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상태바
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3.23 1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변호사/시인

 

왜 불러?

 

산에서 호랑이를 보았다는 말을 들은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야생 한국산 호랑이는 아마도 멸종되었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동물원에나 가야 간신히 호랑이를 구경할 수 있다. 동물원 우리 속의 호랑이는 불과 4-5미터 높이의 절벽을 오르지 못해, 겨우 7-8미터의 거리를 뛰어넘지 못해 우리 속에 갇힌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수많은 관람객이 구경을 해도 사육사에 의해 때에 맞춰 먹이가 주어진 호랑이는 포효할 줄 모른다. 동물원의 호랑이가 그처럼 현실안주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것은, 동물의 왕이라 불리는 제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서 호랑이는 어떻게 존재하고 있을까? 조금이라도 강할 수만 있다면 이를 무기로 약자를 괴롭히는 자들이야말로 아주 나쁜 호랑이들이 아닐까? 산속의 호랑이는 사라졌지만, 그런 의미의 호랑이라면 곳곳에서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감추고 목표의 허점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전국의 병의원급 의사 수만 명이 의료법 개정을 반대한다면서 집단휴진과 함께 머리띠를 매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의사의 진료행위에 투약이 명시되지 않고, 간호사의 업무에 진단이 포함되어 있음은 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의료비 허위 및 부당청구자에 대한 실명공개는 의사의 인권을 침해하게 되므로 그러한 방향의 의료법 개정을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의사들도 오랜 교육을 받은 후 뒤늦게 직업전선에 뛰어든 전문가인데다가 고가의 의료장비구입 등 병의원개업비용이 만만치 않고 의료수가가 지나치게 저가로 책정되다 보니 병의원의 수지가 맞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없지 않다는 것이 의사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어디 그 정도 투자하지 않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분야가 어디에 있는가? 의사들은 졸업 후 90% 이상이 의사시험에 합격을 하여 안정된 직업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다른 일반 학과 졸업생들은 반 이상이 취업을 하지 못하여 몇 년째 취업재수생이 되어 있고, 취업한다고 하더라도 의사만큼의 안정된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의료보험제도의 정착으로 의사들은 적어도 진료비의 70%는 의료보험공단으로부터 보장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의료비 본인 부담분 30%를 제때 내지 못하는 환자가 5% 정도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98.5% 이상의 진료비 회수를 보장받는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믿지지 않는 장사가 어디에 있는가? 그렇지만 일반 사업자들은 그러한 대가의 보상이 보험 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업이 망해버릴 정도로 심한 타격을 받고, 회생불능의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많다. 거래처가 부도나거나 사기행각에 휘말려들게 되면 더 큰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는 것이 일반사업자임에 비해 의료기관의 채권회수율은 엄청 높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음에 나의 생애를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라고 맹세했을 의사들이 합리적 이유가 인정되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병의원 문을 걸어 잠그고 집단휴진에 들어갔을 뿐만 아니라 과천종합청사 앞에 모여 대규모 저지집회를 개최하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 이상은 그 무엇으로 설명할 수 없는 횡포이다. 그들이 대규모 집회를 개최하고 있는 동안 환자들은 호랑이 앞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어야만 한다.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로 들어간다고 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김종필 전 자민련 통재의 모습이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의 탈당과 함께 클로즈업 된다. 김영삼 대통령은 오랜 민주화투쟁 끝에 차선책으로 3당 합당을 감행했고, 결국 그를 통해 대통령에 오르며 군정을 종식시키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변화시키지는 못했음이 사실이다. 만일 한나라당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데 성공했다면 아이엠에프도 오지 않았을 것이고, 김대중씨에게 대통령선거에서 참패하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 한나라당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하는 모습이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의 능력이나 걸어온 인생역정에 비추어 국민들의 지지도가 높지 않고 한나라당 내의 경선에서도 크게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정치는 생물이라 그것도 그의 역량이려니 생각하며 지켜보아왔는데, 돌연 탈당을 선언하면서 한나라당을 향해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 시대의 잔재들이 버젓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라는 비난을 퍼붓는 것을 보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을 자랑스럽고 꿋꿋하게 지켜온 주인이며 기둥이다.”라고 두 손을 펴보이던 그의 웃는 모습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걸어온 이념과 스펙트럼에 비추어 오랫동안 버티어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의 정치 도박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지켜볼 일이다. 그가 동물원 우리 속의 호랑이로 멈추고 말지, 산중을 지배하는 맹수의 왕이 될지 두고 볼 수밖에......


한미 FTA 협상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장사꾼 정신의 흥정” 주문에 대해 미국은 “한국은 철의 장막”이라는 의회의 압박성 훈수가 요란스럽다. 다 뒤끝을 예상하고 두는 훈수일 뿐이다, 속이 뻔히 들여다 보이는..... 그렇지만 이처럼 시끄러운 세상 속에서 한국의 젊은 바리톤 네 명이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리스 마리아 칼라스 국제 콩쿠르 남자 성악 부문에서 1위 없는 2-4위 석권 소식이 새삼스럽다. 그 아름다운 이름 문정현, 양태종, 허종훈, 이응광 씨.... 아름다운 음악이 넘쳐나는 세상에 어디 내 밥그릇 줄어든다고 고함치는 집단이기주의자들의 불협화음이, 정치적 인기가 낮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14년 몸담아 온 소속정당을 떠나는 정치지도자의 급작스러운 변신이 존재할 수 있겠는가?


어디 한 번 발톱 빠지고 이빨 빠진 호랑이들에게 아름다운 노래, 송창식의 “왜 불러?”를 목청터져라 들려줄까보다. 왜 불러, 왜 불러, 돌아서서 가는 사람을 왜 불러, 왜 불러......

xxx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전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사를 후원하시겠습니까? 법률저널과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기사 후원은 무통장 입금으로도 가능합니다”
농협 / 355-0064-0023-33 / (주)법률저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공고&채용속보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