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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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7.03.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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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 교수/변호사/시인

 

땅은 흔들리지 않는데

 

땅은 흔들리지 않는데, 그 단단한 땅을 밟고 사는 인간들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있다. 땅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이러한 현상은 모두 다 인간의 부질없는 탐욕이 빚어낸 서글픈 자화상 아니겠는가?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장이 세계경제를 강타하고 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즉 비우량주택담보대출의 부실화로 미국 경제의 유동성 경색에 이어 경제성장 둔화가 예상되는 바람에 미국의 주가가 폭락하고, 이로 인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의 대다수 국가의 주가가 동반하락하였다. 성급한 전문가집단은 또 다시 한국의 부동산시장이 덩달아 버블 현상의 붕괴로 심각한 국면에 처할 것이라고 야단들이지만 한국의 부동산담보대출은 미국과 달리 튼튼한 담보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의 급격한 가격하락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올해부터 종합부동산세 과표적용률이 80%로 높아졌다. 공시지가 6억 원 초과 주택 소유자의 보유세 부담이 지난해보다 최고 20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면 할수록 세금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게 되었다. 부동산을 시장에 내어놓자니 양도소득세 부담이 높고, 계속 보유하자니 보유세가 높아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 고가 부동산 소유자들의 원성이 자자하다. 그러나 의외로 부동산 시장은 전에 없이 전국적으로 안정적이다. 송도신도시 오피스텔 청약에 수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야단이지만 이는 국지적 현상일 뿐이고, 부동산 시장은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재편되면 부동산투기세력도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여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구상했던 부동산시장 안정화가 임기말이 되어서야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무려 4년여의 시험기간을 거치면서 많은 국민들은 힘들어 했지만 이제 그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고 있음을 본다.


북한과의 문제도 그러하다. 한나라당 및 거대보수언론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은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을 무분별퍼주기라며 끊임없이 비판했지만, 개성공단의 성공적 가동에 이어 2ㆍ13 육자회담의 성공으로 북미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었고, 북한 당국이 서둘러 북미국교수립을 주장하고 있고, 미와 수교이전이라도 연락사무소 개설을 희망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락사무소 개설은 미국이 당시 적대국이던 베트남과 라오스 등에 적용했던 국교수립의 전단계조치이다. 월초 뉴욕에서 열린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 제안에 국교수립으로 직행하자고 주장했던 북한이 한 발 양보하여 현실적인 해결방안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공사는 BDA(북한외환결제유일창구) 거래금지 문제만 해결된다면 상반기 중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과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의 방북을 포함한 북ㆍ미관계의 급진전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핵포기로 나아갈 것이다.


한나라당 역시 부랴부랴 대북정책의 방향을 180% 선회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대북강경정책으로 일관하고, 전시작전통제권 회수에 나라를 통째로 북한에 바치는 정책이라며 극구 반대하던 태도, 남북정상회담도 대선용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안 된다고 강변하던 한나라당이 상당한 융통성을 보이며 시국변화에 편승하려고 하고 있다. 조금 낯간지러운 현상이다. 이렇게 변화될 상황을 미처 예측하지 못한 단견의 결과가 아니겠는가?


역사를 주도하는 자만이 역사의 승리자가 될 수 있다. 네거티브에 열중하는 자는 아무 것도 이루어내지 못한다. 실수투성이일망정 포지티브한 자만이 세상에 변화를 줄 수 있고, 세계 역사의 흐름을 주도해 낼 수 있다. 수없이 주장해왔지만 죽이는 철학으로는 이 세상에 한 송이의 꽃도 피울 수 없다.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는 봄의 따스한 햇살이 있어야만 꽃도 피우고 생명을 머금는다.


2007년도는 우리에게는 대통령선거가 있는 중요한 해이다. 모든 정치인들은 대선의 향방에 온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세계정세는 급변하고 있다. 남북분단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세계평화도 없고, 더욱 우리의 평안도 없다. 그러한 갈등의 끝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대통령선거보다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도 북한이 실질의 문제로 정책변화를 하기로 단단히 작정을 한 듯싶어 무엇보다도 다행이다. 이러한 결과가 가능했던 것은 참여정부가 많은 국민들로부터 그렇게 욕을 많이 얻어먹으면서도 묵묵히 고집스럽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왔기 때문이다.


거짓자백 강요수사로 물의를 빚은 제이유사건의 수사검사에 대한 감찰결과를 보고받는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 등 권력핵심을 겨냥하는 수사는 허용하지만 위법한 수사는 허용하지 않겠다는 요지의 발언과 함께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했다고 하여 문책성 인사를 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그는 취임 초부터 사법개혁, 특히 잘못된 수사관행과 재판관행의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또한 한미 FTA 체결과 관련하여 철저하게 장사꾼의 마음으로 유ㆍ불리를 따지라고 협상책임자들에게 당부했다. 미국의 힘에 굴복하여 불리한데도 불구하고 비굴하게 FTA를 체결하지는 말라는 것이다. 나는 그러한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이 옳다고 본다.


국민들로부터 인기가 없는 대통령이지만, 그가 추구하고 있는 거대한 가치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고 오랜 시간을 두고 개선되어나가리라고 본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그가 추구한 시스템의 새로운 구축이 오늘이 있게 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제대로 방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교육 분야에 대한 강도 있는 개혁이 그의 임기말까지 계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땅이 땅일 수 있는 세상에서 모두 굳건히 자세를 잡고 하루의 일상이 평안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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