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새내기 변호사 생활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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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내기 변호사 생활 어때?
  • 이상연
  • 승인 2007.04.06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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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현정 변호사 법무법인 소명

 

법률저널로부터 기고 부탁을 받은지 벌써 몇 주가 지나갔다. 워낙에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라 별 대책도 없이 써보겠노라고 대답을 하긴 했지만, 변호사 경력 두 달(부탁받을 당시는 한 달 남짓)의 병아리 변호사가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 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마음을 바꾸어 먹고 2년차, 20년차 변호사가 아닌 2개월차 변호사만이 느끼고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으리라 믿고 글을 쓰고 있다.

 

2007년 2월 1일. 변호사등록 첫 날. 각종 서류들을 준비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꽤 많이 소모했지만 기분은 마냥 좋았다. 한편으로는 변호사가 된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았다. 사법연수원에 들어가는 순간, 아니 사법고시 2차시험에 합격하는 순간 대부분은 ‘변호사 되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변호사 등록’은 놀랄 일도, 기뻐할 일도 아닐 것 같은데, 변호사회에 정식으로 등록을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설레였다.

 

약 일주일간은 출근할 때마다 설레이는 마음에 발걸음도 가벼웠던 것 같다. 따뜻하고 여유있는 회사 분위기, 친절하고 자상한 선배변호사님들과 직원들 덕분에 순조롭게 변호사생활을 시작한다는 점도 감사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지금은 어떤가. 모든 새내기 변호사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나의 경우엔 벌써부터 지친 모습이 역력하다. 대형로펌 변호사와는 달리 중소로펌 변호사들은 의뢰인과의 상담, 서면작성, 재판업무 등을 모두 소화해야 한다. 경험이 없어 일처리 속도가 느리고, 의뢰인들의 하소연을 적절히 차단하지 못해 상담시간도 하염없이 길어진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 대답해주다 보면 막상 서면작성할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판사, 검사가 된 친구들은 3주 정도 교육 또는 연수를 받기도 하던데, 변호사는 별도의 교육이 없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좌충우돌하며 힘들게 두 달을 보내면서 변호사교육의 문제점을 많이 느꼈다. 사법연수원에서는 변호사 교육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핵심과목인 민사, 형사재판실무나 검찰실무 과목에 밀려서 변호사실무과목 시간에 다른 교과서를 펴놓고 공부하는 모습이 낯설지 않을 정도이다. 2년차 때도 두 달간의 변호사실무수습 기간은 4학기 시험 준비 기간으로 전용되어 버린다. 2년이라는 긴 연수원 기간을 보냈지만 변호사로서의 준비는 너무나 부족했다는 후회가 든다.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준비할 것을….

 

처음으로 하루에 재판이 3개나 있는 날이 있었다. 그 중 두 개는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사건이라서 괜찮았지만, 마지막 한 개가 부천지원 사건이었고 처음으로 단독으로 법정에 가는 날이라 적잖이 부담이 되었다. 게다가 회사차를 다른 변호사님이 이용하셨기 때문에 직접 지도를 들고 차를 운전하고 가야 했다. 가까스로 정시에 도착하자 재판장과 상대방변호사가 조금 눈치를 주었다. 다음날 새벽에는 베트남으로 해외출장까지 가야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저녁 회식 때 대표변호사님께 하소연을 했다. “저 부천지원까지 합해서 재판을 3개나 다녀오느라 힘들었어요”. 그러자 22년 경력의 대표변호사님이 하시는 말씀이 압권이었다. “나는 하루에 23개까지 재판 나가봤어!!!”


법무법인 소명의 선배변호사님들은 공익활동을 아주 많이 하신다. 때로는 주요업무가 무엇인지 헛갈릴 때도 있을 정도이다. 나도 사단법인 애드보켓 코리아의 글로벌 법률지원센터 팀장 역할을 맡아 변호사업무와 병행해서 하고 있다. 애드보켓 코리아는 2002년에 변호사, 판사, 검사, 법대 교수들이 힘을 모아 저개발국가에 법을 통한 봉사를 해보자며 만든 단체이다. 나는 2003년 재시로 사법시험을 치른 후부터 활동하기 시작해서(그 해에는 시험에 떨어졌다) 현재까지 여러 가지 봉사활동에 참여해오고 있다. 이 단체를 통해서 법조계에도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이고 편협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사재를 털어가며, 시간과 노력을 공익활동에 투자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지금은 대법원장이 되셨지만, 당시에는 변호사로서 활동하셨던 이용훈 전 총재님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성격이시라 밑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는 종종 괴로울 때도 있었지만, 유머러스하고 자상한 면도 있으셔서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으셨고, 내가 최종합격 소식을 알려드리려고 사무실로 찾아뵈었을 때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자식일 같이 기뻐해주셨다. 하지만 막상 변호사가 되고 나서 일과 공익활동을 함께 해보니 현실은 역시 만만치 않음을 자주 느낀다. 병아리 변호사가 일 외에 다른 활동을 하는 것이 지나친 욕심이 아닌지, 공익활동은 여유가 생기는 수년 뒤로 미루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닌지 고민을 하게 된다.
     
스포츠뉴스 시간에 본 이승엽의 인터뷰 내용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저는 야구경기장 바깥의 생활에서는 다소 소심하고 자신감도 부족한 사람인데, 신기하게도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제 자신이 아주 큰 사람으로 느껴지고 힘이 솟구치곤 해요.”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다. 한 많고 분노로 가득 찬, 억울한 의뢰인들의 얘기를 들을 때마다 눈빛이 빛나는 변호사, 법정에만 들어서면 힘이 솟는 변호사, 분쟁을 해결해주고 봉사활동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는 변호사…. 나는 천성적으로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 못 되기는 하지만, 그런 변호사가 되도록 노력해나가고 싶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전 사법연수원 교수님이셨던 이선희 변호사님과의 대화를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요즘 새내기 변호사 생활 어때?”


“힘들어요. 내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2, 3년이 훌쩍 지나있으면 좋겠어요.”


“그건 거저 먹으려는 못된 마음이야. 힘든 1, 2년차 생활을 겪어야 진짜 변호사가 되는 거지. 힘든 만큼 보람이 있고 의미가 있을테니 하루하루 열심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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