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영의 세상의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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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의 세상의 창
  • 법률저널
  • 승인 2006.11.24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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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 숭실대 법대교수/변호사/시인

 

노 대통령, 분노하시오

 

21세기가 오면, 밀레니엄 시대가 열리면 세상은 평화로워질 줄 알았다. 몇 년 전 모두들 그렇게 21세기를 희망과 이상의 세기가 될 것을 환상적으로 기대하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었다. 세계가 한 마음이 되어 환호했고 불꽃축제를 벌렸다. 하지만 오늘, 이 세계는 여전히 혼돈과 무질서가 판을 치고 있다. 모두 인간 어리석음의 결과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 한 토막이 생각난다. 두 명의 술장사가 술을 한 통씩 짊어지고 고갯길에서 오가는 행인들을 상대로 술장사를 시작했으나 술을 사먹는 사람이 없자 두 사람 중 한 명이 상대방에게 동전 한 닢을 건네고 술을 한 잔 사 먹고, 잠시 후 상대방이 그 동전을 도로 건네고 반대로 술을 한 잔 사 먹고, 이러기를 반복하자 저녁 파장 무렵에 가서는 양쪽 모두 술통은 텅 비게 되었지만 남은 것이라곤 달랑 처음의 동전 한 닢뿐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도마뱀이 제 꼬리 자르듯, 주거니 받거니 하였지만 이익을 본 것은 하나도 없고 본전만 사라지고 마는 저 동화 속의 어리석음을 지금 우리가 반복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노무현 정권에게 한 마디 충고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한 분노심을 갖기 바란다. 대통령의 말에 권위가 실리지 않으니 백성들이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깔깔거리며 비웃지 않는지 스스로 둘러보기 바란다. 국민들로부터 5년간 위임받은 대통령의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여 올바른 국가정책을 비웃고 깔보는 국민들이 있으면 그에 상응한 대가로 갚아주기를 바란다. 국민들의 눈치를 슬슬 보며 조삼모사, 조령모개식으로 정책을 바꿀 것이 아니라 원칙을 뚜렷이 하고, 이를 어기거나 우습게 아는 국민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를 본다는 사실을 온국민에게 철저하게 각인시켜 주기를 바란다.


한미FTA반대를 주장하며 전국적인 난동시위가 벌어졌다. 민주노총과 농민들이 주축이 된 이번 전국의 동시다발 시위에서는 죽봉이 등장하고 불깡통이 난무하였다. 관공서의 일부시설이 불타고 수많은 전경들이 죽봉에 의해 다치고 화상을 입었다. 이것은 집회 및 시위가 보장된 민주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깡패집단의 행위이고 그 무엇으로도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없는 폭력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국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언로의 나라, 언론자유 세계 제1위국가라는 국제언론기관들의 평가를 받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그러한 나라에서 대낮에 위와 같은 무법천지의 폭력시위가 난무하고 있다니 개탄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경찰 당국은 주모자들을 색출하고 불법폭력시위에 가담한 자들을 색출하여 엄중히 처벌하여야 한다. 


전교조 교사들 역시 연가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시행하려고 하는 교사평가제가 교사들의 승진을 미끼로 교사들을 사분오열시키고 교육현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하며 위 제도의 도입을 절대반대하고 있다.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평가를 받는다. 대학교수들도 학생들로부터 매학기 평가를 받고 있다. 나 자신도 대학교수로서 매학기가 끝나면 학생들로부터 교수평가를 받고 있다. 그 평가서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학생들의 평가가 참으로 정확하다는 것이다. 나는 그 평가서의 하나하나를 경청하고 나의 잘못된 부분들을 고치기 위해 노력한다. 교사로서의 자질이 없는 사람은 학교로부터 퇴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모든 조직이 그러하다. 특히 정년이 확고하게 보장된 집단에서는 내부 평가가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년보장을 무기로 자신의 개발을 등한시하게 되고 제도에 안주하다 보면 무능력해질 뿐만 아니라 부패해지기 마련이다. 그게 세상이치인 게다. 전교조 교사들은 교사평가제의 도입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환영하고, 그 평가를 통해 유능한 교사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앞장서서 주장해야 할 일이라고 본다. 어찌 감히 제자가, 학부형이 스승을 평가할 수 있다는 말이냐며 비판적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교사가 떳떳하고 실력과 인격을 갖추고 있다면 오히려 학생이나 학부형들이 교사를 평가하면서 감동할 수도 있다. 전교조가 출범당시 내세웠던 것은 잘못된 교육현장을 바로 잡고 교사들의 자질을 높이고 학생들에게 면학분위기를 조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교사평가제를 둘러싼 연가투쟁, 성과급반납투쟁 등을 지켜보면서 본말이 전도되었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비판하던 자가 비판받는 자로 자리 바뀜 되어 있음을 본다. 이 세상에 절대적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그렇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가 그렇다. 우리가 절대진리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어느 순간 그렇지 아니함을 깨닫게 될 때가 있다.


민노총이나 전교조가 국민들로부터 환영받았던 때도 있었다. 유신 정권과 5공 정권 하에서 우리가 얼마나 억압받고 억눌려왔던가? 언로가 막혀 말 한 마디 하면서도 주위를 살펴야 했던 때가 엊그제이고, 영장 없이 붙잡혀가 고문을 당하고, 삼청교육대로 끌려가 불구자가 되거나 사망한 자가 한 둘이 아니었다. 그 암울하던 시대에 민노총이나 전교조는 단합된 힘으로 국민의 저항권의 상징이었고, 정의를 위한 횃불로서 역할을 수행했던 것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그러한 투쟁으로 얻은 과실은 우리에게 민주화였고, 언론자유의 만개이다. 이처럼 자유민주주의가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구태의연한, 어쩌면 더 황당해진 폭력방화시위가 난무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공공의 적이다. 도로를 무단점거하여 도시교통을 마비시킴으로써 생업에 쫓기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어려움을 안겨주고 화나게 한다. 자신들의 주장만이 옳다는 착각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기를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 분노하시오. 당신에게 주어진 국가권력을 정당하게 행사하여 옳지 않은 행위를 공공연히 자행하는 자들을 엄벌에 처하시오. 당신은 약자가 아니란 말이오. 제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엉거주춤 엉덩이 빼지 말란 말이오. 당신은 이 나라 대통령이오,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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