 지혜로움과 혜안도 함께 갖추어야 한다. 그리하여 가시나무새가 자기의 몸을 찔리는 고통 속에서도 새끼를 키워내는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 몸에 가시를 찔리는 한이 있더라도 미래를 위해 양보하고 희생할 각오를 하여야 한다. 내 자식을 사랑한다는 이기주의에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너와 나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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