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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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1.19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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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담합이 넘쳐나는 사회, 철심 하나

 

철심이 박힌 마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자면 문득 사람들의 마음속에 요지부동의 철심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긴다. 단단하여 쉽사리 변하지 않은 마음, 한국어사전의 철심에 대한 정의이다. 모두들 까닭 모를 분노에 사로잡혀 있고, 모두들 이유 없는 황소고집을 부리고 있다. 입으로는 공동의 선을 노래하고, 함께 추구해가야 할 사회의 기본가치를 논하고 있지만, 발달한 자본주의논리는 극심한 이기주의로 모두를 몰아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자본주의적 성향이 강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대한민국 국민이야말로 가장 이기적이고 교활할 정도로 영악하다. 이러한 영악스러움이 결코 손해 보지 않는 손익계산서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 속에는 숨 쉴 공간이 없고, 상대방에게 수긍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철심이 자라고 있다. 이미 채찍에는 이골이 나버렸다. 지난 수십 년 독재체제에 대항해온 국민들은 군부철권통치 앞에서 채찍에 길들여져 맞다 이골이 나서 결연히 4.19와 6월 민주화항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채찍의 공포로부터 벗어난 국민들은 자유를 만끽하다가, 이제는 당근이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체질로 변화되어 버렸다. 독재정치를 하기 위한 정치권의 담합에서부터, 제품 값을 올리기 위해 대형제조업체와 유통업체들의 담합의 시대를 거쳤다. 거기에 아파트값을 올리기 위한 일반 국민들의 담합의 시대가 도래하였고, 물건 값을 낮추기 위한 소비자담합의 시대가 열렸다. 이러한 담합의 시대는 모두의 힘을 강하게 만들었고, 합리적 이성주의를 극대화시키더니 이제는 도를 넘어선 담합독재의 시대를 향해 전진하고 있다. 담합이 넘쳐나는 곳에는 공정이라는 정의가 존재할 수가 없다. 같은 편끼리의 담합의 시대를 넘어 적과의 담합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현대차 전 노조위원장이 수뢰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이 2003년 재임시절 임단협 중 회사로부터 협상협조를 조건으로 2억 원을 수뢰하였다는 죄명이다. 뇌물을 주면 배임증죄가, 뇌물을 받으면 배임수죄가 된다. 같은 돈을 주고받은 사람이 공동으로 처벌받는 것이지만, 배임증죄는 공소시효가 3년이고 배임수죄는 공소시효가 5년이다. 그러니 뇌물 준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뇌물증재 후 3년이 지난 후부터는 자신이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뇌물 받은 자를 형사고소하여 남은 2년 동안 얼마든지 협박할 수 있고, 형사처벌받게 할 수도 있다. 같은 죄를 저지른 공범을 동일하게 처벌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위 법 자체가 부조리하지만, 위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의 형사처벌은 위와 같은 법리에 의해 처벌받게 되었다.


본질적인 문제는 위와 같은 법조문의 불공평성에 있는 것으로, 이를 지적하고자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와 사의 부적절한 담합의 한 형태를 볼 수 있어 황당해진다. 노조원들로부터 임금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은 노조위원장이 겉으로는 파업을 주도하고 강성이미지를 쌓아 노조원들을 최대한 위하는 것처럼 가장하고서 뒷구멍으로는 사용자측으로부터 2억 원이라는 거액의 뇌물을 받고, 바로 즉시 임금투쟁을 위한 파업을 그만 두는 사태, 이를 어찌 말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용자가 제공한 그 돈은 회사의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말 그대로 비자금인 셈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이 90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되어 결심공판에서 6년의 구형을 받았다. 비자금을 빼돌린 죄다. 몇 주 후에 있게 될 선고기일에서 실형이 선고될지 아니면 집행유예로 형의 집행이 유예될지 지켜볼 일이지만, 아마도 국가경제를 살리고, 어려운 형편에 놓여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영을 위해 집행유예가 날 공산이 크다. 아니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1심에서의 법정구속을 보류하여 항소심으로 구속 여부에 대한 공을 넘길지도 모른다.


성균관대학교 김명호 전 교수가 서울고등법원의 박흥우 부장판사에게 석궁 테러를 가한 범죄혐의로 구속되었다. 1995년도에 있었던 성균관대학교 입학시험에 출제된 수학문제 하나가 발단이 되어 그의 인생은 꼬이기 시작했다. 문제 출제가 잘못 되었다는 그의 지적에 학교는 그의 지적이 부당하다며 그의 의견을 무시했고, 이로 인해 빚어진 학교측과의 갈등으로 그는 교수재임용에서 탈락하였고, 해직되었다. 학교측은 다른 결격사유를 내세웠지만 근저에 위 지적이 깔려 있음을 정황상 부인할 수는 없다. 그 부당함을 10년을 두고 소송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그는 서울고등법원에서마저 패소하자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해 결국 석궁테러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시도한 것이다. 지난 해 9월 박병일씨가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이 달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되었다. 오토매틱 자동차의 급발진이 엔진제어장치(ECU)의 오작동 때문임을 최초로 밝혀낸 공로가 인정되어 위와 같은 영예를 안은 것이다. 그는 1999년 위와 같은 큰 업적을 이루어, 오토매틱 자동차가 급발진하여 사고를 내는 것은 컴퓨터화 엔진제어장치의 오작동 때문임을 밝혀냈지만, 자동차의 급발진이 원인이 되어 사망하거나 다친 피해자들은 지난 7 년 동안 한 명도 사법부로부터 구제를 받지 못하였다. 김영란 대법관도 자동차급발진피해자의 한 명이기도 하지만, 대법원은 급발진에 대한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피해자인 운전자가 자동차결함을 밝혀내라는 것이고, 이를 밝혀내지 못하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연간 100여건 이상의 사고가 계속하여 발생하고 있는데도 사법부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급발진사고라 함은 정지된 상태 또는 매우 낮은 속도에서 명백한 제동력 상실과 예기치 못한 고출력의 가속에 의한 사고를 말한다. 급발진사고는 시동을 거는 순간 차체에 순간가속이 붙어 돌진하면서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바닥에는 타이어가 새까맣게 타들어갈 정도로 스키드 자국이 선명하고 굉음이 천지를 울린다. 벽이 무너지고 차체가 부서지고 사람이 다친다. 그런데도 운전면허증밖에 가지고 있지 않는 백성들에게 그 복잡한 자동차의 결함을 증명하라니 피해자로서는 환장할 노릇이다. 그러한 피해자들은 그 후로는 결단코 사법부를 신뢰하지 않는다. 석궁테러를 일으킨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처럼......


개헌의지를 밝힌 노무현 대통령도 그렇고, 이를 가십거리 정도로 치부하는 한나라당도 그렇고, 사법부도, 석궁테러를 한 자도, 현대자동차의 노도 사도, 아니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뽑히지 않는 철심 하나 있으니 이 일을 어찌할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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