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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률저널
  • 승인 2007.02.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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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행동 대 행동, 불능화의 햇살 한 웅큼

 

마침내 북핵문제를 둘러싼 6자회담의 결과가 공동성명으로 발표되었다. 지난 2월 13일 북한이 핵시설 불능화(disablement) 조치와 국제원자력기구인 IAEA 사찰복귀를 수용하면 중유 100만 톤에 해당하는 에너지 및 경유 등을 공급하고 인도적 지원을 북한에 제공하기로 하는 합의가 성립되었다. 후속조치로 5개실무그룹을 조속한 시일 내에 구성하고,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 항구적 평화체제에 관해 협상하기로 하였고, 북ㆍ일, 북ㆍ미간의 양자대화를 개시하고, 북한은 재처리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설을 폐쇄하고 봉인하기로 하였다. 이 회담 결과 소요될 비용은 각국이 균등분담하기로 하여 우리의 부담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가국 모두가 윈-윈이라는 국제적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하다. 이번 6자 회담 결과의 특징 중 하나는 “행동 대 행동”원칙의 수립이다. 이 원칙은 상대방의 행동에 상응한 행동을 하겠다는 것으로 단계적 주고 받기식의 해결방식이다. 같은 날 평택미군기지 이전문제를 둘러싸고 그 동안 첨예하게 대립하여 오던 정부와 평택시 대추리 주민들이 주민이주 및 생계대책에 대해 전격합의하여 미군기지 이전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2월 14일에는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정진화 전교조 위원장이 만나 현안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여전히 전교조 교직원들의 연가투쟁 징계문제와 교원평가제 실시에 대한 의견이 다름을 확인했지만 공교육정상화방안을 비롯하여 교원수업시간 적정화문제, 실업계 학생 및 저소득층의 교육여건 개선문제, 교복공동구매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누었다는 후문이다.


이러한 대화분위기를 보면서 외투를 벗기는 것은 태양의 따뜻함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강경파가 득세하면 금방이라도 사태가 해결될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강한 압박은 반탄력에 의한 저항만을 불러일으킬 뿐이고 근본적인 사태해결을 가져오지 못한다.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켜 피해자를 양산하고 가슴에 사무친 원한만을 심어줘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뿐이다. 반면에 협상파가 주도권을 갖게 되면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사건해결의 단초가 제공되고 결국 느린 것 같지만 원한 없이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미 공화당 부시 정권이 럼스펠드 국방장관을 필두로 한 매파들을 주변에서 물리치고 온건 협상파로 하여금 그 임무를 수행토록 한 후 위와 같은 긍정적 결론이 나왔음을 보면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는다.


김계관 북한외상을 미국에서 가까운 시일 안에 공식초청하겠다고 한다. 나는 궁극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미국으로 초청하기를 바란다.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가장 확실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각국 지도자들의 미래에 대한 신념과 상대방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된 정치적 결단이다. 양국의 지도자들이 서로 만나 서로에 대해 신뢰를 쌓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상호이해가 성립되어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다면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마감할 수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만나보아야 한다. 6자 회담 결과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북한을 여전히 믿을 수 없고 북한의 나쁜 행동에 보상을 제공한 것이라며 비난한다. 그러한 비난에 일리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비난파들로서는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없으니 문제인 게다. 세계정치질서 속에서 이미 굳어진 IAEA체제하에서는 북한의 핵시설가동이 문제가 되지만, 북한 자체의 입장에서 보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부족한 에너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핵에너지의 이용보다 더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도 없기 때문이다. 북한이 자기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내에 핵발전소를 가동하겠다는 것을 다른 나라가 나서서 하지 말라고 할 근거는 사실상 없다. 그런데도 북한 정권을 신뢰하지 못한 핵보유국들이 나서서 애들이 성냥 가지고 놀다가 불내는 것을 겁내는 것처럼 극구 만류하고 있는 셈이니 스스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북한 당국으로서는 기가 막힐 일일 수도 있기에 그렇게 오랫동안 버티어 온 것이다.


우리나라가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를 가동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거의 30년 전인 1977년 6월 18일이다. 일반적으로 핵발전소의 수명은 30년 정도로 보고 있다. 1974년에 가동을 시작한 일본의 후쿠이현 다카하마 원자력 발전소는 원전 1호기를 비롯하여 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다. 위 발전소는 이미 30년의 가동연한이 다한 1호기와 2호기를 여전히 가동 중에 있는데, 이는 평상시 철저한 보수와 안전 점검을 통해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고, 이러한 가동계속을 허용하는 주민들의 동의를 얻었기 때문이다. 위 발전소는 주민들에게 수명이 다한 원전의 안정성을 끊임없이 알리고 그들의 공감대를 얻어냈다고 한다. 이 또한 대화와 타협, 설득과 이해를 통한 합리적인 문제해결이다.


6자회담의 긍정적 결과가 발표되자 일제히 주가가 오르고, 한국의 대외신인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온 경제외적인 장애물이 제거되어 장차 국가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될 것이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그동안 중단되었던 남북한장관급회담에 대한 구체적 협의가 이루어지고, 이러한 화해무드가 발전한다면 가까운 시일내 남북정상회담도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어느 한쪽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이해득실을 따지며 연말에 있을 대통령선거용이라며 비판을 가하는 자도 나오겠지만, 대선이나 총선이 언제 치루어지든 국가의 안전보장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남북정상들이 만나야 한다.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주변강국들이 북한에 대한 우호정책을 펴나가고 있는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닌가 싶다. 북한 당국도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이해될 수 없는 정치적 행동을 청산하고 떳떳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북한주민과 북한당국에 이익이 되는 현실적인 국제교류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섬나라 아닌 섬나라가 되어 버린 대한민국, 하루 속히 남북관계가 정상화되어 KTX를 타고 영국의 런던역까지 철도여행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만주벌판을 횡단하여 중앙아시아를 거치고 모스크바와 베를린, 파리를 거쳐 런던까지 이르는 대륙간철도 위에서 멀리멀리 퍼져나갈 KTX의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강한 자는 반드시 넘어지고, 강한 칼은 반드시 부러지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 그대는 언제까지 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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